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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Mar 01. 2023

야망이라 불리는 작은 괴물

[영화] <대외비> 리뷰 



3월의 시작은 묘한 설렘이 가득하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차가웠던 바람이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따스한 봄날이 시작되는 달. 시련이 지나가고 뭔가 새로운 희망이 시작될 것 같은 간지러운 기분이다. 게다가 3월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3월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전 공휴일인 3.1절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추운 겨울을 지내느라 고생 많았고 이제 따스한 앞날을 기원한다는 보상인 듯 보였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공휴일에 나 역시도 기분전환을 하려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영화관에 가기로 향했다. 하지만 2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관람하며 나의 마음은 불편함으로 가득 찼고, 부푼 기대와는 달리 내 기분은 전혀 전환되지 않았다. 봄날의 시작이 찝찝함으로 가득했다.


이원택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조진웅, 김무열, 이성민 배우가 주연을 맡아 완성된 영화 <대외비>.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세 주연들의 연기솜씨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영화의 주제가 정치와 관련된 범죄물이었기 때문에 나의 구미를 당겼다. 게다가 평소 영화광인 지인 역시 개봉날인 3.1절이 되자마자 이 영화를 예매했다고 해서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약 2시간의 관람 끝에 조진웅의 마지막 얼굴과 함께 크레딧 장면이 올라갔고 연기력과 시나리오, 짜임새 등에 문외한인 내가 본 <대외비>의 주관적인 후기는 "찝찝함"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를 리뷰하자면 "야망 가득한 세 괴물의 지저분한 혈투"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얼핏 보면 누군가가 우위에 선 듯 보이지만 하루아침, 전화 한 통에 그들의 갑을관계는 한순간에 역전된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욕심을 위해 하루를 살아가고 누군가를 배신하고 짓밟으며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간다. 대가 없는 호의는 존재하지 않다. 오직 비즈니스 관계로 철저하게 엮인 그들은 누군가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순간, 아프리카 초원에서 약자가 곧바로 먹잇감으로 전락하듯 주저 않고 물어뜯는다. 이 지저분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상대방이 지쳐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자신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뿐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더 많은 욕심을 부린다. 좋게 말하자면 야망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성공에 눈이 멀어 자신을 주채할 수 없다는 것.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들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아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에 끄덕일 수 있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성공의 단 맛을 탐닉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성과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영화 밖에서도 안에서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 결과 역시 완벽하게 참혹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영화에 반전은 있었지만 현실에 반전은 없었다. 결말 10분 전.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현실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끝이 났다. 권선징악으로 영화가 마무리되었다면 3월의 시작이 조금은 흥겨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흥겨움은 누군가 억지로 꾸며낸 거짓된 감정이라 아마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영화 <대외비>를 보고 찝찝한 마음이 가득한 채 영화관을 나왔지만, 그래도 최근 황홀한 이상에 푹 빠져있던 내가 지독한 현실에 조금은 눈을 돌릴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이상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정치고, 야망이고 뭐고 내일 당장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도 현실은 참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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