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인생의 정산 스토리, 그리고 또 제주도
또 왔습니다.
또 제주도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제주도 성산읍에 플레이스 캠프 제주입니다.
멋진 곳입니다.
뭔가 좋은 느낌이 가득 한 곳입니다.
제주도...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 여행.
스물아홉에 서른을 앞두고 떠났던 그 여행.
그 후로 정확히 1년 정도 뒤에 다시 제주도로 여행을 왔습니다.
서른.
30.
서른은 저에게 혹독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서른 이였습니다.
뒤돌아보면 그 힘들고 혹독했었던 일들이
저를 성장시켜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른 그리고 하나.
서른하나를 앞두고 떠난 제주도 여행
<큰 일들이 가득했던 2017년, 서른살 정산서 prologue>
여행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익숙한 것과의 잠시 동안의 그 이별.
그리고 새로운 것과의 만나면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좋습니다.
사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2번의 실패(?) 끝에 떠난 여행입니다.
첫 번째 실패는 작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또 다른 떠남을 기약하며 예약했던 추석 연휴 마카오 여행은
미친 듯이 비싼 숙박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위약금 6만 원을 내고 포기하고,
그게 아쉬워 예약했던 제주도 여행은 갑자기 생긴 회사 일로
위약금 20만 원을 내고 취소하고야 말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아!
저 팀장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 브이템 마케팅운영 팀장이 되었습니다.
팀장이 된 이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팀장이란 타이틀은 저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주었습니다.
저와 제 팀원들은 열심히 그리고 소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 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고 힘들고 짜증도 나고 지칠 예정입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이 모든 것을 나와 내 팀원들이 함께 헤쳐 나가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일 중 가장 큰일이 될 것입니다.
이겨 내야 합니다.
이겨 내야 할 수십 가지 이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른.
스물아홉 끝자락에 생각했던
"서른"은 그래야지, 이래야지 라고 했던 모든 것들.
서른은 뭔가 틀릴 줄 알았습니다.
서른 하나를 6일 남긴 이 시점에서
제 서른을 돌아보면 여전히 서툴고 위태로우며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나이가 1살 먹는 것뿐이었고
그 흐름이 1년 더 지나 1살을 먹은 것뿐이었고
그 흐름이 나이의 앞 숫자를 바꾸게 한 것뿐이었습니다.
30이라는 숫자에 호들갑 부릴 필요도 없었고
새로운 변화가 있겠거니 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단지 1년이 지나 나이를 먹은 것.
그뿐이었습니다.
30이라는 숫자가 저에게 준 건
뭐랄까요...
딱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 같은,
인생을 사는데 스팀팩 같은 존재였습니다.
"서른은 이래야지!"라는 생각에
모든 일을 "잘 " 하고 싶어서 많은 노력 했었습니다.
중간에 크게 삐그덕 거려서 한 달 동안 충전을 했었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뒤로하고.
내년에는 미친 듯이 달려야 했기에 떠났습니다.
도쿄를 갈까, 괌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2017년 12월 마지막에 시간이 나 알아보니
해외로 나가는 건 너무 큰 비용이 들었고
여행보다는 치유가 필요한 여행인지라
익숙했던, 그리고 날 언제나 품어주는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2017년 12월 23일.
전 날 여행 떠날 준비를 마치고 캐리어를 드르륵 끌고 떠났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전 고등학교 친구의 돌잔치가 있어 돌잔치에 들렸다가
김포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공항에 엄청 일찍 가는 편입니다.
16시 55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려고
13시에 김포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히 짐은 붙이지 못했고
언제나 그렇듯 창가 쪽 자리를 예약하고
공항 카페에서 2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화물을 붙이고
게이트 앞에서 또 2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돌잔치도 있긴 했지만
밤 비행기를 타고 싶었습니다.
밤 비행기가 그렇게 운치가 있고 좋다고 이야기를 들었었거든요!
구름이 많아서 그런지 그 운치 있던 광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비행.
그리고 도착한 제주도.
택시를 타고 숙소로.
짐을 내팽개치고 바로 떠난 동문시장으로 직행.
그리고 먹고 싶었던 안성식당 순대국밥을 먹었습니다.
순대국밥과 막걸리 한 병을 깨끗하게 비우고
제가 제주도에 오는 이유 중 하나인 탑동 방파제 길을 걸었습니다.
얼큰하게 취해서 걸었던 탑동 방파제 길.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다가 숙소로 복귀.
그리고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가 나왔습니다.
뜨거운 욕조에 있었던 것 때문인지,
순대국밥을 먹으며 마셨던 제주도 막걸리 때문인지,
푹 잠들었습니다.
다시 찾은 제주도의 첫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