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껏 잘 살아왔음을 깨닫게 해 준 감기
작년 말에 금연을 시도해 왔다.
괜히 새해부터 시작하면 작심삼일이 될뻔한 식상함을 느껴질까 아예 새해 시작 되기 며칠 전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이 느낌은 뭐랄까 마음이 뻥 뚫린 것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그 허무함이 내가 금연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다.
한 이틀은 안 피우고 잘 버텼는데 그 허무함에 못 이겨 딱 한대 피운 게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금연 상담사한테 실컷 꾸중을 듣고 오늘 새벽부터 정신줄 잡고 다시 금연을 시작해 본다.
금연을 하는 이유는 중년에 들어서 내 몸 하나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년에 접어드니 몸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금연은 몸관리에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해 본다.
이렇게 운동도 하고 건강을 위해 금연도 하고 있고 나름 내 한 몸 소중히 잘 다루고 관리하고 있는데, 주말부터 몸이 으스스한 게 좀 이상하더니 어젯밤에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다.
감기 걸린 것이다.
열나고 콧물 줄줄 나오고 춥고 말이다.
감기라는 게 걸리면 아프기도 하지만 일단 몸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일에 추진력도 안 생기고 어서 퇴근해서 집에서 따뜻하게 해 놓고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새해에 세운 계획들 연초부터 이 감기 때문에 잠시 진도가 나가질 않고 평범한 일상이 빨리 돌아오길 빌 뿐이다.
이렇게 한 번 아프면 잊고 있었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그리 거창한 깨달음은 아니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 갖고 수입차 몰고 이쁜 사랑을 하기를 바라면서 놓치는 게 있다.
물론 이것들도 살아가는데 중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집중하느라 정작 현재를 놓치고 있다고 예전 영화관에서 상영했던 픽사의 애니메애션 "소울"을 보다가 진심 느꼈다.
오늘 날씨는 추웠고 감기치료 위해 동네 이비인후과 갔는데 원장이 되게 불친절하다고 느꼈고, 지금 글을 쓰기 전에 햄버거가 먹고 싶어 할인쿠폰 써서 사러 갔다 왔고 이 도시 밤거리에 있는 나무들에 여러 작은 전구를 달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게 이쁘고, 집에서 내린 커피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도 다 하나하나 느끼는 이런 게 다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
현재를 느낀다는 것은 참 담백한 맛인 것 같다.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일도 아니고 말이다.
주변환경이 눈에는 항상 보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작은 담백한 그 무언가가 현재를 새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감기 한 번 앓았으니 이제 훌훌 털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 내 루틴대로 지내고 싶다.
아직 약기운에 몸 컨디션이 좀 괜찮아지고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오늘 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이 참 좋다.
어제는 죽을 것 같더니 다행히 이렇게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다.
어딘가 책에서 읽었는데 행복은 좋은 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슬픔과 고생을 겪고 온 것에서 나타난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