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당연히 화목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집은 불편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로 이루어진 한 가정이 내뿜는 공기가 저마다 달라, 섞이지 않은 채 부풀기만 하는 산소주머니가 무섭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타이어를 달고 계속해서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3개의 내비게이션은 저마다 다른 목적지를 설정했고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말은 쉬지 않고 서로의 귀를 간지럽힌다. 운전대는 한 개인데 운전자는 3명인 꼴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가족끼리 이러면 안되지"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구속이자 제약이며, 착한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가족은 항상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 하며, 행복해야 하고, 그 품에서 안정감을 느껴야 하는 것. 빨간불에 신호등을 건너면 안되는 것처럼 가족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 사회가 정한 이 약속을 어기면 우리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부부싸움과 가족갈등, 이혼과 가출 역시 문제 있는 가족으로 보이기 안성맞춤이다. "싸우는 이유는 모르겠고 어쨌든 문제가 있다는 거 아냐?" 사회에서 문제 있는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받아줄 리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족들은 행복을 연기한다. 365일 1년 내내 우리네 가족은 화목(해야만)하다.
가족이 불편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보여주기 싫은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게 되는 것.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 밥 먹는 속도를 왠지 비슷하게 맞춰야 할 것 같고 설거지와 빨래 등 가사노동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공평하게 분배해야 할 것 같다. 삐죽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각자의 살점을 도려내고 깎아내어 구멍을 맞추고 어떻게든 돌려내야 한다. 누구의 뼛조각이 더 많이 갈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톱니바퀴들이 서로 합치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모진 말을 내뱉고, 한정된 공간에서 어떻게든 멀리 달아나려 한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했다는 배반감에 사로잡히다가, "내가 가족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했다니"의 죄책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에 조금의 다툼에도 상처가 크다.
때문에 나는 "우리 가족은 불편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와 맺는 관계가 세상 편안하기만 하다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고 갈등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항상 편안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비단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특정 사람을 위한 관계는 "가족"이라고 부를 수 없다. 가족은 목표 없이 이어진 유일한 관계이다. (설령 목표가 있더라도 그것이 특정인에게 귀속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내가 가족들에게, 또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불편함과 갈등을 항상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왜 불편한가?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꼭 "해결"해야 하는가?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 뒤 가족을 떠올려보라. "나"가 아닌 "우리 가족"은 불편한가? "나의 시선"이 아닌 "가족 구성원"의 시선에서 가족은 편안한가? 그리고, 우리 가족은 "항상" 화목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이로운 표현인지 말이다.
사랑이란 감정에 불편함을 숨기지 말자.
가족이란 단어만큼은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