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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당 Dec 26. 2017

서른살 정산서-
어게인 제주도 prologue

서른살 인생의 정산 스토리, 그리고 또 제주도 

또 왔습니다.

또 제주도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제주도 성산읍에 플레이스 캠프 제주입니다.

첫날부터 여길 올 것을...조용하고 글 쓰기 너무 좋은 곳이다.

멋진 곳입니다.

뭔가 좋은 느낌이 가득 한 곳입니다.


제주도...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 여행.

스물아홉에 서른을 앞두고 떠났던 그 여행.

그 후로 정확히 1년 정도 뒤에 다시 제주도로 여행을 왔습니다.


서른.

30.

서른은 저에게 혹독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서른 이였습니다.


뒤돌아보면 그 힘들고 혹독했었던 일들이

저를 성장시켜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른 그리고 하나.

서른하나를 앞두고 떠난 제주도 여행


<큰 일들이 가득했던 2017년, 서른살 정산서 prologue>


여행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익숙한 것과의 잠시 동안의 그 이별.

그리고 새로운 것과의 만나면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좋습니다.


사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2번의 실패(?) 끝에 떠난 여행입니다.

첫 번째 실패는 작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또 다른 떠남을 기약하며 예약했던 추석 연휴 마카오 여행은

미친 듯이 비싼 숙박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위약금 6만 원을 내고 포기하고,

그게 아쉬워 예약했던 제주도 여행은 갑자기 생긴 회사 일로
위약금 20만 원을 내고 취소하고야 말았습니다.


추석연휴에 25만원에 마카오 왕복 비행기 티켓을 득템했었다.


제주도 왕복 비행기 값이 마카오 가는 왕복 비행기 값이랑 비슷했지만...그래도 떠날려 했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아!
저 팀장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 브이템 마케팅운영 팀장이 되었습니다.

영어이름은 BRIAN이다......카카오 의장님 영어이름 입니다.

팀장이 된 이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팀장이란 타이틀은 저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을 주었습니다.

저와 제 팀원들은 열심히 그리고 소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 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고 힘들고 짜증도 나고 지칠 예정입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이 모든 것을 나와 내 팀원들이 함께 헤쳐 나가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일 중 가장 큰일이 될 것입니다.

이겨 내야 합니다.

이겨 내야 할 수십 가지 이유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른.

스물아홉 끝자락에 생각했던 

"서른"은 그래야지, 이래야지 라고 했던 모든 것들.

서른은 뭔가 틀릴 줄 알았습니다.


서른 하나를 6일 남긴 이 시점에서

제 서른을 돌아보면 여전히 서툴고 위태로우며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나이가 1살 먹는 것뿐이었고 

그 흐름이 1년 더 지나 1살을 먹은 것뿐이었고

그 흐름이 나이의 앞 숫자를 바꾸게 한 것뿐이었습니다.

엉켜있는 것들이 더 많았던 서른이다.

30이라는 숫자에 호들갑 부릴 필요도 없었고

새로운 변화가 있겠거니 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단지 1년이 지나 나이를 먹은 것.

그뿐이었습니다.


30이라는 숫자가 저에게 준 건

뭐랄까요...

딱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 같은,

인생을 사는데 스팀팩 같은 존재였습니다.


"서른은 이래야지!"라는 생각에

모든 일을 "잘 " 하고 싶어서 많은 노력 했었습니다.

중간에 크게 삐그덕 거려서 한 달 동안 충전을 했었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하는 준비들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을 뒤로하고.

내년에는 미친 듯이 달려야 했기에 떠났습니다.


도쿄를 갈까, 괌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2017년 12월 마지막에 시간이 나 알아보니

해외로 나가는 건 너무 큰 비용이 들었고

여행보다는 치유가 필요한 여행인지라

익숙했던, 그리고 날 언제나 품어주는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공항은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7년 12월 23일.

전 날 여행 떠날 준비를 마치고 캐리어를 드르륵 끌고 떠났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전 고등학교 친구의 돌잔치가 있어 돌잔치에 들렸다가

김포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공항에 엄청 일찍 가는 편입니다.

16시 55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려고

13시에 김포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히 짐은 붙이지 못했고

언제나 그렇듯 창가 쪽 자리를 예약하고

공항 카페에서 2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화물을 붙이고

게이트 앞에서 또 2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이 날, 인천공항에 있던 친구들은 안개와 미세먼지의 콜라보로 역대급 딜레이를 겪으며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돌잔치도 있긴 했지만

밤 비행기를 타고 싶었습니다.

밤 비행기가 그렇게 운치가 있고 좋다고 이야기를 들었었거든요!

흐렸던 김포공항을 떠오른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 위 노을

구름이 많아서 그런지 그 운치 있던 광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비행.

그리고 도착한 제주도.

택시를 타고 숙소로.

짐을 내팽개치고 바로 떠난 동문시장으로 직행.

그리고 먹고 싶었던 안성식당 순대국밥을 먹었습니다.

왜 서울에는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순대국밥이 없는걸까.

순대국밥과 막걸리 한 병을 깨끗하게 비우고

제가 제주도에 오는 이유 중 하나인 탑동 방파제 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을 정말 걷고 싶었다.

얼큰하게 취해서 걸었던 탑동 방파제 길.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다가 숙소로 복귀.

그리고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가 나왔습니다.

뜨거운 욕조에 있었던 것 때문인지,

순대국밥을 먹으며 마셨던 제주도 막걸리 때문인지,

푹 잠들었습니다.


다시 찾은 제주도의 첫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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