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편안함의 습격

건강한 죽음에 대하여

by 윤종혁

“산길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500미터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습니다. 이 절벽이 바로 ‘죽음’이며, 우리는 모두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절벽에서 떨어질 운명입니다. 붓다도 죽었고, 예수도 죽었습니다. 당신도 죽고, 나도 죽을 것입니다.”

켄포는 바닥에 놓은 작은 매트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저 침대에서 죽고 싶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저 앞에 절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습니까?”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인생의 경로를 바꿀 수 있다. 더 아름다운 길을 선택할 수 있고, 길이 끝나기 전에 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편안함의 습격 p.313]


30-40대에 한창 일할 나이에 스트레스 질환에 크게 시달렸을 때 그 끔찍한 고통에서 피하고자 제발 좀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현재 내가 가진 것, 하고 싶은 것 등 나와 관계된 모든 게 상관없이 죽는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병원 치료로 서서히 병이 호전되고 좀 살만해지니 죽음에 대한 간절함이 싹 잊혀져버렸다.

그러는 사이 평범한 일상을 나름 열심히 살았다.


귀중한 30-40대를 병으로 그냥 보낸 것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중년이 접어 들어서 늦었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실행도 해보고 좌절도 느껴보고 다시 노력해보고 계속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거리며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당장은 모아 둔 돈이 없는 상태라 노후가 걱정돼 어떻게 해서든지 일을 계속 해야 되는 현실, 그리고 곧 은퇴 후 노후에 돈을 벌려면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되는데 뭐라도 공부를 하던지 기술 실력을 쌓던지 해야 한다.

그렇다.

내 노후가 걱정이 된다.

나 뿐 아니라 다들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살다보니 참 해야 될게 많다.

집도 있어야 되고 멋진 차도 있어야 되고 운동이나 특기 하나 잘해야 되고 있어 보이는 직장도 가져야 되고 멋진 배우자와 결혼도 해야하고 지금은 열풍이 좀 식었지만 그래도 명품도 몸에 걸쳐줘야 되고 말이다.

이러고 보니 공통점이 보인다.

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또는 남을 의식해서 하는 게 아닐까?

다른 나라사람들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나도 남을 꽤나 의식하는 편이다.

같은 아파트 라인에 사는 주민들한테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모임에 나가서는 베스트 드레서가 되고 싶으며 흰머리 꽤나 난 내가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달리는 여유로운 재력을 과시도 하고 모든 사람들한테 인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내 노후도 노후지만 요즘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실행하고 좌절하고 반복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읽은 [편안함의 습격]이란 책에서 읽은 이 대목에 사람은 결국 죽는다라는 진리를 터부시하거나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인정하고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우리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나의 죽음은 어떠할까?

나는 좀 욕심을 내자면 내 침실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오전에 편안히 잠들다 떠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가 옆에서 봐줄 사람도 필요없다.

그저 따뜻한 날씨에 혼자 편안히 깊은 잠에 빠졌으면 좋겠다.

즉, 건강한 죽음을 맞이했으면 한다.


이렇게 맞이 할 생각을 하니 남의 눈 의식 하는게 조금은 우습게 생각이 든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말이다.

내가 오늘 내일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진리 앞에서 주어진 하루 하루가 소중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내 눈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이 하루를 온전히 그대로 느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출근길에 보니 갑자기 단풍이 알록달록 많이 물들어졌고, 늦은 오후에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으며, 사무실 업무가 살짝 바쁘게 돌아가서 몸에 활력이 돌았다.

또 어제 보세 옷집에서 산 가디간을 입고 일했는데 그 새 옷 입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정도면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 나쁘지 않다.

지금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가 있다.

이런 평범함의 소중함을 느끼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아끼지 말고 많이 느끼다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그걸로 내 삶은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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