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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03. 2023

그의 정체성은... 사기꾼

운동선수 출신인 그와 사기 전과가 있는 그, 둘의 이야기가 며칠 째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습니다.


처음 그이들의 결혼 발표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는 '뭔가 사기꾼의 냄새가 난다'정도였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그의 외모는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제법 귀여워 보이는 레즈비언 부치... 그런데 남자라고? 예비 신랑이라고? 혹시 FtM 남성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기의 냄새가 나지만 두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들의 미래를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결혼 발표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 날, 그가 여중 졸업생이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다, 긴 생머리로 학교를 소개하며 인터뷰하는 영상까지 공개되었습니다. 그의 사기 전과도 속속 기사화되었지요.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짧은 머리, 그다지 여성적이지 않은 외모, 중성적인 옷차림... 사기꾼인 그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들의 혐오의 대상, 경계의 대상이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마침 무지개 공감클럽이 모이는 날이라 나의 이런 마음을 그로그 카드로 공감받았습니다.

나에게는 성소수자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혐오와 공격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그'에 대한 연민도 있었습니다. 그는 왜 그렇게 거짓말로 자신을 꾸며대는 청년이 되었을까? 그의 유년시절은 어땠길래? 그의 성장기에 경험했던 세계는 어땠길래? 자신감 있게, 자랑스럽게 자신의 학교와 학교에서 하는 일들을 소개하던 긴 머리 소녀는 왜, 어쩌다가 재벌 3세를 사칭하고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갈취하는 그런 어른이 된 걸까요?

내가 이런 궁금함을 갖고, 연민을 갖는 건 그건 아마 내가 청소년들을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 그의 이야기가 계속 파헤쳐지며 등장하는 몇 번의 결혼과 사기행각에 그가 이성애자 여성인지, 동성애자인지, 트랜스젠더 이성애자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또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의 행보를 보며 어쩌면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에게는 좀 더 큰돈을 모을 수 있는 사기의 기술이 필요했고, 거기에 동원된 것이 남성정체성이로구나 정리가 되더라고요. 여성 사기꾼으로서 그는 임신을 빙자해 결혼자금을 몇천만 원 갈취하는 것이 다였지만 남성 사기꾼인 그는 사업가로, 유명 운동선수의 남편으로 더 큰 단위의 돈을 사기 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의 정체성은 사기꾼이라는 거예요. 너무나 퀴어한 이 사건은 그저 사기 행각이었어요. 내일은 또 어떤 기사가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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