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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Feb 04. 2024

가평 자라섬 이화원

새해에 들어와 벌써 1월은 다 지나가고 2월의 첫날을 맞았다. 아침에 날씨는 별로 춥지 않고 하늘에 구름도 없는데 먼산들의 능선이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맑으면 서쪽에서 시작하여 청계산, 구룡산, 대모산과 동쪽의 검단산, 아차산 능선이 뚜렷이 보이는데 오늘은 그쪽 하늘이 뿌옇고 산은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탓이다.

오늘은 가평의 이화원이라는 식물원을 찾아가려고 한다. 가평이라면  남이섬과 자라섬이 유명하여 우리도 그곳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이화원은 자라섬 꽃축제장과 캠핑장 가는 도중에 있는 실내식물원이다. 작년 봄 자라섬에서 열리는 꽃축제에 가면서 이화원을 지날 때 알게 된 식물원으로 날씨 추울 때 한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해 둔 곳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 우리가 찾아가는 네 번째  실내식물원으로 잡았다. 처음에는 서울숲의 곤충식물원부터 시작하여 부천의 호수식물원, 수원의 일월수목원 그리고 오늘은 가평의 이화원이다.

경춘선 가평역에서 오늘 만난 친구들은 일곱 명이다. 너무 먼 곳이기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모인 사람이 적어서 모임은 오붓하다.

서울에서 멀리 나오니 역시 경치가 좋다. 지금까지 가본 식물원들이 대체로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가까이 있어 고층아파트들로 시야를 가렸는데 가평에 오니 고층 건물은  안 보이고  멀리 높고 낮은 산들만 강물과  어울려 자연의 한가운데 와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겨울철이라서 붐비지 않는 역광장을 지나니 자라섬 방향으로 화살표가 보인다. 길  이름은 문화로이고 조금 가니 가평역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길 호반로로 가라고 한다. 호반로 양옆으로는 상가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몇 분쯤 더 걸어가니 길은 오목교와 달전천이라는 하천과 만난다. 다리를 건너기 전  달전천 둑길은 좌우로 이어지는데 봄에 벚꽃이 많이 피는지 왼쪽으로 달전천 벚꽃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른쪽으로는 호반로가  이어진다. 달전천 둑길 호반로를 계속 걸어가다 보면 하천 건너편에 초대형 비닐하우스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 우리가 갈 이화원이다. 그리로 건너가기 위해서 생태문화교라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니 입구가 보이고 입구에 들어서니 연못과 정자가 있는 야외정원이 있고 정원의 울타리는 나지막한 돌담에 기와를 얹은 한옥 담장이고 이 담장 안쪽으로 장독을 길게 늘어놓아  운치가 있다.

온실 건물은 두 채로  한쪽에는 “동양관”, 또 한쪽에는 ”서양관”이라고 쓰여있다. 우선 동양관으로 들어가니 세상에! 거대한 온실 안에 예전 한국의 시골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앞마당에 꽃밭이 있는 작은 초가집에서부터 오솔길과  개울이 있는 대나무 밭과 동백숲까지 우리나라 남쪽지방의 식물들이 많이 모여있다. 일찍 핀 동백꽃은 벌써 시들어 가고 있다.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서  친절한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이화원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된다. 二和院은 두 개가 화합하는 곳이라나. 원래의 작명 의도가 어떤지 모르지만 오늘날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세상일을 꼭 두 가지로 양분할 필요가 있을까?

맨발 걷기가 유행인 요즘 추세에 따라 온실 안에서는 맨발로 걷는 관람객도 꽤 있다.

한국관이라고 해도 좋을 동양관을 돌고 나니 서양관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입구에는 브라질 커피 가든이라고 그려져 있고 이 통로를 지나니 이곳은 완전히 열대 밀림이다. 부겐빌레아꽃이 우리를 반기나 했더니 바나나 나무와 커피나무가 가득하다. 원래 이곳에서 커피 농장을 하려고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피나무가 많고 나무에는 빨간 커피콩이 탐스럽게 달려있다. 아주 오래된 올리브나무까지 있다. 그 앞에는 자라섬이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라고 일깨워주듯 커다란 기타 모양의 조형물도 놓여 있다.  관람로 중간쯤에는 서양식 회랑 안에 탁자와 의자도 놓여 있어 쉬어가면서 관람할 수 있다.

작년 6월 자라섬에 꽃구경 갈 때 이곳을 지나며  밖에서만 보고 그저 규모가 좀 큰 비닐하우스인가 보다 하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안에 들어와 보니 건물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상당히 높고 넓은 공간  안에 푸른 초목들이 가득 차 있고 재미있는 시설물도 많아 볼거리가 풍부하다. 최근에 가본 부천이나 수원의  최신식으로 지은 현대적 유리건축물 온실의 외관을 생각하고 선입견을 가졌었나 보다. 들어갈 때 입장권을 사면서 가평군민만 우대하고  일반노인은 우대 안 해준다고 해서 좀 섭섭하긴 했지만 나올 때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얼마 전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했다고 들었는데..)

나오다 보니 두 채의 온실 입구 전면에 각기 다른  조형물이 서 있는데 아마도 단조로워 보일지도 모르는 반원형 온실 입구 전면을 장식하기 위해서 세웠나 보다.  

이화원에서 나와 자라섬의 캠핑장 쪽으로 강변을 조금 걸어가는데 캠핑장에는 인적이 없고 강물은 아직 하얗게 얼어있다. 확실히 이곳의 날씨가 서울보다 더 추운가 보다.

돌아올 때는 갈 때와는 다르게 반대편으로 이화원 바로 옆으로  난 제방길을 따라가다가 오목교를 건너서 가평역 방향으로 간다.

이 근처 춘천에서는 닭갈비가 유명하니  점심으로 닭갈비 집을 찾아가는데 다리를 건너니 금방 한 집의 간판이 보여서 그리로 들어간다.

그런데 한 친구가 닭갈비라는 음식을 난생처음 먹어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닭갈비 요리에 갈비가 없네?라고 해서 모두 웃었다. 매운 양념을 적당히 조절해 가며 채소와 함께 알맞게 볶아 먹고 볶음밥과 막국수로 마감하니 모두 대 만족이다.  거기다가 커피까지 서비스로 받고.

식당에서 나와 가평역으로 돌아갈 때는 다시 오목교 쪽으로 가서 왼쪽의 벚꽃길로 들어서 문화로를 찾아 돌아왔다.

서울에서 가평까지 오려면 보통 시내에서도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이상 걸리지만 산천이  아름다우니  정말 경치 감상하며  걸어 볼만한 길이다.

오늘은 온실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했지만 전철 탄 시간이 길어서인지 걸음수는 얼마 안 된다. 만보 좀 넘었나?


2024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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