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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Dec 22. 2023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

[사회] <지방에 산다는 것> - 이일균

지방소멸(地方消滅).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일본의 정치인인 마스다 히로야가 인구의 감소와 그로 인한 지방 붕괴를 언급하며 쓴 책이다. 당시 상세한 연구논문과 해결책과는 별개로 지방소멸이라는 파격적인 키워드 때문에 일본은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2023년 현재.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지방이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지방에서 떠나갈까? 왜 수도권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할까? 그리고 지방이 소멸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경남도민일보 이일균 기자가 쓴 <지방에 산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지방에 산다는 것> - 이일균 (이미지 출처 : Yes24)




서울이 붕괴되는 도미노 효과

지방에서 산다는 게 점점 더 위축되는 세상입니다. 전국 땅덩어리의 11%를 갓 넘는 수도권에는 인구 절반이 몰려 삽니다. (p.11)


‘도미노 효과’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하나의 도미노 블록이 다음 도미노 블록을 차례대로 쓰러져 모든 블록을 넘어뜨리는 것과 같이 하나의 작은 사건이 결국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지방 소멸은 현대 사회 문제의 첫 번째 도미노로 거론되고 있다.


전국 20대 대학의 80%가 서울에 있다. 때문에 모든 학생은 물론 부모님도 합세해 ‘in서울’을 하기 위해 죽어라 경쟁한다. 이로 인해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지방 대학의 인기는 현저히 줄어든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점차 사라지니 근처에 있는 상권과 인프라는 당연히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일자리가 사라진 지방에서 청년들은 더욱더 빠르게 수도권으로 이탈한다. 이것이 바로 지방소멸 도미노의 가속화 과정이다.


사람이 몰리면 필연적으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수는 387만개가 존재하는데, 경기도와 서울이 각각 82만개를 보유하고 있고, 인천을 합치면 50% 이상의 사업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종사자 역시 55%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면적 중 수도권은 단 11%에 해당한다. 이렇게 좁은 수도권에서 자신이 살 집과 회사를 찾으려 하니 당연히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오직 ‘생존’을 위한 경쟁이다.


사람들은 물론 기업들 역시 지방에 자리를 잡을 이유가 없다. 11%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한민국 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니 굳이 일할 사람이 없는 지방에 회사를 차릴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100대 기업 본사 95%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고, 전국 20대 대학의 80%가 수도권에 있다. 인프라는 또 어떠한가. 의료기관의 52%, 공공청사의 80%, 정부투자 기관의 89%, 예금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건 바보 취급 받기 딱 좋은 세상이다.




청년들이 지방에서 떠나는 이유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만이 지방을 기피하는 이유일까? 앞서 살펴본 지방과 서울의 압도적인 환경적 차이가 있지만 ‘지방’이라는 단어 안에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잡대’ ‘촌(村)스럽다’등 지방에 관련된 단어에는 비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출세(出世) 역시 지방이라는 작은 곳에서 벗어나 서울이라는 큰물에서 성공할 때 자주 쓰곤 한다. 지방에서 산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루저’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사람들이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가려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수도권에서 자라왔고, 오직 in서울만을 위해 죽어라 공부한 사람 중 하나다. 큰물에서 놀아야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배워왔다. 하지만 수도권의 현실은 경쟁의 연속이었고, 더욱더 살기 어려워질 뿐이었다. 눈앞에 당장 누릴 수 있는 인프라는 널렸지만, 훗날에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경쟁해야 할 운명이다.


이처럼 취업을 앞둔 나 같은 20대 청년들에게 서울(수도권)은 ‘살아남아야 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차갑고 냉혹한 현실사회의 민낯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실패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는 야생의 세계. 서울은 내게 그런 곳이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중앙집권화를 통한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오늘날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이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방을 살리는 것. 역설적으로 수도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방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다. 마지막 도미노 블록이 쓰러지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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