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Jan 28. 2024

경춘선숲길과 태릉

아침까지도 일기예보는 영하 10도라고 했지만 날씨는 아주 맑다.


오늘은 화랑대역에서 출발하여 경춘선 숲길을 지나 태릉까지 가려고 한다.

태릉에서는 울창한 소나무숲길을 걸을 수 있지만 그전에 경춘선 숲길도 걷기 좋은 길이다.

경춘선 숲길은 예전의 기차로 운행되던 경춘선이 전철화하면서 일부구간이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 남아있는 철로를 그대로 두고(일부는 철로를 뜯어낸 곳도 있다)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어 산책길로도 이용되는 길이다.


경춘선 숲길은 원래 월계동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오늘은 6호선 전철역 화랑대역에서 출발한다.

4번 출구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곧장 철길을 따라 경춘선 숲길로 갈 수 있으나 여기서부터 태릉 방향으로는 화랑로라는 대로 옆으로 나란히 가게 되므로 달리는 자동차 소음을 참고 걸어야 한다. 인터넷 길 찾기에서 검색하면 태릉까지 버스를 타도록 권하고 있으나  우리는 화랑대 철도공원을 통과하여 걸어가는 쪽을 택한다.

4번 출구 건너편으로 공릉동근린공원이 보이고 이 공원을 통과하면 주택가가 나오고 주택가 위를 지나는 북부간선도로 밑 두물다리 아래에서 육사 방향 하천변으로 산책길이 연결된다.


서원교, 호국교라는 두 다리 아래를 지나가니 화랑대 철도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서  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오래된 기차 두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일제 강점기에 운행되던 기차였던지 히로시마 기차라고 쓰여 있고 객차 안에 일본어글자가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옛날 기차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멀지 않은 선로 위에는 예전의 무궁화호 열차 여섯 대가 줄지어 서 있는데 “타임 뮤지엄” (시간박물관) 이란 간판이 달려 있다. 몇 년 전  여기 왔을 때는 못  보던 것인데 최근에 생긴 시설인가보다. 늘어선 열차의  앞쪽으로 가니 입구라고 적혀있고 “기차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이라는 주제로 열차 내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단다. 호기심 많고 전시회 좋아하는 친구들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유료입장이라고 하니 모두 몇 초 동안 멈칫했으나 경로우대 50% 받는다니 일제히 찬성하고 입장한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노인우대를 많이 받아 우리가 공짜에 너무 익숙해졌나?


전시회는 고대 인류사의 시초부터 시간을 측정하려는 인간의 노력(해시계, 물시계, 불시계, 모래시계 등)과 그 과정과 발전, 그 결과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시계들(과학적 , 예술적, 철학적 시계까지)의 발전을 보여주는 실물과 모형도 전시하고 해설과 함께 관련영상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어 재미있게 관람하고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고 하면서 모두 만족하였다. 예정에 없던 시간여행 전시회를 덤으로 보고  뜻밖의  횡재를 만난 기분이다.


시간박물관에서 시간여행을 마치고 열차에서 내리니 그동안 바깥의 햇살이 더 밝고 따스해졌다. 겨울날씨 삼한사온의  순환이 다시 복귀하는 건가?


타임 뮤지엄 건너편에는 화랑대역사관이 서 있다. 이 건물은 옛날 화랑대역 건물로 1939년부터 2010년까지 간이역으로 운영되었는데 폐역이 된 후 지금은 개조되어 역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옛 화랑대역의 대합실에서 이 역의  역사를 볼 수 있었고, 한쪽에는 옛날 기차 내부의 객석까지 재현해 놓아서 우리들은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사진도 찍으면서 경춘선 열차를 타고 다녔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끌어내 보았다.


화랑대 철도공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경춘선숲길의 폐철로 위를 걷게  된다. 선로 양쪽으로 야자매트길과 나무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어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 이 길 오른편으로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이 있고 왼쪽으로는 육사 체육관과  운동장, 그리고 큰길 건너에는 서울여대가 자리하고 있다. 육사 쪽으로는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고 전망이 넓게 트여있어 시원하다. 육사의 체육관을 지나고 야구장이 끝나는 곳까지 가면 태릉 가는 길이 왼쪽이라고 표지판이 있다. 다시 화랑로가 나오고  바로 길 건너편에 태릉 출입구가 보인다.


태릉은 조선의 여성으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한 9 대왕 중종의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의 릉이다. 다른 왕릉들과는 달리 태릉은 단릉으로 이곳에는 왕비릉만 홀로 있고 중종의 릉은 한강 이남의 봉은사 근처 정릉에 있다.


태릉 옆에는 문정왕후의 아들이자 조선 11대 왕인 명종 내외의 강릉이 있다.

태릉에서 강릉 가는 도중의 숲길이 좋지만 이 길은 봄과 가을에만 개방하고 겨울에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홍살문과 정자각 사이의 진입로 주변과 능침주위로 오래된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태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릉 주변의 구조물이나 석상들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들었으나 능침까지 못 올라가도록 목책 울타리가 쳐져 있으므로 가까이 가서 보고 확인할 수 없고 그냥  멀리서 그 넓이만 바라보고 간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탐방객이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넓고 한적한 태릉 소나무밭을 우리가 독차지한다. 날씨도 매우 우호적이다. 두껍게 입은 겨울옷이 더워지기 시작하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쪽빛 하늘이 펼쳐져 있다. 정말 아름다운 이 풍경을 두고 빨리 떠나야  하는게 여간 아쉽지 않다. 점심시간인 한시가 지났으니 말이다.


점심에는 전에도 한두 번 와 보았던 서울여대 근처의 이태리 식당을 찾아간다.

오늘은 모두 열명이 모여서 12000보 정도 걸었다.


2024년 1월 25일

매거진의 이전글 수원 일월수목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