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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13. 2024

매일 한 줄 쓰기 3주 차

#10일차

얼마 전 닌텐도의 피크민 블룸이라는 것을 깔았다. 닌텐도에서 만들었으니 게임은 틀림없고, 걷는 것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 걷기를 독려하는 정말 끝내주는 게이미피케이션 그 자체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관심사이고, 걷기도 해야 하니 선배 언니의 영업에 흔쾌히 말려들었다.

그날부터 피크민들(요 녀석들 너무 귀엽다.) 부화시키고, 걔들이랑 꽃 심고, 미션 달성하고 아주 성실하게 피크민 블룸에 충성하고 있다. 어플에 접속하면 재화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주는 각종 어플들은 등한시하고 현생에 하나 도움 안 되는 피크민블룸에 빠져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 것은, 스마트폰 의존증을 걱정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쉽게 빠지기 때문일 것이다.

놀아본 놈들은 아는 거지...

#일단쓴다

#피크민블룸친구추가대환영

#요즘산호피크민이벤트중


#11일차

오늘 줌으로 일본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를 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공부방 소녀서당>부터 <페미니즘교육연구소 연지원>까지의 활동에 대해 묻고 답했는데, 그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내가 최근 10년간 뭘 했는지 정리가 되더라.

그랬구나. 나 열심히 살았구나!


나를 초대해 준 일본의 페미 친구들 고마워~


#일단쓴다

#한때페미니스트가수였던교육개발자라니ㅋㅋ


#12일차


오늘 수업에서 만난 소년들.

한 소년은 "나는 이 수업이 너무 싫어요."

한 소년은 "…" 말없이 엎드려 잠을 잤다.

한 소년은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공감연습시간이었는데, 불주먹은 이 소년들과 어떻게 했을까?


#일단쓴다

#충전기챙겨놓고집에두고출장온사람

#이번출장짐챙기기엉망

#묵호의밤


#13일차

화요일부터 연일 비폭력대화 수업이다.

오늘은 묵호의 동호초에서 6학년 어린이들을 만났는데, 1/2교시에 수업 들었던 학생들은 책상 없이 의자만 갖고 서클로 앉아 수업받느라 나중에는 교실 바닥에 엎드려 배를 깔고 둘씩 모둠 활동을 하더라.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6학년 1반부터 3반까지 느낌과 욕구를 찾는 게 재미있었다, 즐거웠다고 말해주는 학생들 덕에 나는 계 탔다! 세상에!!

#일단쓴다

#비폭력대화가르치는불주먹

#성이비폭력이라고하니be폭력이냐고묻는창의성이라니


#14일차


오늘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비폭력대화 수업을 했다.

남녀공학이었고, 1학년 대상 수업이었다.

1/2교시, 3/4교시 블록수업으로 진행했고, 주제는 관계개선, 폭력예방이었다.

이 수업은 강사가 두 명씩 들어간다. 작년에도 호흡을 맞췄던 선생님과 짝이 되었는데, 수업의 앞부분을 그 선생님이 진행하시고, 나머지를 내가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들어가게 된 반은 가장 '착한 반'이라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쉬는 시간 후 가장 악명이 높은 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담당 교사들의 염려가 매우 컸다. 사전에 특별히 부탁하는 내용도 공유하고, 수업 당일 아침에도 대기실에 찾아와 염려를 나누기도 했다.

수업 시작 직전, 우리를 안내해 주신 선생님이 들어와 힘 있고, 엄한 목소리로 ‘어렵게 모신 분들이니 수업을 잘 듣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무섭게 하시며 몇 번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 맞춤을 하고 우리들에게는 친절하게 인사하고 가셨다.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이 반의 어떤 학생들이 ‘그’ 학생들인지 알 수 있었다. 마침 그 ‘엄한’ 선생님이 이 학생에게 ‘그만!’ ‘입 다물어!’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비폭력’ 대화 수업을 하러 갔는데, 교실은 일순간 이 수업을 효율적으로 잘 진행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인 침묵으로 가득 찼다. 침묵과 함께 침울함과 저항감도 일어나기 시작하는 듯했다.

선생님으로부터 ‘그만!’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듣다가 결국 불려 나간 A는 교실에 돌아와 앉자마자 인형을 껴안고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개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다들 인터뷰 짝꿍을 찾아 움직이는 데 A는 여전히 잠을 잤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등에 손을 살짝 얹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인터뷰해야 하는데, 일어나야 되지 않을까? 어때? 할 수 있겠어?’ A는 눈을 감고 엎드린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할 거야? 그럼 이따가 모둠 활동은 할 거야?’ 그러자 A가 고개를 끄덕인다. 인터뷰는 하지 않고 모둠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가웠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대답을 해주다니. 3교시 45분이 지나고 쉬는 시간 후 다른 교과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후반부는 모둠에서 느낌 욕구를 찾으면 공감 연습을 하는 것인데, 5명 모둠이 함께 연습하는 것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활동 설명을 하고 모둠마다 돌아다니 활동을 돕고 있었다. 점잖아 보였던 선생님의 호통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 모둠에서였다. A는 어느새 일어나 앉아있었고, 이번에는 다른 학생 때문에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고 계신 거였다. 아 저 모둠에 모여있구나. 두어 번쯤 더 선생님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그 모둠에 갔다. 사실 나도 그 모둠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소리를 지를 뻔했는데, 그때 바로 다른 모둠으로 도망!!을 간 터였다. 그 선생님 마음이 이해되었다. ‘따박따박 말대꾸에 까불거리며 약 올리는 모습’이라니… 소리 지를만하다 싶었다. 그 모둠으로 가서 보니 몇 명은 뭔가를 쓰고 있었고, 몇 명은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모둠 활동은 안 되겠다 판단하고 한 명씩 1:1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공감받고 싶은 자신의 상황을 다 작성한 학생의 활동지부터 살펴보며 느낌과 욕구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문제의 A. A는 이미 ‘게임을 할 때’라고 써놨다. ‘오 벌써 썼네?’라고 기뻐해주며 느낌과 욕구 찾기를 도왔다. ‘아이씨 난 이 수업이 너무 싫어서 치욕스러워요!’라고 하는 B에게 갔다. ‘그래? 그럼 넌 여기 왜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선생님이 있으라고 하니까요!’ ‘아! 그렇구나. 선생님이 있으라고 해서 있는 거구나. 그럼 그럴 때 느낌 욕구 찾아볼까? 일단 싸보자. 나는 듣고 싶지 않은 수업인데 선생님이 있으라고 해서 있을 때, 어때? 이럴 때 네 마음은 어떻니?’ 그랬더니 ‘치욕스러워요!’ ‘그래 치욕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은 어때? 여기(느낌말 목록)에서 찾아보는 거야.’ 그랬더니 어느새 눈길이 느낌 욕구 목록에 머문다. 그래 그러면 된 거야. 오늘은 이 목록을 쳐다보는 걸로 만족. 그리고 그 옆의 C를 쳐다봤다. C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저는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저는 그래요. 움직여야 해요.’ ‘그래? 그렇구나. 그럼 그걸 써보자.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사람인데 수업이라서 가만히 있어야 할 때, 느낌이 어때?’ ‘답답하고 지루해요. 짜증 나요. 화나요.’ ‘그래 그렇구나. 그럼 어떤 중요해서 그런 걸까?’ ‘중요한 거요?’ ‘여기 욕구에서 찾아보자. 신나게 움직이면 재미있어? 재미가 중요해?’ ‘아! 네. 재미있어요.’ ‘그래. 움직일 수 있는 자유, 자율성이 중요해?’ ‘네 맞아요. 자유요.’ ‘운동이나 편안함은 어때?’ ‘맞아요, 맞아요, 그거 다 중요해요!’ 놀랍게도 C는 나와 느낌과 욕구를 찾는 동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느낌 목록 카드를 열심히 봤다는 것!

그렇게 악명 높은 그 반의 수업을 마쳤다!!


#일단쓴다

#지난번에이어서씁니다

#내일특강까지마치면이번주비폭력대화수업대장정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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