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이 개봉한 지 거의 2주가 다 되어간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3은 개봉 10일 만에 누적 관객수 6백만 명 이상을 달성하며 또다시 천만영화 타이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이라는 장르를 굳힌 대한민국 대표 대중영화다.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던 코로나 기간, 영화산업이 휘청한 그 시기에도 범죄도시2가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찍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 상영하고 있는 범죄도시3 역시 천만관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쾌한 농담과 화끈한 액션, 사악한 빌런과, 그런 빌런에게 절대 지지 않는 무적의 마동석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다른 영화와 달리 범죄도시를 예약하며 세밀한 스토리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스토리가 진부한 대중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후회할 걸 알면서도 범죄도시를 본 이유는 이 영화가 갖는 특이점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아닌 예상대로 빌런을 때려잡는 마동석을 보기 위해. 그리고 이번 편 역시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나름 성공적인 영화다.
범죄도시 3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주인공 마동석이 마약과 관련된 조직과 갈등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종된 마약반 팀장과 살인사건, 일본 야쿠자와 연관된 마약 집단. 그리고 내부의 적인 비리경찰 등 사건을 하나하나씩 해결하며 결국 최종 빌런과 1:1 대결을 하는 내용이다. 사실 범죄와 상대방이 달라졌을 뿐 전체적인 흐름은 이전 편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 내용적인 측면을 자세하게 얘기하긴 어렵다.
범죄도시의 내용은 뻔하다. 이미 이전 시리즈를 본 관객들이라면 결국 마동석이 영화종료 10분 전 빌런과 싸워 이길 것을 다 알고 있다. 범죄도시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새로운 클리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같은 뻔한 흐름에 지루해하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갖는다. 가령 범죄도시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인 “진실의 방” 이라던지 “마지막 빌런과의 1:1 대결”에서 얼마나 호쾌한 액션신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만.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내겐 상당히 아쉬운 영화였다. 원작의 <범죄도시>가 워낙 명작이었기 때문에 속편이 나올수록 평가의 잣대가 엄격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범죄도시3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우선 스토리라인이 뻔해도 너무 뻔했다. 앞서 말했듯 관객들이 애초에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지 않더라도 너무 쉽게 다음 장면이 예상되어 흥미가 떨어졌다. 마동석의 대사 하나에도 5분 뒤의 장면이 눈앞에 훤하다. 저 사람은 곧 마동석한테 맞고 쓰러지는 사람이고, 저 사람은 서브캐릭터로 농담만 하다가 집에 가겠구나.
3인 체제의 대립구도 역시 몰입도를 떨어뜨린 이유 중 큰 몫을 차지한다. 본래 범죄도시라 함은 누구와 싸워도 절대 지지 않는 먼치킨 마동석과 그런 마동석을 아슬아슬한 위기까지 몰아붙이는 잔인한 악당의 대립이어야 하는데 이번 편은 빌런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다. 메인 빌런이 명확하지 않아 극적인 대립이 없었고, 이전 편과 달리 개성도 부족했다. 그 결과 분산된 비중은 캐릭터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 그냥 메인 캐릭터 3명이 이리저리 얽히며 흘러가다가 결국 어영부영 마동석의 펀치로 마무리된 느낌이랄까. 긴장이 고조되지도 못한 채 악당이 쓰러지고 말았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재미 부분도 이전 편 보다 뛰어났냐 하면 글쎄다. 물론 재미에 관련된 코드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내가 웃음포인트를 잘 못잡은 걸 수도 있지만, 확실히 나는 이전 편보다 덜 웃었던 것 같다. 전편들의 농담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마무리되어도 "킬링조크"가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던 점을 꼽자면 사운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전 편 보다 타격 효과음이 굉장히 발전된 느낌을 받았다.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빵빵한 스피커와 함께한 안면가격 사운드는 굉장했다. 또한, 이전 편과 달리 서브캐릭터가 여럿 등장한 것도 꽤나 신선했다. "남이수"의 역할을 대신한 "초롱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마동석의 액션씬 보다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빌런을 무찌르고 마동석의 멋진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가 마무리될 땐 역시 괜히 봤다는 후회가 가득했다. 역시 원작의 기대감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리즈물의 숙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그러나 쿠키 영상에 등장한 반가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반가운 얼굴의 등장과 속편을 예고하는듯한 coming soon이라는 문구는 다시 한번 나에게 기대감을 이끌어냈다. 그래, 후회하면서도 보는 게 범죄도시지. 집으로 향하는 나는 어느새 범죄도시4 개봉 예정일을 찾아보고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중영화의 표본이 되어버린 범죄도시. 저 멀리 미국에 외계 생명체로부터 행성을 지키는 히어로 집단이 있다면 한국엔 마동석이 있다. 마블 팬이 아무리 감독과 영화를 욕해도, 하물며 스토리에 실망하면서도 계속해서 마블 영화를 끊지 못하는 건 우리가 후회하면서도 범죄도시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개봉과 동시에 범죄도시3이 천만관객의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