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인생의 정산 스토리, 그리고 또 제주도
2018년 1월 1일입니다.
서른에 하나가 더 붙어서 서른 하나입니다.
31이라는 숫자가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이가 하나하나 올라갈수록
주어진 일과 그에 걸맞은 책임감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압박이 있지만 멋지게 이겨내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몰려오는 파도를 무서워하면서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아니라
멋진 서핑보드를 가지고 파도를 즐기러 가는 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겹겹이 나이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내가 어릴 적 바라보았던
그 어른의 모습이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다양한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12월에 급하게 서른이라면 이 정도 목표는 잡아야지 하면서 잡았던
지키지도 못할 목표로 왠지 모를 패배감을 맛보기는 싫습니다.
적당히 지킬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일에 집중하며 성공시키는 것.
제 미래를 위한 첫걸음마를 떼는 것.
멋진 사랑을 하는 것.
그리고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써서 책을 만드는 것.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은 것 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가장 집중할 것은
지금의 성공과 미래를 위한 첫걸음마입니다.
수많은 나와 누군가와의 싸움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서른하고 하나입니다.
이미 길고 긴 마라톤의 스타트라인의 총성은 울리고야 말았습니다.
달려야 합니다.
멀리 오래 빠르게.
<항상 바람은 분다>
이번 제주도의 컨셉은 치유였습니다.
제게 치유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그 어떤 것에 개이치 않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가 사랑하는 그 탑동방파제 길에서
아침에 10KM 런닝을 하고 욕조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주도 이튿날 아침의 날씨는
걷기에도 힘들 정도로 심한 강풍 불고 있었습니다.
무계획 중에 계획이었던 런닝은 패스를 하고
침대에 누워 한 시간 동안 뒹굴거리다가 뜨거운 욕조에 물을 담갔다가 나와선
일단 밥을 먹었습니다.
아침밥은 숙소 근처에 있었던 산지물식당의 물회로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깔끔하게 물회로 시작하고
어딜 갈까 하다가 제주도 올 때마다 가보려고 했었던
숙소 앞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제주도에 총 4곳의 전시장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아라리오 뮤지엄은
뮤지엄 이전에 각각의 다양한 용도의 건물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개조하여
전시작품을 전시하는 뮤지엄으로 사용 중이라는 점입니다.
극장, 오토바이 샵, 그리고 모텔을 개조하여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은
극장을 개조하여 만든 뮤지엄이었습니다.
조금 놀라웠던 건
앤디워홀 작품부터 백남준의 작품까지 있었던 것과
극장을 개조해서인지 엄청난 크기의 작품도 전시할 수 있는 스케일의 공간이었습니다.
한산해서 작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오래 있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1개의 티켓으로 2개의 전시공간을 볼 수 있습니다.
시네마 뮤지엄 전시를 보고 바이크 샵 전시까지 모두 보고 나왔습니다.
아직도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고는 있지만
그래도 숙소에 들어가기는 싫어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만난
제주 목관아.
얼마 전 알쓸신잡2 제주도 편에 나오기도 했었고
숙소 근처에 있었던 터라 가봤습니다.
제주목 관아는 제주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고
오래전 조선시대 때 제주도를 관리하던 도청이나 시청 뭐 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몇 개의 건물들이 모여있었고
그 건물이 어떤 건물이었는지 적혀있었습니다.
입구에는 큰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에는 어른 팔뚝보다 더 큰 잉어들이 있었습니다.
근데 진짜 바람 많이 불었습니다.
제대로 걷기 못할 정도로 불었습니다.
세차게 바람을 맞다 보니 다시 배가 고파졌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매번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가봤던
초밥군커피씨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초밥군커피씨는 SNS에서 유명한 초밥집입니다.
유명할 만합니다.
초밥을 먹는 방식이 특이합니다.
초밥을 하나하나 말아주기도 하지만
이 집의 특징은 초밥 위에 올라가는 생선과 밥과 고추냉이를
SNS에 올리기 좋게 내어주고 있습니다.
저렇게 내어주곤 사진 찍고 다시 주방으로 가져다주면
생선을 초밥용으로 잘라주고 그것을 직접 손님이 초밥으로 만들어 먹는 방식입니다.
원래는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방식이지만
예약을 하지 않고 갔지만 마침 자리가 있어 한 접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방어 철이라 그런지 초밥은 방어 초밥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방어 초밥에 방어는 두툼하고 맛있었습니다.
특히 초밥과 같이 나온 고추냉이가 맛있어서 초밥 먹을 때마다 위에 올려 먹었습니다.
초밥을 먹고 결제를 하니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수면양말까지 하나 받아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숙소 쪽으로 돌아와
에이팩토리카페에서 스콘과 라떼 한잔.
에이팩토리카페는 프릳츠원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커피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삼청동에 있는 프릳츠에 갔을 때
거기도 아라리오 뮤지엄이 있었습니다.
서로 무슨 관계인진 모르지만 알게 뭡니까.
라떼는 맛있었고 스콘은 라떼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아침밥-뮤지엄구경-문화재구경-점심밥-커피를 마시곤
다시 숙소로 컴백해서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가 낮잠 타임.
일어나니 어둑어둑 해졌습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그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모두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로 가득해졌습니다.
.... 질 수는 없었습니다....
호텔방 안에서 저만을 위한 파티를 즐기기로 결정하고
동문시장과 이마트를 돌아다니며 파티음식을 사 왔습니다.
정성스럽게 파티음식(?)을 세팅하고
폰으로 캐롤 음악을 잔뜩 켜놓고 파티음식 먹방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건강한 파티음식이 있을까 싶습니다.
나름 파티이니까 막걸리 한 병을 비우는 과음까지 하곤
술기운에 잠이 들었습니다.
2017년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렇게 보냈습니다.
굿바이 크리스마스이브.
<막걸리 한 병 비우며 들었던 그 노래 - Stevie Wonder, Andra Day - Someday At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