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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Feb 24. 2023

취준생입니다만, 왜 다들 퇴사하시죠?

[에세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평 - 송숙희


나는 취준생이다.

 

취준생이라곤 하지만 나는 아직 가고 싶은 회사도 없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20대 중반 “취린이”에 불과하다. 사실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와 사회로 나가기 무서워 도피성으로 휴학을 신청한 것이니 취준생은 나의 요란한 칭호일 뿐. 현실은 “백수”라고 불리는 게 맞는 말이겠다. 매년 열리는 대학 졸업식에 하나둘씩 아는 얼굴이 보일 때쯤, 주변 지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취업 합격소식을 내게 전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부터, 처음 듣지만 대기업 뺨치는 연봉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학교에서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위풍당당하게 나타난 공무원 합격자까지. 내 주위는 어느새 함께 술 마시고 놀러 다닌 청춘 가득 “대학생”에서 사회에 발을 내딛고 경제활동을 시작한 “회사원”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내 주변사람들의 관심사와는 달리 브런치의 인기글을 살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퇴사”이다. 누구는 새벽같이 일어나 학원에 다니며 토익을 공부하고, 기본 자격증은 물론 전문 자격증에 도전하기도 하며, 수백 대 일의 인턴면접에도 사활을 거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 제 발로 나가는 것일까? 어떻게든 일하고 싶은 취준생의 입장에서 “퇴사”는 값비싼 사치이자, 익숙한 푸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서메리의 글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메리의 에세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브런치 북으로 접했다. 뇌의 용량 80%가 “취업”과 “진로”로 가득 찬 내 관심사를 잘 분석했는지 브런치의 알고리즘은 나에게 서메리의 브런치 북을 추천해 주었다. 이 책은 저자 “서메리”가 5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들, 즉 회사생활이 뭔가 삐그덕 거리고, 회사에 있는 내내 체한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은 약 300페이지로 짧은 시간 안에 금방 읽을 수 있는 에세이며, 나는 e-book을 통해 구입하여 읽었다.

 


내가 힘들게 취업하고 퇴사하는 이유?

 

회사원 대부분은 혹독한 취준생의 칼바람을 맞봤을 것이다. 수십 개의 서류지원에도 합격 소식은 들리지 않아 “혹시 내 스펙이 부족한가?”싶어 이력서를 계속해서 채워나가기도 하고, 1년에 몇 번 없는 시험에 떨어져 불합격의 쓴 맛을 맛봤을지도 모른다. 결국 어찌저찌 회사에 들어가 취준생의 딱지를 떼고 회사의 “직원”이 되었을 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기뻐했을 것이다.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쁨과 함께 축하해 주는 주변 사람들, ‘나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축배를 들고 멋진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취업을 목표로 그렇게 열심히 달렸던 그들이 이제 하나둘 회사를 떠나가고 있다.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들어왔던 문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다.

 

왜 그들은 회사를 떠나갈까? 왜 “퇴사”는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에 하나가 되었을까?

 

그것은 회사체질이 아닌 사람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체질? 그런 체질도 있나?” 맞다. 회사는 그냥 다니는 거지 체질을 따지고 말게 뭐 있나.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고, 돈을 버는데 체질을 따질 여유가 없다.


모두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며 1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다수가 결정한 메뉴를 빠르게 욱여넣는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놈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회식자리에서 광대가 되기도 하고, 학창시절보다 더욱 유치해지고 교묘해진 “사내왕따”와 “파벌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회사체질이 아닌 사람들에게 매일 출근하는 회사는 지옥과 따름 없다.

 

그간 수백 년에 걸쳐 견고하게 완성된 “회사의 당위성”에 반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체질이 아닌 사람들도 자신만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자책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프리랜서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스스로의 집단을 형성하기 전까지 그들은 언젠가는 괜찮아진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견뎌낼 뿐이었다.


 

“10개월 뒤에는 불안하지만, 10년 뒤에는 불안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5년 간 다니넌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기로 했다. 회사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영어 학원에 등록하고 번역가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에 다니며 번역가를 꿈꾼다. 불안한 마음과 실질적인 수입원의 부재, 무엇 하나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상이 반복되지만 저자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한다. 회사체질이 아님에도 회사를 다녔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프리랜서의 삶에 만족한다. 저자는 악착같이 프리랜서의 불안정한 삶을 견뎌낸다. 다시는 회사로 돌어갈 수 없어서, 더 이상 회사에서 소비되기 싫어서.

 

취준생에게 “퇴사”란 유니콘의 뿔이나 마찬가지이다. “취업”이라는 유니콘을 보지도 못했는데 그 뿔을 생각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의 현실과, 늘어나는 퇴사자의 고백은 “제발 어디서든 일만 하게 해주십쇼”라는 생각으로 취업을 준비한 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나 역시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회사체질인지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견디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모른다. 역시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당장 마음이 급해 어디로든 취업하자는 마음이 아닌, 나의 체질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 본다. 나는 정말로 취업을 하고 싶은 게 맞나? 회사를 들어가는 이유가 오직 “돈”만을 위한 게 아니었나? 나는 어떤 체질을 갖고 있나? 체질이 아님을 깨닫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한 “퇴사자”에게 박수를, 체질이 아니더라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회사원”에게도 박수를 드리며 부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두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일을 찾아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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