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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Feb 14. 2023

당신은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가?

[인문]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서평 - 이길보라



“공감”



사회성을 매개로 연대하여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성분이자, 진정한 사회인이 되기위한 덕목이다. 최근 갈등과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공감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저 누군가의 고통을 상상하고 끄덕이는 것만으로 공감을 해치우진 않았는가? 이 책의 저자 “이길보라”는 농인의 부모를 둔 청자인 “코다”이자, 여성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페미니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서 소비성으로 끝나는 공감을 지적하고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감의 의미를 전달한다.



-저자 소개


*이미지 출처 : 권혁재의 사람사진


작가 이길보라는 1990년 생으로 농인인 아버지 이상국, 어머니 길경희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성은 “이”가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동시에 딴 “이길”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 <반작이는 박수 소리>와 도서 <당신을 이어 말한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등이 있다. 앞서 살펴보앗듯 그는 농인의 부모를 둔 청인 “코다”이자, 페미니스트이고, 영화와 책을 창작하는 예술가이다.




-책의 구성 (목차)



책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은 약 200p이며, 출판사 창비와 함께했다. 목차는 크게 1부 <나를 만든 세계>와 2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주로 “코다”로서 살아온 이길보라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여성과 소수자가 이길보라와 함께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가르는걸까. 농인을 말 못하는 장애인이 아닌 ‘목소리가 다른 사람’으로 호칭하는 사회를 상상해본다. 엄마가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그럼 운전은 어떻게 배웠을지 그려본다.”
 p.41




장애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것, 때문에 장애는 “치료”해야하는 것. 무의식 속에 우리는 장애를 정상이 아닌 것으로 바라보았고, 그렇게 교육받았다. 이러한 인식은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는 장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p.20)고 한 저자의 말과 같이 급격한 산업화가 나타난 뒤, 인간은 오로지 노동을 위한 몸만이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비장애인의 “정상”으로서의 강요이자, 폭력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이 “장애의 종식”이라고만 믿는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장애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직접 되보아야 안다."


“너 참 힘들겠다”는 인간이 나누는 대표적인 공감의 말이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전혀 다른 사회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수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어느 섬나라의 문화와 자동차 크락션을 울리면 모두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청인들의 문화는 애초에 시작점이 다르다. 저자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주제이자, 이 책의 제목인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은 아마 귀가 들리지 않는 부모를 위해 통역을 한 것만으로 상장을 주는 사회의 어리석은 시각과 농인의 부모를 둔 코다는 굉장히 불편하고 안쓰러울 것이라는 그 착각으로부터 시작한다. 무의식과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한 공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대로 진정한 공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지쳐갔다. 외치고 싸우는 여성들이 세상을 바꿔낼 거라고 믿었지만 일상을 파고드는 혐오에 쉽게 마음을 다쳤다. 우리는 정말 대항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페미니즘 운동에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p.132







저자는 페미니스트로서 단순히 SNS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헤시태그를 다는 활동, 이른바 “소비적 페미니즘” 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오프라인에서 실질적인 동료를 만나거나 일상을 완벽히 재조정해야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비단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한 페미니즘만이 아닌 관습의 강요의 결과인 결혼 제도에 반대하는 “파트너십 제도인”과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조선재일족”,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미등록 이주자”등도 역시 포함된다. 소수자가 느끼는 차별과 억울함. 그것을 단순히 소비하는 행동과 섣부르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행위의 면모를 보며 다시금 책 제목의 의의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무심코 넘겼던 소수자의 목소리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외면하고 거시적인 것들에 집중한 사회를 다시 바라 볼 수 있었다. “공감”이라는 단어의 무게와 진정한 공감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건강한 사회와 연대의 강력함을 미쳐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자신의 위치와 그에 맞는 행동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므로 오늘날의 불안전한 사회에 조금이라도 회의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협찬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주관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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