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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Dec 02. 2023

12월 1일 - 세계 에이즈의 날

2005.12.7

지난 12월 1일 저녁 7시 30분 적십자 간호대학 강당에서는

'Access for all, 2005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 감염인 인권회복을 위한 음악회'

라는 긴 제목의 공연이 있었다.


주관한 단체는 러브포원, 세울터, 에이즈119였고,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대한적십자사,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이반시티의 후원으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이 날의 출연자들은 멋진 언니 한영애, 나무 자전거, 그리고 나-지현이었다.


나는 공연 리허설을 위해 한 시간쯤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로비의 관계자들은 공연 준비로 분주했고, 여기저기서 친절한 얼굴들이 내게 인사를 건네왔다.


리허설을 준비하는 동안 낯선 얼굴의 친절한 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누구시냐 물었더니 순서지에는 없는 오늘의 출연자라 하였다. 후에 무대에서 그이는 스스로를 HIV 감염인 가수라 소개했다.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셨더라면 이런 무대에 선 자신을 보며 자랑스러워 하셨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덩달아 목이 메었다.


공연 중간 중간 기획자가 준비한 영상이 보여졌다. 제목은 '감염인의 하루'.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컴퓨터와 소통하고, 친구와 전화하고, 외출하고, 친구와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고, 그렇게 평범하게 하루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영상물 내내 뒤통수와 등만 보여주던 출연자는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일상, 삶이 다르지 않다는 메세지를 던지며 과감하게 얼굴을 드러냈다. 공연을 지켜보던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얼마나 큰 소록도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HIV와 에이즈는 공포 그 자체였다. 여전히 그럴지도 모른다.

혈액과 체액-생식기에서 분비되는 체액과 모유-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즐겨보는 CSI에서는 감염인의 피를 뒤집어 쓴 살인자가 눈 점막을 통해 자신이 살해한 감염인 여성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에이즈 영화제에서 본 베트남 다큐멘터리에서는 부상을 당한 동생을 업고 병원으로 가다 자신의 상처에 감염된 동생의 피가 묻어 감염된 남성이 등장한다.

알게 될 수록 두려웠다.


그렇지만 HIV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죽는것은 아니라고 했다. '희망의 도시'라는 다큐에서는 마약 중독이었던 남편에 의해 감염된 베트남 여성이 등장한다.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병원에서 양가 식구들에게 감염사실을 알렸을 때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런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얼굴은 내내 활기가 있었다. 그 때까지 보았던 감염인과 에이즈환자들의 얼굴과는 판이하게 다른 표정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감염인 인권회복을 위해 일하는 운동가였다. 베트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등장했다고 하였다. 얼굴을 가리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얼굴을 드러내서 차별이 생길수록 자신은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무척 용감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용감하고 아름다웠다. 그녀가 가진 자신감과 희망이 그녀를 활기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녀를 보고 내 마음속의 소록도는 멀리 사라졌다.

감염인은 작은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것일뿐, 격리하거나 두려워해야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감염인이라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고 희망으로 미래를 설계했으면 한다.

비감염인이라면 무지에서 오는 공포심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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