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하 Dec 24. 2023

캄보디아 한달살기가 남긴 것

[기행]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 황병욱

지난 5월,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고 일상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다. 여행의 민족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여행은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행만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한달살기’다. 일주일 이내의 짧은 여행으로는 해당 지역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고, 한 달 이상은 체력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버킷리스트 상단엔 언제나 ‘한달살기’가 적혀 있다.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를 쓴 저자 황병욱 역시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에서 한 달 동안 살고 난 뒤 여행자들을 위한 팁과 느낀 점을 이 책에 엮었다. 한 달간의 경험이 책 한 권으로 나정도니, 타지역에서의 한 한 달은 생각보다 농도가 짙은 듯하다.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 황병욱 (대원사)

캄보디아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 물질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런 질투와 시기, 욕심, 욕망이 없어서 빈민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내 안의 행복을 저당 잡힌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 서문

고대 유적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는 세계 최대 빈민국이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5위 권 안에 든다고 한다. 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평가받지만,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와 부유하지만 불행한 나라. 과연 어디가 더 살기 좋은 나라일까? 캄보디아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가 궁금하다.


저자가 직접 겪은 바로 캄보디아인들은 대부분 욕심이 없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욕심이 없다는 것은 당연히 믿기 어려운 말이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욕심이 적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의 평균 월급은 100~150달러로 한화 약 20만 원 언저리다. 소득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돈이 주는 행복이 살아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시엠립에는 과속하는 차량이 없다. 사람들도 뛰어다니지 않는다. 효율성과 합리성, 빠름을 추구하며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대한민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누군가를 쫓으며, 또 쫓기지 않는 삶. 경쟁에 미쳐 눈앞의 행복을 외면하지 않는 삶. 그들이 행복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이해한다는 것


서로가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소통의 의지만 있다면 거추장스런 언어는 불필요할 뿐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내게 다가왔고, 나를 알고 싶어 했다. 나 역시 그들의 따뜻한 친절에 연신 수첩에 그림을 그리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p.138

여행과 달리 한달살기에서 더욱 자세히 느낄 수 있는 건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현지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한 달간 생활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이든 사람 사는 건 비슷하기 때문에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번역기와 몸짓으로 얼마든지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지역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와 역사, 의식주와 예술, 사회 통념과 가치관 등 모든 문화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장 같은 나라에 사는 우리끼리도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허구한 날 싸우는 판에 외국의 문화를 어떻게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태어난 곳도, 언어도, 생활 방식도, 가치관도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느낀 점은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아이들은 꿈을 꾸며 더욱더 밝은 미래를 위해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결국 한달살기는 사람과 사람 간의 다름과 같음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닐까.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편견과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더 좋은 사람과 사회를 만들어 갈 지름길이니까. 나 역시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면서 한 달 살기 사이트들을 뒤적이고 있다. 이질적인 환경에서 익숙한 사람냄새를 찾길 기대하며, 다름에서 같음을 찾아내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밥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