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께
고양신님,
최근에 고양이천국에 도착한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그 고양이를 잘 부탁드려요.
고양이 천국에서 춥지 않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고양이 천국에는 커다랗고 폭신한 침대와 이불이 있지요?
그 고양이도 거기서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 편안하게 늘어져 잘 수 있겠지요?
지구에서 살 때는 찰리랑 동동이랑 이마 뽀뽀도 하고 그랬는데 거기서도 잘 어울릴지 모르겠어요.
찰리 동동이랑 처음부터 잘 지냈던 건 아니었거든요.
다른 고양이들이랑 다정하게 지내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부탁드려요.
고양신님,
그 고양이는 아무래도 '사초니'인 것 같아요.
어둡고, 주검이 비에 젖어있어 잘 분간할 수는 없었는데 덩치가 꽤나 크고, 하얀 앞발 양말과 뒷발 니삭스를 신은 것이 생전의 사초니 모습 같았어요.
사초니는 찰리나 동동이와는 다르게 과묵하고 사람을 경계했어요. 목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죠. 궁금해요.
고양이 천국에서는 실컷 떠들고 노래도 부르고 천진난만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고양신님,
사초니는 왜 지구에서 떠나갔을까요?
아팠던 걸까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걱정되고 궁금해요.
혹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건 아닌지도 싶고요.
어딘가 아팠다면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살살 어루만져 주세요. 고양신님의 까슬한 혀로 그루밍해 주실 수 있으면 더 안심되겠어요.
고양신님,
그 고양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시원한 대리석 위에 늘어져 살랑살랑 부는 바람 느끼며 잘 수 있으면 좋겠다고,
겨울에는 뜨끈한 온돌에 지지며 뒹굴뒹굴 한가롭게 따뜻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그렇게 전해주세요.
고양신님,
재미있게 신나게 놀아주세요.
이리저리 우다다다,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놀 수 있게 공도 던져주고 낚시도 던져주세요.
최고로 신나게요.
떠나간 고양이들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