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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Feb 03. 2024

"동성애는 선택하는 거 아닌가요."

"동성애는 선택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어쩌면요. 그렇지만 어쩌면 아닐 수도요.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해요. 잠에서 깰까? 눈을 뜰까? 이부자리 밖으로 나갈까? 이를 닦을까? 샤워를 할까? 아침을 먹을까? 등등이요.

이런 선택 중에 의식적으로 하는 선택과 무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이 있죠. 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에는 내 고민과 판단이 들어가요. 무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은 가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기도 해요. 생각하기 전에 뇌가 몸에 명령을 내리고 몸은 선택하죠. 행동하기로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의식적 선택과 무의식적 선택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동성애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애 경험이 어떤 "선택"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정말 이성애자이기를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억지스러운가요? 그럴 수도 있겠어요.


이런 생각을 해봐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고 참고 본모습을 감추고 살고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들은 이성애 중심사회가 하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자기들 살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사는 선택을 하는 방종하는 사람들로 보여요. 만약 진짜 그런 거라면 얼마나 약이 오를까요?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본모습대로, 감추지 않고 표현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고 질투가 날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안쓰럽네요. 마음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어요.


나는 어떤 선택을 한 건가 곰곰이 생각해요.

나는 한 사람을 만났고 그이가 내 영혼의 반쪽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요. 당연히 사랑에 빠졌죠. 영혼의 반쪽을 만났는데 사랑에 빠지지 않기가 더 어렵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죠. 그리고 함께 살기로 선택해요. 처음으로 크게 싸웠을 때 화해하기 위해 사과하기로 선택했죠. 그리고 다시 서로에게 다정해지자고 약속하는 선택을 해요. 이사를 하기 위해 동네를 선택하고, 집을 선택하고, 이사 업체를 선택했어요. 그랬어요. 매 순간 선택을 했어요. 그런데 그건 그냥 살면서 숨 쉬듯 하는 선택이었어요. 살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요. 동성애자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나로 잘 살기 위해, 나를 온전히 긍정하고 수용하기 위한 선택이요. 그런 선택이라면 어쩌면 선택일 수도 있겠어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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