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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Feb 23. 2023

에세이 쉽게 쓰는 법

[글쓰기]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서평 - 송숙희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글을 쓰는 속도가 느리다.


쓰고 싶은 글감은 넘쳐나지만 막상 노트북을 켜고 텅 빈 문서를 마주하면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아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정도가 조금 심하다. 1시간 내내 첫 문장을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머릿속의 단어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해 말도 안 되는 비문을 쏟아내기도 한다. 좋은 글, 완벽한 글, 칭찬받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일까. 아침 운동을 하고 저녁밥을 먹을 때가 돼서야 1페이지 내외의 글이 완성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국문학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은 타과생임에도 한 학기에 7개의 국문학 수업을 들은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외부 강사의 글쓰기 강연을 포함한 글쓰기 관련 강의는 빠짐없이 들었다. 글을 쉽게 쓰는 사람들에게 그 비법을 배워 한숨으로 시작하는 글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은 작년 교수님의 글쓰기 수업 부교재였고,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미뤄놓다가 글쓰기가 막막해진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궁지에 몰려야 살 방법을 찾나 보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을 쓴 송숙희 작가는 글쓰기 코치와 콘텐츠 마케팅의 회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였고, 방송국과 광고 대행사,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썼다. 책은 전반적으로 “쉽게 글 쓰는 방법”에 초점을 두어 “O.R.E.O 글쓰기 방법”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약 300페이지의 글쓰기 관련도서이고, 내용이 매혹적이라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쉽게 쓰는 방법은 따로 있다.”

 

작가는 이 책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O.R.E.O 공식(이하 오레오)”만 체득한다면 에세이를 쉽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오레오 공식이란 Opinion(의견 주장하기), Reason(이유 대기), Example(사례 들기), Opinion(의견 강조하기)의 순으로 글을 쓰라는 것이다. O.R.E.O에 해당하는 문장을 하나씩 만들고 그 문장을 토대로 한 단락을 만든 뒤에 4개의 단락을 붙여 넣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고, “서울대에 가려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황당스럽긴 하지만 실제로 브런치에 올라온 에세이 대부분이 오레오 공식과 유사하게 작성되었다.

 

읽기 좋은 에세이들은 자신의 글이 어떤 글인지 제목과 도입부에 명확하게 말하고 있고,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자신의 삶에 비추어 말한다. 또, 자세한 상황설명과 에피소드를 그 뒤에 붙인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게 된 이유, 경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밝히며 글을 마무리한다. 읽기 쉽고 인기 있는 글을 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오레오 공식에 맞추어 에세이를 쓴 것이다. 150년간 이어진 하버드의 글쓰기 비법은 알게 모르게 작가의 감각 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글을 읽는 인간의 심리에 관한 것인데, 작가는 이것을 “세상 모든 글이 넘어야 하는 3번의 벽, 0.3초 / 4.4초 / 180초”라고 하였다. 글의 제목은 단 0.3초 만에 흥미를 자극시키고, 도입부는 4.4초 안에 읽히며 독자의 관심을 끈다. 또한 본문을 180초 이상 읽게 되면 독자는 집중력을 잃게 된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브런치 글들이 파격적인 제목, 강렬한 첫 문장, 1,500자 내외의 글로 구성되어있었다. 재미있는 에세이를 쓴 작가들은 대부분 저 3가지의 초단위 벽들을 극복한 것이다. 짧은 순간에 독자의 관심을 끌고 매끄러운 구성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배워야 할 기술이자, 모든 작가들이 에세이를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고작 이 짧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 나는 한나절동안 노트북과 열심히 싸웠을 것이다.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 더 좋은 문장이 나오지 않을까 하며 지웠다 쓰길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니 단 1시간 만에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엄청난 쾌거이다. 자세히 이 글을 뜯어보면 이 글 역시 오레오 공식을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평임에도 제목과 도입부에 나의 의견을 드러내었으며, 책을 읽게 된 이유를 대학생활의 기억을 떠올려 작성했고, 좋은 글에 대한 사례를 브런치의 글들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경험에 빗댄 나의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했으니 완벽하다.



 

하버드생은 아니지만 그들의 비법을 몰래 훔쳤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재미있게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를 공부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법으로 글에 먼저 익숙해진다면, 나중에는 나만의 글쓰기 비법이 생기지 않을까? 만약, 내가 더욱 글을 잘 쓰게 되어 어떤 글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때에는 망설이지 않고 이곳에 나의 비법을 전수하겠다. 내가 책으로부터 배운 지식과 지혜들을 통해 도움을 얻은 것과 같이 이 글을 읽은 모두가 어제보다 조금 더 글을 쉽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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