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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an 12. 2024

부천 호수식물원 수피아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1월의 산책코스

얼마 전 어떤 방송에서 부천 상동의 호수공원을 소개하며 공원 안의 호수식물원 수피아라는 곳도 보여주었다.

부천이라면 우리 모임에서 그동안 두어 번 가본 적 있는 곳이다. 봄에는 원미산 진달래 동산에 올라 연분홍 진달래 꽃밭 사이로 거닐어 보았고, 여름에는 부천 자연생태공원을 찾아 무릉도원 수목원에서 시원한 인공폭포를 보면서 산책하고 온 적도 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식물원이 생겼다고 하니 겨울에 갈 곳이 한 군데  더 늘어나서 여간 반갑지 않다.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에 걸을 만한 곳으로 대형온실은 안성맞춤이 아닌가?

목은산모임이 생기고 우리가 걷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겨울이 되니 걸을 곳이 줄어들었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길이 미끄러워져서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실내에서 걷기도 시도하였는데 마곡동에 서울식물원이 조성되면서 대형온실도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였다. 그때는 임시 개장한 2018년이었는데 그때까지 서울주변에서 그렇게 큰 온실에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그전에 찾아갔던 곳은 기껏해야 창경궁 안에 있는 오래됐지만 규모가 작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을 비롯해서 과천의 서울대공원 식물원의 온실, 서울숲의 곤충식물원 정도였다. 그나마 그곳도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출입이 불가능하였다.


어쨌든 그 이후에 여기저기 식물원이 많이 생겼다고 소개되니 겨울에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사실 한국의 겨울은 너무 길어서 11월 중순부터 다음 해 4월 중순까지 다섯 달 동안은 거리 풍경이 대체로 삭막하고 쓸쓸하여 회색 도심에서는 물론 야외에서 걸어도  푸른색 나무나  풀을 보기 힘들다. 침엽수나 사철나무는 적고 활엽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푸른 나무가 많고 꽃피는 가로수길이 있는 제주도를 좋아하지만 제주도를 매주 갈 수는 없으니 가까운 데서 초록색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부천호수식물원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7호선 상동역 4번 출구에서 만난다.  서울 시내에서 여기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여서 몇 사람이나 모일까? 했는데 열세 명이나 모였다. 그런데 오늘 반갑게도 깜짝 등장한  친구 하나가 있었다. 이 근처에 사는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는 그 사이에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모르지만 나와는 동창회에  참여했던 기간이 서로 달라서 그 친구를 여고 졸업 후 거의 60년 만에 만난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서 예전의 다정한 미소를 다시 발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친구가 나오란다고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에 선뜻 나와주었으니 고맙기도 하다.


상동 전철역에서 나와서 직진하여 걸어가니 저 높이 고속도로가 지나가는데 수도권 순환도로이다. 그 아래 교차로에 연결 육교가 있으며 육교를 건너서 맞은편으로 가니 바로 상동호수공원에 이른다.

상동 호수는 20년 전 부천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에 둘러 싸여 있으나 호수의 면적이 워낙 넓어서 그런지  그리 답답해 보이지는 않는다. 호수 둘레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근처에 사는 동네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것 같다.


호수 외곽  산책로와 호수를 한 바퀴 돌고 호수식물원 수피아를 향한다. 수피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떤 친구가 다녔던 광주의 수피아 여고가 금방 생각나서 그 이름과 연관이 있나? 했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숲과 유토피아를  합친 (‘숲+유토피아=수피아') 우리말과 외래어를 합성한 신조어라고 한다. 식물원 수피아의 로고를 다시 보니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2022년에 개장하였다는 이 식물원은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예약해야 하지만 현장발권도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하지 않고 왔는데 다행히 매표소 앞이 한산하여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도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검표를 하고 출입구로 들어가니 입구에서부터 아열대 밀림에라도 들어간 듯 잎이 넓은 키 큰 나무들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게 된다. 여러 종류의 야자수, 파초, 바나나나무, 레몬나무, 고무나무, 바오밥나무까지 그 정도의 이름밖에 모르지만 그 밖의 생소한 이름을 가진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정성 들여 가꾸어져 넓은 나뭇잎들이 푸른색으로 윤이 나며 반짝이고 있다. 크기나 줄기의 굵기로 봐서 나이가 꽤 많은 나무들인 것 같은데 춥고 기후도 다른 낯선 나라에  이사 왔으니 부디 뿌리 잘 내리고 정착하기 바란다.

온실의 한 옆으로 1층에는 휴쉼터와 매점이 있고, 2층에는 스카이워크가 있어 위에서 거닐며 우거진 숲을 내려다볼 수 있고,  북카페와 휴쉼터도 있어  차 한잔 놓고 앉아 쉬면서 온실 쪽으로 열린 유리문을 통해 나무들을 보며 열대밀림 속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한참 앉아서 머물렀다 가고 싶은 곳이다.


상동호수를 한 바퀴 돌고 또 온실 구경도 다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점심은 역으로 가는 도중에 해산물뷔페식당이 있어 그리 들어가기로 한다. 부천시의 돌잔치나 생일잔치를 모두 여기서 하는지 식당은 사람들로 매우 북적인다. 그러나 우리는 예약을 해두었으므로 우리 일행은 따로 독립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은 새해의 첫 모임이라서 예쁘게 꽃장식까지 차려진 식탁 앞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신년하례회의 기분을 낸다.

만보계에서는 오늘도 만보 이상 걸었다고 알림이 뜬다. “축하합니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2024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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