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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14. 2024

호암산 숲길공원

일기예보에 오늘 비소식이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오늘은 서울의 남쪽 금천구에 있는 호암산으로 가려고 한다. 호암산은 관악산 끝자락에 있는 산봉우리를 말하는데 조선 태조시대에는 경복궁에서도 보이던 호랑이 형상의 산이었다고 한다.


최근 듣게 된 정보에 의하면 호암산 자락에 “호암늘솔길”이라는 무장애숲길이 있다고  한다. 마침 숲이 좋은 그늘길을 찾던 중이어서 늘 솔바람이 부는 길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이 마음에 들었고 그 이름대로 소나무숲도 좋을 것 같아서 오늘의 행선지로 정했다.

가는 길을 찾아보니 호암늘솔길은 서울둘레길 호암산코스의 중간쯤에 있고 호압사라는 절 근처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서울둘레길 호암산코스가 시작되는 1호선 석수역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석수역에 열명이 모였다. 역에서 나오니 금방 산이 앞에 보인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산을 향해 역 건너 맞은편으로 난 삼성산길이라는 큰길을 따라  걸어간다. 길 이름을 보니 삼성산도 가까이 있나 보다. 삼성산길이 끝날 무렵 호암산숲길공원이라고 표지판이 나타난다. 역에서 얼마 걸어오지 않았는데 곧 숲을 만나게 되니 반갑다.

공원을 지나 서울둘레길 표시인 주황색 리본을 따라 올라가려니 오르막 돌계단을 만난다. 높이 올라가는 계단이라 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올라가려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앞서 가던 한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계단 아닌 우회로가 있으니 그리 가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좋아라고 알려준 대로 계단 앞에서 야자매트가 깔린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정말 계단도 없고 숲이 울창한 산속 오솔길이다. 초반에는 숲길을 즐겼으나


아무리 가도 우리가 가려던 방향과는 멀어지는 것 같고 갈림길에서는 우리가 가야 하는 호압사 방향의 이정표도 보이지 않아 난감해진다. 그때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한 여성을 만나 물어보니 자기도 호압사 쪽으로 가는 길이니 우리와 동행해 주겠다고 방향을 반대로 안내한다. 고맙기도 하지. 그 여성은 안양 쪽에 살면서 이곳에 운동하러 자주 오는 모양이다. 완만한 경사길이지만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우리 친구들은 힘들어하면서 쉼터나 벤치를 찾으나 쉬어갈 곳이  없다. 우리의 길 안내를  자청하며  같이 걸어준 그 여성은, 이곳이 서울의 시흥동과 안양시의 경계지역이어서 관리가 좀 부족한가 보다고 대신 변명해 준다. 우리는 능선길 옆 아무 데나 주저앉아 땀 좀 식히고 쉬었다 천천히 가겠으니 먼저 가시라고 안내인을 앞으로 보내준다. 이제 능선에  오르니 갈길도 웬만큼 보이는 것 같아 젊은 여성의 운동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숲이 울창한 능선길을 호암산 정상 방향으로 좀 더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에 석수역으로 내려가는 팻말이 보인다. 원래 계획했던 호압사까지 가려면 능선으로 직진해야 하는데 앞으로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우리가 우회로로 여기까지 돌아오는 바람에 시간도 이미 많이 지났다. 모두 덥고 땀이 많이 나서 힘이 드는지 석수역 표지판을 보고 도중에 되돌아가기를 원하기에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 가파른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자주 걷지 않던 쉽지 않은 길이다. 울퉁불퉁한 자연석 돌계단과 가파른 흙길이 많아서 등산지팡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완전한 등산로이다. 엊그제 비가 온 뒤라서 길이 미끄러워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 내려오는 도중에 정자가 한 채 있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쉼터에 한번 앉아 보자, 하면서 이곳에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쉬어 가기로 한다. 이곳 위치가 남서울약수터라고 하지만(지나가던 행인이 알려준다) 약수터는 어디  있는지 눈에 뜨이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가 계단 끝에 도달하니 한 시간쯤 전에 우리가 들어섰던 야자매트가 깔려있는 우회로가 보인다. 말하자면 우리가 내려온 이 계단길이 서울둘레길로 올라가는 지름길이었는데 우리는 미리 돌계단 오르기는 피했지만 결국은 피했던 길로 되돌아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석수역을 출발해서 호암산 숲길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온 셈이다.  


무릎과 허리가 특히 약한 친구들이 걱정이 되었지만 모두 조심조심 무사히 내려왔다. 돌계단을 올라갔더라면 그것이 더 좋았을까 아니면 내려온 것이 더 좋았을까, 머릿속으로 양쪽 길을 비교해 보며 큰길로 내려와서 석수역 건너편의 식당가를 향한다. Y가 아침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놓았다는 코다리조림 집이 보인다. 여사장인지 종업원인지 좀 무뚝뚝했지만 음식은 푸짐해서 잘 먹는다.


점심 후에는 S 가 자기 손녀딸이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기쁘다고 후식으로 한턱내며 다른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부러움도 산다. 시원한 카페에서는 이제까지의 더위도 힘들었던 길도 모두 다 잊는다.


오늘 걸은 코스는 우리가 6년 전에 서울둘레길을 처음 찾아다닐 때 한번 걸어본 적이 있는 길인데 모두들 기억이 안 난다고 하여 기록을 찾아보니 그때 공지된 행선지가 “관악산 시흥계곡”이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어디서부터  관악산 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코스가 그때와 비슷했어도 정확하게 말하면 “호암산 숲길공원"이다.


오늘은 원래 목적지인 호압사와 호암늘솔길까지 가지 못하고  많이 걷지도 못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그래도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 만보기는 “축하합니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라고 번쩍거리며 알림을 보낸다.


저녁때는 기록의 귀재 A 가 6년 전에 여기 왔을 때 호암산  안내도 앞에서 찍은 사진을 톡방에 올리며 우리의 기억을 새롭게 다시 한번 끌어내준다.


2024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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