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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Nov 10. 2023

행복한 밥벌이

[문학잡지] <샘터 2023년 11월호> - 나의 일, 나의 행복

밥벌이는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어떤 거창한 이유도 억지스럽죠.
다만, 빈칸을 하나 만들어두고 싶습니다.
이왕 하는 밥벌이, 즐겁게 하기 위해서요.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기 위한 일.'
저마다 자신만의 소중한 수식어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 샘터 11월호 <나의 일, 나의 행복> 서문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일’이라는 말보다 ‘밥벌이’라는 말이 내게 더 와닿았다. 일이란 밥을 벌어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분명 즐거운 일을 하고 왔음에도 ‘내가 한 건 그저 밥벌이일 뿐이야.’ 하며 나의 노동을 스스로 비꼬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이다.


샘터 2023년 11월호 <나의 일, 나의 행복>의 서문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밥벌이라고 불리는 일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행위.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바로 밥벌이다. 밥벌이와 삶은 떼어낼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어쩌겠는가. 떼어낼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하는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월간 샘터 2023년 11월호 <나의 일, 나의 행복>


이번 월간 샘터 11월호에선 밥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2년 연속 승진에서 떨어져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열의를 다지는 직장인, 20년이 넘도록 하루에 300개의 물건을 배달하지만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에 행복한 택배기사님, 퇴직금이 바닥을 보임에도 출판번역가라는 자신의 일을 사랑한 출판번역가 등 모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한다. 이들 모두에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밥벌이로 결부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행복감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삶의 파편인 것이다.


“저는 평소에 제가 하는 일들이 저만의 놀이라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에요. 그저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독서와 걷기 운동을 하는 걸로 충분해요.” - 시니어 N잡러 장필규씨 (p.33)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소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의 괴리는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또한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밥벌이와 엮이면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p.35)이라고 전하는 조연혜 에디터의 생각처럼 대부분의 사회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니어 N잡러 장필규씨처럼 자신의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과 ‘돈’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니까. 일이 주는 성취감이 항상 놀이처럼 즐거운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일’을 사랑하는 일이란 참 어렵다.


하지만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일이 꼭 놀이처럼 느껴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을 통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을 보며 내심 뿌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역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일을 통해 느껴야 하는 것은 비단 일의 결과뿐만이 아닌, 일과 함께 따라오는 행복감이다. 책의 제목에서 우리에게 가르쳐주듯, 우리는 ‘나의 일’과 함께, ‘나의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일은 행복이냐, 돈이냐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행복과 밥 벌어먹을 돈을 동시에 얻는 게 일이 주는 진정한 가치다.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어쩌면 평생 일을 해야 하는 모든 일꾼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자신의 일을 너무 싫어하지 말라고. 자신의 일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행복감을 느껴보는 게 어떻겠냐고. 즐거운 밥벌이. 단순한 문장이지만 이루기 참 어려운 이 삶을 위해 오늘도 다짐한다. 행복한 ‘일’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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