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상 강의에서 모둠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대화 내용을 슬쩍 들었는데 "기독교인이라 동성애가 불편해요."라는 말을 듣게 된 거예요.
평등수칙에 있는 수칙들이 나에게 어떤지 살펴보는 활동이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더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좀 더 편하게 안전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시라고 얼른 자리를 떴어요.
그런데 제가 그 말에 영향을 받고 있더라고요.
긴장되고, 불안하고, 화도 났어요.
슬슬 그를 향한 비난이 등장하더라고요.
'기독교인의 기본은 사랑 아닌가? 그런데 동성애가 불편하다고? 동성애자가 불편하다는 거야? 그럼 내가 불편하다는 거네? 그런데 내 존재가 누군가가 불편하네 마네 할 그런 대상인가?'
떠올리고 있는 지금 점점 더 화가 나요.
서운하기도 하고, 상처가 되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요.
"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은데, 화가 나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그이에게 딱지를 잔뜩 붙이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그이를 판단하고 혐오하고 싶어요.
산책을 다녀와서 다시 글을 이어갑니다.
NVC에서 하듯 축하, 애도, 배움을 찾아볼까 봐요.
축하.
무엇보다 그이가 성평등 교육 모둠 활동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거요. 모둠과 강의가 모두 안전하게 느껴지고, 솔직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잖아요.
애도.
그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내가 뭔가 물었다고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줬을까? 하는 생각이요.
배움.
누구나 오는 무지개 공감 클럽을 열어 커밍아웃이 불편한 비성소수자도 올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은 어쩌면 내가 이런 모든 자극에서 자유로워져야 실현이 가능하겠다 싶어요.
나의 배움이 되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