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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Feb 25. 2023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건

[소설] <브로콜리 펀치> 서평 - 이유리

     

“너 조금 특이해” 


어렸을 적 남들에 비해 조금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 말의 뜻을 몰라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 학교가 끝나고 나와 같은 성별의 친구들은 다 함께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향했지만 난 축구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학교에서 한창 격투기방송과 컴퓨터게임이 유행했던 시기에도 친구들이 말하는 전문용어가 나에게는 너무 생소해서 내가 입을 열 차래가 왔을 때에는 '헤헤' 웃으며 난 그런 거 잘 모른다고 내빼기도 했다. 피시방보다는 동네 카페를, 운동장보다는 학교 도서관을 좋아했던 나는 같은 성별의 관심사. 그러니까 "남자 애들이 좋아하는 거"에 비교적 관심이 없었고 자연스레 내 주위에는 동성친구가 몇 남지 않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야 성별에 부합하는 취미 따윈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 나를 보고 "쟤는 좀 특이해"라고 말한 것은 아무래도 칭찬은 아닌 듯하다. 


화초를 매개로 죽은 아버지와 대화하거나, 같은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닌 타인에게 목숨을 바친다거나, 복서임에도 폭력을 싫어하거나, 유령을 볼 수 있게 되거나, 돌과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겠다. 이유리의 책 <브로콜리 펀치>에서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8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항상 우리의 곁에 있었지만 조금 특이하다는 이유로 눈을 맞추지 못하고 대화할 수 없었던 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이 숨겨왔던 일기장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이미지 출처 : YES 24

특이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대, 상황, 성별, 나이 등의 외적 요소에서 “다수”의 그룹에 끼지 못하는 것, 혹은 누군가 규정한 “평범”의 수치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다수의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곳으로 향할 때 휙 방향을 틀어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특이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다. “왜 저렇게 유별나게 행동하지?” “왜 다수와 어울리지 못하는 거지” “평범하게 사는 게 그렇게 어렵나?” 다수의 안정감과 평범함의 당위성에 익숙해진 우리는 둥그런 사회에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이 못마땅스러워 억지로 그것을 눌러버리거나 테두리를 싹둑 자르는 둥 유별난 사람들을 배척한다. 마치 그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 역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 즉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빨간 열매>에 등장하는 유진처럼 죽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식물이 되어 말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지, 대다수는 믿지 않지만 돌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치즈 달과 비스코티>의 마법의 선인장과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렇듯 자신의 특수성을 대수롭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주인공을 특이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독자를 “특이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들은 가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는 호들갑을 떨며 “일반인의 시각”에서 “특이한 사람”들을 해석하려고만 한다.    

  

<브로콜리 펀치>에 수록된 대부분의 소설들이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특수성에 관련된 문제의 “해결”을 원하지만 소설의 결말은 극적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둥둥>의 주인공 은탁의 결정은 독자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평평한 세계>의 고미는 반투명한 상태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특수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이유는 특수성 자체가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인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를 종결하거나 인생의 결말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의 결말은 원하는 것은 오직 일반인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들 스스로가 원한 것이 아닐 테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묻겠다. 당신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특이한 사람들과 선을 긋고 있지는 않는가? 혹은 누가 내린 지도 모른 “평범함”의 기준에 자신이 속해있다고 안도하지는 않는가? 당신이 생각한 그 특이한 사람을 잘 떠올려 보아라. 그 사람이 정말로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특이함의 범주에 넣고 색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 말이다. “너 조금 특이해”라는 말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함께 쓰이길 바라며 70억 모든 특이한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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