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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Dec 30. 2023

올림픽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12월의 산책코스

한동안 매서웠던 한파가 잠시 물러섰는지 날씨가 푸근하다. 그 대신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계속 경고가 뜬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올림픽공원을 걸으려고 한다.

올림픽공원은 우리가 일 년에 서너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즐겨 찾아가서 걷는 공원이다.

지난봄에는 장미원과 꽃양귀비가 그득하게 피어있는 들꽃마루에 올라가서 눈이 시리도록 화려하게 핀 꽃들을 보았지만, 여름에는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 때문에 그늘 좋은 소나무숲길을 즐기지 못했고,  가을에는 때를 제대로 못 맞추어 위례성대로의  샛노란 황금빛 은행나무길을 놓쳐서 아쉬웠었다.


이제 올해는 더 이상 화려한 꽃도 단풍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공원은 여전히 걷기 좋은 곳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  주변에는 갖가지 나무도 많고 소나무숲도  잘 가꾸어져 있기 때문이다.


날씨도 춥지 않고 또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산책날이라서 그런지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 모인 친구들이 열아홉이나 된다. 오래간만에  나온 친구도 있고 5년 만에 다시 나온 친구도 있다. 독감도 유행하고 미세먼지 경고도 있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왔지만 오늘 이곳의 공기와  하늘은 맑기만 하다. 나무와 숲이 많아서 그런가?

오늘은 전에 자주 갔던 장미원과 들꽃마루 쪽으로 가지 않고 반대방향으로 공원 입구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성내천 방향으로 간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을 감싸고 반바퀴쯤 돌아서 잠실을 지나  아산병원 옆으로 해서 광나루에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개천이다. 날씨가 가물어서인지 성내천에는 별로 물이 보이지 않지만 드러난 개천 바닥 위에 왜가리 같은 새들이 거닐고 있다. 성내천은 몽촌호수와 평화의  광장으로도 이어지는데 가는 길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도 많고 누렇게 색갈이 변한 갈대 덤불이 우거져있다. 그 길 도중에 몽촌토성길이라는 팻말이 있고 그리 올라가는 길이 보여서 토성 위로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한다.

이 토성은 백제 초기의 토성으로  6~7 미터 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언덕처럼 보이지만 약간의 경사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더운 봄날이나 여름에는 우리가 피해 가는 길이다. 오늘은 햇볕이 뜨겁지 않으니 그늘이 없어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간다. 토성 위의 정상에도 망월봉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이 망월봉으로 올라가길 잘했다. 여기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공원과 이 주변 송파구 일대의 풍경이 일품이다. 엘타워도 보이고  넓은 경사면에 펼쳐진 노란 잔디밭 위에 저 멀리 그 유명한 올림픽공원의 명물  나 홀로 나무도 보인다. 지난주 눈이 왔을 때 눈 위에 서 있는 나 홀로  나무를  보았다면 더 멋졌을 텐데.. 나흘 전에 내린 눈도 지금은 거의 다 녹고  그늘진 언덕이나 길가에 눈이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이다. 눈 올 때 다시 한번 와 보아도 좋겠다.

나 홀로 나무는 이곳에 올 때마다 매번 멀리서만 보고 지나가서 무슨 나무인지 여태까지 몰랐는데 이제야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측백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도 홀로 푸르구나. 근처에 오래된 은행나무도 한 그루 서 있었지만 지금은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


몽촌토성에서 내려오니 아직도 유적지의 유물발굴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인 모양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고  발굴조사과정의 사진들이 붙어 있다.


이제는 올림픽공원을 가로질러 야외 조각전시장인 조각공원을 지나서 한성백제박물관옆으로 해서 들꽃마루로 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으로 가득 차서 현란했던 들꽃마루는 지금 조용히 겨울잠을 자면서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들꽃마루에서 큰길로 나오면 곧 넓은 차도가 나오는데 이 길이 바로 그 유명한 가을단풍길 위례성길이다.

길 건너편에는 우리가 예약한 식당이 있다. 연말이라서 식당예약이 꽤 어려웠지만 다행히 한집을 찾을 수 있어서 많은 인원이  모두 함께 한자리에서 점심을 할 수 있었다. 한식당인데 음식도 괜찮았는지 반응이 좋다.

그다음에는 다시 올림픽공원역 쪽으로 가서 근처의 한 대형 커피집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걸을 수 있었던 지나간 한 해를 감사하고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게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목은산회 송년모임을 마치고 아쉬운 듯 헤어진다.


오늘은 만 이천보 정도 걸었다.


2023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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