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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Oct 08. 2023

분당 율동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10월의 산책코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했던가.

오늘은 친구 보러 강남 간다.

그것도 분당 율동공원으로.


분당에 좋은 공원이 여럿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서울시내에서는 거리가 먼 곳이기에 자주 가지는 못한다. 그런데 분당 사는 친구들이 목은산모임이라면  서울 어느 곳이라도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또 멀다 않고 참여하는데 우리 다른 친구들도 일 년에 한 번은 연중행사로 분당 친구들을 만나러 나들이 가자고 했고  모두 이 의견에 적극 찬성했다.

원래 분당에는 가을이 오면  중앙공원으로 꽃무릇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상사화라는 꽃무릇은 몇 년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꽃이지만, 안산 자락길에서나 길상사 뜰에서 가끔 조금씩 보던 꽃이었고  자주 못 보던 꽃이었다.


어느 가을날  영광의 불갑사나 고창 선운사에서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고 하며 붉게 타오르는 넓은 꽃밭 사진이 뉴스 화면을 장식한다, 그런데 그때 굳이  남쪽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분당의 중앙공원에서도 꽃무릇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4년 전 가을이었고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분당 중앙공원에 가서 붉은 양탄자를 넓게 펼쳐 놓은 듯한 꽃무릇 정원을 보며 감탄하고 온 적이 있었다.


올 가을에도 그때 생각을 하며 분당에 꽃 보러 가겠다고 그곳 사는 친구한테 말했더니 "꽃무릇은 이미 다 져버려서 볼 것이 없을 텐데.. "라고 한다. 아니 꽃무릇이 벌써 졌다고?  4년 전에 분명 10월 초였는데.. 실망이 크다.  때를 놓쳤구나!  부지런하지 않으면 꽃구경도 어렵다.

그렇지만 꽃이 없어도 "님"이라도 보러 가겠다고 하니 그 친구가 그러면 자기가 우리를 율동공원으로  안내하겠다고 흔쾌히 대답한다.


율동공원은 우리가 6년 전 봄에 한번 와보았던 곳으로 아름다운 호수가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다.


서현역 2번 출구에서 친구들을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이  아니라  양영디지털고교라는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율동공원 가기 전에 우리에게 분당천의 개울길을 걸어보게 해 주겠다고 분당친구가 앞서서 간다.

개울옆 양쪽 산책길은 나무가 많고  개울물소리와 어울려 아주 운치가 있는 길이다.

개울이 끝나는 곳에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넓은 분당저수지가 나타난다. 드디어 율동공원에 도착한다.


거울 같은  호수는 삼면이 나지막한 산으로 편안하게 둘러싸여 파란 하늘을 반사하고 있다. 때마침 오늘 날씨도 좋아 하늘은 맑고 바람도 선선하여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호숫가 산책길의 나뭇잎들이 벌써 드문드문 물들어 가기 시작하고 있다.

호숫가를 걸으며 분당친구는 때때로 우리에게 호수 물결의 잔잔한 반짝임이라든가  물가의 수초나 풀꽃들을 가리키며 그 미세한 아름다움을 자세히 주의해서 보라고 권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끼리끼리 서로 이야기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이야기들이 그리 재미있는지.


저수지 산책길을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걸어가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풍차와 그네가 있는 섬 같은 곳에 잠시  쉬었다가 호수를 거의 한 바퀴 돌아가니 번지점프대가 있고 책테마파크가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청주한씨 묘역과 사당도 있다.


우리는 책테마파크 도서관 건물 옆으로  약간 오르막 산길로 오른다. 옆으로는 황톳길이 이어져 있어 맨발로 걷는 사람도 꽤 보인다. 요즘 맨발 걷기가 유행인 것 같다.


산길을 내려오니 다시 분당천 개천길이다. 호숫가산책길과 숲 속의 산길, 개천길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아주 좋은 산책코스이다. 분당에 사는 다른 친구 하나도 자신은 근처에 살지만 오늘 걸어가는 길은 처음이라고 매우 좋아한다.


분당천은 계속 이어지지만  차도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큰길로 나와 식당을 찾는다. 인터넷에서 찾아 예약해 둔 보쌈집이 길건너에 보인다. 서현 1동이란다.  여기서 푸짐한 점심에 만족한 다음에 후식은 돌아가는 길 물가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분당 친구들의 황송한 후식 대접을 받고 호강한다.


오늘도 무사히 13000 보쯤 걷고 헤어진다.

분당의 꽃무릇을 제때에 보려면 내년에는 좀 더 일찍 서둘러야겠지?


2023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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