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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an 27. 2024

수원 일월수목원

오늘은 좀 멀리 나가볼까 한다. 작년 5월 수원에 일월수목원이 개장했다는데 그 안에 대형온실도 있다니 추운 겨울에 걸을 곳을 찾는 우리에겐 아주 안성맞춤인 곳일 것 같다. 게다가 서울에서 거리는 멀어도 전철역에서는 그리 멀지도  않다. 지도를 보니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전철 1호선은 서울역부터 수원방향으로는 지상으로 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창밖풍경을 내다보며  기차여행하는 기분을 조금은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도시와 도시가 계속 이어지며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층건물 등 도시의 풍경만 연달아 보인다. 그래서  기차여행 도중에 기대하는 전원풍경은 많이 볼 수 없어도 햇빛이 밝은 창밖 경치는 볼 수 있어 그런대로 괜찮다.

생각하지 않고 탔는데 다행히 천안행 급행열차를 타게 되어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성균관대역에 도착한다. 전철역사 건물은 확장 개축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새 건물이 규모가 상당히 크고 상업시설을 비롯하여 새로운 여러 시설이 많이 갖춰져 있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오늘 걷는 길이 미끄럽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다. 시간이 되니 모두 열명이 모인다.

전철역사를 나와 서부로 대로를 따라 20 분쯤 걸어간다. 서부로는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운동장 앞을 지나가는 넓은 차도인데 방학이어서 그런지 운동장에 학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늘어선 가로수들이 키가 크고 연륜이 있어 보인다. 서부로는 곧 성균관대 교차로에서 일월로와 만나고 길을 건너니 일월공원 입구가 보인다. 공원의 주차장을 지나면 곧 일월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는 얼어 있으나 지금은 반쯤 녹고 있는 것 같다. 얼음과 물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 얼음 위에 많은 새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이 새들을 바라보며 저수지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어제 서울 북쪽 지역에서는 함박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혹시 오늘 이 공원에서 조금이라도 눈구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좀 했지만 이곳에는 눈이 왔던 흔적도 없고 오히려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길바닥이 녹아서 진창이 되어 있다.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데크길의 입구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자와 함께 테이프로 막혀있다. 데크길은 포기하고 둘레길을 계속 걸으며 줄지어 서있는 새들을 보고 무슨 새들이냐고 누군가 계속 묻지만 한참 대답이 없다가 나중에 쇠물닭(뜸부기과)이라는 말이 들린다. 저수지에서 흘러내려가는 일월천을 건너서 벚나무가 늘어선 둑길에 올라 저수지 반대편으로 가니 그쪽 물 위에서는 청둥오리들이 이리저리 떠 다니고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일월공원이 자신의 집 앞마당 같고 전망이 참 좋겠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건너편에 서 있는 유리로 된 현대적 건물인 수목원 온실로 향한다. 일월공원은 무료지역과 유료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일월저수지 주변의 무료공원을 걸어온 것이고 온실에 들어가려면 매표소를 찾아야 한다. 매표소를 지나 방문자 센터에 들어가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천장이 높고 환한 로비의 넓은 공간으로  유리창을 통해서 바깥 야외수목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의자들도 있어 앉아서 경치 감상하기가 아주 좋다. 한쪽에는 카페도 있으나 우선 전시온실이라는 팻말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온실 건물은 방문자센터 밖에 따로 떨어져 있다. 지중해주변 지역의 식물들을 주로 모았다는 규모가 상당히 큰 이 온실에는 야자수와 선인장류가 많이 보인다. 여러 가지 종류와 색깔의 꽃들 특히 부겐빌레아 꽃이 많이 보여서 반갑다. 지중해식 건물에서  볼 수 있는 회랑도 세워져  있어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늘 바깥 날씨가 추웠더라면 따뜻한 온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겨울옷을 겹겹이 입고 왔으니  더운 온실 안에서는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얼굴에 맺히는 땀방울을 닦으며 얼른 나와서 시원한 야외정원으로 나간다. 야외식물원도 예쁘게 잘 조성되어 있다. 분위기 있는 파라솔 아래 놓인 벤치에 모여 앉아서 사방을 둘러보며 마침 점심때도 되니  이런 멋진 곳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 동시에 같이 한다. 하지만 식물원 안에서는 야외고 실내고 취식 금지란다. 꽃이 필 때 다시 한번 더 오자고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수목원의 출구로 향한다.

출구를 나오니 길 건너 가까운  곳에 음식점이 보여서 그리 들어가기로 한다. 돌솥밥, 갈비탕, 육개장으로 점심을 하고 뒷골목에 있는 아담한 카페를 찾아갔는데 우리 열명이 오붓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기쁘다. 멀리 살기 때문에 서울의 모임에 자주 참여할 수 없던 친구들이 오늘은 우리가  가까운 곳으로 왔다고 즐거이 달려왔단다.

얼마 전 부천 호수식물원에서 시작하여 오늘은 또 새로 개장한 일원수목원을 보고 다음 수목원 탐방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니 15000 보 걸었다고 만보계가 알려준다.


2024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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