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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an 26. 2024

난지 한강공원

난지 한강공원은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있는 5대 공원 중의 하나이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두 곳이 유명한 데 비해서 평화공원이나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세 곳은 그 이름이 비교적 덜 알려진 것 같다. 이들 공원들은 각 공원마다 따로 걸어도 규모가 작지 않고 풍경도 각기 달라서 아주 걷기 좋은 길인데 말이다.


며칠 전에 눈도 오고 했으니 오늘은 자주 가던 하늘공원으로  가는 경사진 길은 피하고 평탄한 길을 찾아 난지한강공원을 걷기로 한다.


날씨는 춥지 않으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있어서 그랬는지 오전에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모인 친구들은 여덟 명밖에 안 된다. 지난주보다 수가 적다. 혹시 친구들이 감기에 걸렸나? 요즘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많던데.. FM  라디오방송 진행자도 아침부터 콧소리로 시작하더니 지하철 안에도 마스크 쓴 사람들이 많다. 뒤늦게 코로나에 걸렸다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열심히 나와서 걷던 한 친구는 집안에서 넘어져 팔을  많이 다쳐서 못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요즘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인사에는 그저 “조심!”이라는 말이 빠질 수 없다.


난지한강공원으로 가려면 평화공원을 가로질러가서 자유로를 건너서 강변을 향해 곧장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하여 우선 주차장옆으로 흐르는 불광천변으로 들어선다.


불광천은 성산동 옆으로 좀 더 흐르다가 망원동 옆을 흐르는  홍제천과 만나게 되고 홍제천은 성산대교 북단 아래에서 한강으로 합류한다. 홍제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가면  망원한강공원이고 오른쪽이  난지한강공원이다.


성산대교 진입로와 자유로로 이어지는 강북강변로의 교차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고가도로 밑을 지나면 한강변 산책길로 들어선다. 상암나루선착장에서 얼마 가지 않으니 개통한 지 얼마 안 되는 웅장한 대교의 교각이 나타난다. 월드컵대교라고 한강의 31번째 다리라고 한다. 오래 동안 공사 중이더니 드디어 완공되어 개통되었나 보다.


우리가 철이 들고 나서 20대에는 제2한강교(양화대교 1965년  개통)와 제3한강교(한남대교 1969년 개통)가 건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이라는 유행가도 한참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50여 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한강에는  29개나 되는 한강 다리가 생긴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니 정말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후에 폐허가 된 서울과 한강변에서 자라며 유년기를 보냈던 우리 세대는 정말 기적의 한 시대를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대교 교각 밑을 지나 난지한강공원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강건너에 고층 아파트숲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강변풍경을 보며 60년 전의 서울풍경은 어땠을까 하고 상상도 해본다. 옛말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 근처의 강산은 여섯 번도 더 변해서 “상전벽해”를 우리  세대에 직접 경험하는 것 같다. 한강변의 고층빌딩숲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강 오른편에 산처럼 자리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도 그렇다. 두 공원 정상에 올라서 강변과 강건너편을 바라다본 적은 있지만 오늘은 아래쪽 강가에서 위로 두 산을 올려다본다.


그 옛날 “난초와 영지가 자라던 아름다운 섬”이었다는  난지도는 산업화과정에서 오랜 세월 쓰레기섬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지내다가 21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난지한강공원으로 거듭나면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사이의 드넓은 강변고수부지가 모두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공원이 되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가 되어 있다. 겨울이어서 난초와 영지는 볼 수 없지만 나무가 많은 산책로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광장과 여름을 위한 물놀이장 등등 골고루 갖춰져 있다.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야외에서 밤을 즐기려는 캠핑족을 위한 캠핑장도 있고 가양대교 아래 난지천이 한강과 만나는 곳에는 생태습지원도 있다. 그러나 한강공원이 너무 넓으므로 오늘은 캠핑장과 생태습지원까지는 못 돌아보겠다. 도중에 점심 먹을 곳이 없으니 다음에 날씨 따뜻해지면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생태습지원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물놀이장  근처에 튀김닭집이 한 군데 있기는 하나 겨울이어서 운영을 하지 않나 보다. 닫혀 있다.


난지 한강공원의 강변을 둘러본 다음에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쪽으로 자유로를 넘어가는 육교가 있어서  이 육교를 건너가니 두 공원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왼쪽으로는 노을공원 가는 길이 연결되고 오른쪽으로는 하늘공원의 아랫길 메타세쿼이아길이 보인다. 시인의 길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 길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서 눈길도 조금 밟아보며 즐거워한다. 시인의 길이 끝나면 곧 희망의 숲길이다. 이 길에는 눈은 다 녹고 그 대신  떨어진 메타세쿼이아 낙엽이 바닥에 수북이 덮여 있어 마치 주황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지난여름 초록색 그늘로 우리를 감싸주던 숲길이 오늘은 따스한  주황색으로 맞아준다. 희망의 숲길은  정말 사계절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이 끝나는 곳에 구름다리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평화공원이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난지천공원이라는 또 다른 이름과 풍경의 공원과 만나게 된다. 오늘은  구름다리를 건너가지만 호수가 있는 평화공원에는 들리지 않고 광장 앞에서 월드컵경기장 출입구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의 쇼핑몰 안에 있는 한식당에서 오늘 점심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제 식당의 키오스크 앞에서 모두들 각자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 친구들은 이미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서 이제는 키오스크 앞에서 음식 주문하는 일에 능숙해진 것 같다. 상암동에 사는 친구가 사준 커피까지 마신 뒤 오늘의 산행散行?을 무사히 마치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모두  지하철에 오른다.  

오늘은 아침에 집에서부터 나와 오후에 다시 집에 도착할 때까지 15800 보 걸었다.


2024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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