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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당 Jan 14. 2017

서른, 직전, 여행 - 제주도 8

저는 꿈꾸던 서른이 될 수 있을까요? 서른을 앞두고 떠난 여행기.

캐리어를 끄는건 재미있다.

드디어 서른, 직전, 여행의 마지막 글입니다.

왠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 진짜 여행이 끝난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부터 제주도까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여행.

서른 직전에 떠난 여행은 제가 어떻게 서른을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대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쳤던 저는 

이 여행을 통하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평생 이 여행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또 오키나와와 제주도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 그리고 또 하나.

35살이 되면 제 꿈을 펼칠 수 있게 홀로서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몸과 마음과 머리를 갈고닦고자 합니다.


서른입니다.

서른.

지랄 맞은 서른. 

이제 시작합니다.



모슬포항에서의 마지막 날.

그리고 제주도를 떠나기 하루 전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 옆에 붙어있는 투썸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다를바 없다. 그냥 아메리카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제주도의 아침.

아마도... 바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제주도 아침일 것 같아

바닷가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테라스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저 멀리 제주도 앞바다. 축제현장은 철수중.

빨래했던 옷들을 정리하여 캐리어에 넣고,

그래도 3일 동안 있었던 정들었던 숙소였던지라 청소도 조금 하고,

뜨겁게 샤워 한번 하고 체크아웃.

퇴실 직전 한 컷. 고마웠다 해담은레지던스호텔

그리고 버스를 타고 제주시내쪽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정도 묶을 숙소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하루에 19000원.

숙소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저 멀리 바다도 보였다.

에어비앤비로 처음 잡아본 숙소였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설은 역시 저렴했던 만큼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 쓸만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남의 집에서 하루 신세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있었다.
나름 BAR도 있다!

짐을 풀고, 대충 씻고 일단 나갔습니다.

숙소 바로 옆에 동문시장이어서 일단 동문시장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난....자신있게 주문했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던 두루치기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름 제주도에서 유명한 카페인 쌀 다방으로 갔습니다.

쌀 다방은 쌀 다방 라테가 유명합니다.

쌀 다방 라테는 그러니까.....

미숫가루 뿌린 라테 같습니다!

쌀다방에서도 하야를 원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앉아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몇 분 서있다가 자리가 나자 바로 앉아서 쌀 다방 라테를 마시고

또 나와서 걸었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그렇게 걸어다녔던 탑동방파제도 당분간 안녕.

그렇게 비가 오더니 날씨가 괜찮아졌습니다.

걸어 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탑동 방파제.

이걸 보러 제주도에 왔는데 아마 당분간은 이 길을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이 길에서 했던 수많은 생각들.

다음에 다시 제주도에 돌아와 이 길을 걸었을 때 그 생각들을 되짚어보면

저는 그 생각들을 얼마만큼 구체화하고 실현했고 행동했을까요?

다음에 제주도에 가서 이 길을 걸었을 때

제가 저에게 쪽팔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빨간색 등대.
다음에 왔을땐 웃으면서 걷고싶다.

제주도.

생각만 많았던 저에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꿈을 명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에겐 고맙고 은인 같은 제주도입니다.

해지는 제주도, 낚시꾼들은 낚시를, 하늘에는 비행기

많고 많은 제주도의 추억 중에 기억에 남는 그 하나.

추억도 있었고 누군가와의 약속도 있었던 그 제주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울적한 제 마음을 바다는 잔잔한 파도소리로 위로해주었습니다.

제주도 마지막 저녁은 럭셔리하게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문을 닫았다.

걷고 걷고 걷다가 밤이 되었고,

저녁을 맛이 하나도 없었지만 비싸기만 했던 전복뚝배기로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일단 음식점 앞 메뉴판에 한글,중국어,영어가 같이 써있으면 맛은 보장 못한다.

저는 꼭 제주도로 내려갈 겁니다.

제주도에서 살 겁니다.

제주도에서 카페를 할 수도 있고

제주도에서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제주도에서 회사를 다닐 수도 있겠죠.

뭐가 되었던 멀지 않은 미래에 제주도를 내려갈 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려가진 않을 겁니다.

천천히 제주도 이민 계획을 하나하나 세워보려고 합니다.

순간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마 시간대만 맞았으면 갔을지도 모른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마무리.


그리고 제주도의 마지막 날.

아침 비행기인지라 일찍 일어나 택시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갔습니다.

근데 너무너무 사람이 많아서 티켓팅 하는데만 한 시간씩 걸릴 정도였습니다.

정말 마을버스보다 비행기가 더 많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야 말았다.
안녕, 제주도
옆 자리가 비었다.

그렇게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한 숨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오키나와부터 제주도까지.


제 인생에 이런 여행을 다시 한번 더 떠날 수 있을까요?


스물아홉 끝자락에서

서른이 오기를 두려워했던 저에게

서른을 맞이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었던

그 여행이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서른,

이제는 무섭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이제는 서른이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서른, 반갑다!

.

.

.

THE END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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