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지만 내 마음은 푸딩처럼 흐물거려
새해가 밝고 모두 기대와 소망을 가득 품은 채 소원을 빈다.
"이번 년에는 꼭 합격하길" "올해는 꼭 금연에 성공하길" "작년보다 더 행복한 1년이 되길" ("내려갔던 내 주식 역시 반드시 오르길...")
각자 나름의 기대를 품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 나 역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1년을 준비한다. 돌이켜보면 후회와 실망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끄집어내 곱게 다듬어낸다. 작년은 참 소중한 한 해였지.
대학교 3학년 과정을 끝내고 1년간 휴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간 금방 부모님과 함께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마주할 것 같았기 때문. 부모님은 휴학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휴학 계획을 3페이지에 담아 부모님께 보여드리니 못내 허락해 주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딨냐는 표정은 내 마음의 짐을 늘리기에 충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 지 찾아내는 것. 내 또래의 20대들은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불안 속에 하루를 보낼 것이라 내가 유별나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한 뒤 머리를 식히려 뉴스기사와 유튜브를 열어도 취업난, 경제 침체, 갈등과 혐오 등의 자극적인 단어가 눈에 쏙쏙 들어오니 어찌 한숨 쉬지 않을 수 있으랴. 끊임없이 달려도 가상의 경쟁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마음 한 켠 쓰리다.
취업난이고 경제침체고 다 제쳐두고 가장 문제인 것은 단단하지 않은 내 마음이다. 막상 휴학을 하였지만 무얼 준비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또래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결국 돌아오는 소리는 "네가 좋아하는 걸 찾아, 그리고 그것에 미쳐봐!" ...알지. 다 안다. 나도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휴학을 한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수학문제처럼 뚝딱!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니까 우리 모두 "방황"이라 불리는 고민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뀐다. 경제가 불황이라는 말에 "공"자 들어가는 직업과 기업을 찾아 안정적이고 재미없는 삶을 꿈꾸다 하고 싶은 것을 따르라는 말에 다시 책을 펴고 글을 쓴다. 그러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는 날에 "너도 이제 취업 준비 해야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들으면 또 기가 죽어 "그래야지 뭐..."라는 말로 대화를 흐린다. 주위의 사소한 자극에도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는데 내 안의 소리가 들릴 턱이 있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2022년 최고의 명언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누리지 못해 속상할 뿐이다.
고민과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은 계속해서 맴돌지만 결국 스스로가 해처 나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결 잘 안다. 이렇게 징징대는 것도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하는 작은 투정에 불과하다. 결국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지라는 것을 되새긴다. 생에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떠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니 이제 결과로 보여줄 차례겠지.
불안한 마음을 없애려는 시도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그게 인생인가? 감정을 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기로 한다. 없앨 수 없으면 받아들이기로. 속이지 않고 진실을 느끼도록.
사진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