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차
올림픽과 관련해서 생각이 많다.
남성중심 스포츠 세계에 여성의 자리를 만들고,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성별의 구분이 견고하고 명확하고.
그런 질서에 젠더 구분을 넘나드는 존재들이 등장했다.
혼란.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고 싶다. 그들의 마음과 고통을 보고 싶다.
우리는 어떤 의도를 가질 것인가?
#일단쓴다
#쓰기시작하자
#31일차
적당한 거짓말
택시를 탔다.
ㅋㅋㅇ택시 기사님들은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인데 이 기사님은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무더운 날씨로 시작했다.
나는 적당히 호응했다.
더운 날씨에 시위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침묵했다.
그도 반응을 읽었는지 새 에어컨을 설치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에 15kg 되는 강아지가 있어 고장 난 에어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 2월에 데려와 이름이 이월이고, 생후 2개월 데려왔는데 용변을 화장실에서만 보더라는 '우리 애는 영재' 스토리, 그러더니 얼마 전까지 장판 뜯기에 벽지 긁기에 아주 말썽을 부리다가 다섯 살이 되니 점잖아졌다는 얘기.
어느덧 홍대미대를 간 딸 얘기며, 이혼한 전처는 남보다 못하다는 얘기 끝에 나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다 컸겠어요."
"네. 그렇죠. (우리 냥따님들은 다 성묘죠)"
"아저씨가 잘해줘요?"
"네. 잘해줘요. (나나 우리 애인을 아저씨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뭐 나도 아저씨에 가까운 것 같고…)"
"부부사이가 좋아요?"
"네. 좋아요. (그래서인지 이성애자 커플들도 상담 요청을 종종 해요. 어떻게 그렇게 사이가 좋냐고요.)"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게 되었다.
잠깐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에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조금은 연결되었을까?
적당한 거짓말로 그의 관심에 호응하고자 했던 나의 다정함이 그에게 잘 전달되었을까?
그랬을까?
그의 전처를 향한 서운함과 그가 느끼는 외로움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
#일단쓴다
#멘인게이지코리아네트워크모임하고충만해져서연민의마음으로기사님공감세션진행함
#32일차
최근 퇴직한 좋아하는 선배집에 놀러 가서 오랜만에 타로를 읽어줬다.
탄생카드를 보는 순간 그가 왜 그런 사람인지, 나는 왜 그런 그를 좋아하고 아끼는지 알게 되었다.
에너지가 달라진 그를 설명하는 올해의 카드를 보며 안심했다.
올해 안에 휴식을 위한 긴 여행을 떠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과거와 현재 미래 카드를 뽑았는데, 현재의 나를 구속하는 나를 해방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를 위해 가져간 타로가 따뜻함과 위로, 돌봄이 되었다니 기쁘다.
타로를 자주 갖고 다녀야겠어.
#일단쓴다
#라이더웨이트타로
#33일차
휴가, 여행을 따로 챙기기가 어려운 집사 겸 냥따님들 양육자 두 사람이 하루 휴가를 내 데이트를 했다.
시작은 동네 맛집에서 점심 식사.
오늘 셰프가 누구냐, 맛이 이렇네, 저렇네… 그렇지만 행복하게 마무리.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냥따님들을 위한 선물 득템을 위해 당근질을 하고, 고양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아니 왜, 어째서, 전시 초입부터 눈물바람…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 이웃, 지구마을 동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너무 벅차서.
이런 공동체라면 성소수자인 나도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린이도, 청소년도, 노인도, 장애인도 배제되거나 소외되고, 비가시화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덕심이 벅차서.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https://www.nfm.go.kr/user/planexhibition/home/20/selectPlanExhibitionNView.do?page=1&planExhibitionIdx=1331
는 8/18일까지
제가 왜 울었는지 추측해 주세요. 엉엉
#34일차
이틀짜리 이매진xNVC 연수를 진행하려 홍성에 왔다.
그전에 선배집에서 얻어온 복지용구(?)를 드리러 할머니댁에 들렀다.
보통이라면 할머니댁을 방문하는 일요일에 갖다 드려도 되지만 일요일까지 홍성에 머물 예정이라 오늘 들러야 했다.
변기에 간편하게 설치하는 안전바와 다리 베개 2종.
베개는 커버를 깨끗이 빨아 씌웠다.
마침 이모가 외출한대서 현관문은 할머니께서 열어주셔야 했다.
요즘 거의 소파에 앉아 계시거나 화장실, 식탁 정도만 움직이시는 상황이라 현관문까지 걸으시게 하는 게 내심 걱정스러웠다. 혹시라도 넘어지시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던 일은 없었고 무사히 전해드리고 길을 떠났다.
차 안은 에어컨 덕에 시원했지만 휴게소에서 내렸다가 아스팔트 위에 녹아내릴뻔했다.
평소에는 잘 사 마시지 않는 얼음 음료까지 사고…
주최 측에서 마련해 주신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사방이 녹음인 농촌 마을 작은집 마당에서도 녹아내릴뻔했다.
해가 지고 나니 그제야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벌레 소리도 들리고.
이제 내일 이매진 준비해야지!
#일단쓴다
#미션에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