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라도 해야 하는데"

강박증을 없애려는 강박

by 지하

강박(强迫) :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바보스러운", "불합리"로 생각되는 생각이 되풀이해서 떠올라 떨쳐버리지 못해 고민하거나, 그것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것.



글로만 봐서는 본인이 강박을 가진 적이 있는가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다. 대부분은 자신이 강박증에 해당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몇 차례 비슷한 일을 겪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현대인들에게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보다 가만히 앉아 나를 돌아볼 시간은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지 뭐.


나 또한 평일 저녁마다 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나를 돌아보는 일을 소홀히 하곤 하는데 어느새 컨베이어 벨트의 일원이 되어 음식을 포장하는 나를 보고 실망해버렸다. 어렸을 적 기대했던 어른의 모습과는 다른 내 모습에 무척이나 실망해버린 것이다.


아침엔 학교 비대면 수업을,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가는 하루가 일 년 가까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약속을 잡아 집을 나가곤 하는데 그게 나의 새로운 강박이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친구를 설득해 술을 마시거나 그마저도 안된다면 무작정 거리를 걸으며 주말을 꽉꽉 채워 썼다. 남은 게이지를 모두 써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보스럽고" "불합리"하게 주말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속의 그릇은 가득 차지 않았다. 지난주보다는 더욱 의미 있는 하루를, 저번 달보다는 더욱 행복한 주말을 맞이하려고 애쓰자 그것 또한 나에게 노동으로 다가왔다. 의미 있고 행복하려는 마음 또한 나에게 압박으로 다가와 나를 더욱더 지치게 만들었다. 생각 없이 움직이는 평일보다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주말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스스로를 지치게 하는 바보 같은 얼굴이 거울에 비치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나에게 지쳐 생각을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쉬는 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쉬기로, 주말에는 굳이 약속을 잡지 않기로. 그렇게 생각하자 놀랄 만큼 나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안해졌다. '지금 내가 누워 있어도 되는 건가?', '내일이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약속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이 아깝다고 내일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을 비우려는 행동이 오히려 생각을 가득 차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지치게 하는 나에게 신물이 났는데 이건 시다 못해 썼다. 결국 생각 비우기도 생각이 가득 차서 실패하고 말았다.


아직도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 '오늘도 남들보다 뒤처지는구나'라는 생각들이 가득하다. 이젠 나의 강박을 인정하기로 했고 쫓기는 마음을 없애기보다는 그냥 품고 살아가기로 했다. 남들에게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들어도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그래도 인정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굳이 나를 변화시키면서 힘들 필요 없다. 나는 나만의 강박증 환자이고 누구도 고칠 수 없다는 사실. 나만이 나를 고칠 수 있지만 지금이 적당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 편안해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 주치의로서 천천히 나를 치료하기로 했다. 내가 환자고 또 내가 의사니까 언제든 퇴원수속을 밟을 수 있다니 그건 참 좋다.



드리고 싶은 말은 누구나 자신의 병이 있고 고치고 싶어 할 텐데 그럴 땐 해결사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보자.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괜찮다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으니까. 남을 공감하는 것보다 나를 공감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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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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