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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Oct 06. 2024

관악산공원

지루하게 계속되던 열대야도 끝나 가는 것 같고 아침저녁 날씨가 좀 서늘해지기는 했으나 아직 한낮의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또 그늘 좋은 산속의 계곡길을 찾아가야겠다.


오늘은 관악산공원에서 걸으려고 한다.

관악산은 지난주에 다녀왔던 수락산처럼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가까이 가기엔 너무 먼 높은 산이었다. 서울둘레길 일부도 관악산 자락으로 지나가는 코스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높고 험한 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2 년 전에 관악산 입구 서울대학교 교문 앞에 지하철역 관악산역이 새로 생기고 나서 접근이 쉬워졌다.

그때는 아직 코로나 시절이어서 단체활동이 자유롭지 않았고 장마철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조용히 찾아와서 계곡의 울창한 숲과 넓은 계곡길을  걸으며 흐르는 우렁찬 물소리에 반해서 돌아간 적이 있다.


관악산에는 계곡이 많아서 여러 군데에서 물길이 갈라져 내려오지만 서울대학교 옆으로 흐르는 신림천에서는 물놀이와 산책을 할 수 있는데 그 외에도 골짜기 주변을 공원으로 정비하여 이곳을 가리켜 관악산 자연공원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예전에 차를 타고는 서울대 입구 옆을 많이 지나가 보았지만 그 옆에서 시작되는 관악산 신림 계곡이 이렇게 넓고 깊게 이어지는 줄은 몰랐고, 다만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만 있는 줄 알았다.

오늘은 지하철 신림선의 관악산역 1번 출구에서 모이는데 모두 열두 명이 모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랜만에 나온 친구들도 몇 있다.

출구에서 바라보니 관악산공원이라는 현판이 걸린 커다란 한옥 지붕의 출입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 아래로 등산화, 지팡이, 큰 배낭등 등산장비를 완전히 갖추고 등산객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입구를 지나니 곧 계곡과 그늘진 숲길이 나타난다. 이 숲길은 넓게 포장되어 있어 두세 명이 짝을  지어 이야기하며 산책하기에 좋다.

공원은 캠핑장을 비롯해서 계곡을 이용한 물놀이장과 야외식물원, 모험숲, 호수공원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방학이 끝난 오늘 계곡의 물놀이장에는 흐르는 물의 수량도 적고 물소리도 작아지고 노는 아이들도 볼 수 없어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주목적은 계곡의 물놀이가 아니고 무장애숲길을 찾아서 걷는 것이다.

제1 광장을 지나 제2 광장 화장실 앞에서 관악산 무장애숲길이 시작된다. 입구에서 데크길에 들어서니 곧 빽빽한 숲 속이다. 잣나무 쉼터와 도토리 쉼터를 지나니 바위 쉼터에 이른다. 바위 쉼터에는 하트 바위라고 적힌 명판과 함께 커다란 바위 하나가 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위아래가 눌린 하트 모양이다. 모양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하트 바위라니 그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안 찍을 수 없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한 아주머니가 시키는 대로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각자 한 팔을 들어 올려 모아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모두 포즈를 취한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두 손들이 잘 모아지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쉼터에 이른다. 전망쉼터에 오르니 관악산 자락을 차지한 서울대학교의 많은 건물들을 비롯하여 멀리 남산까지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무장애데크길 덕분에 우리가 관악산 중턱까지 올라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전망할 수 있다니! 뭉게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까지! 오늘은 참 운 좋은 날이다. 관악산 옆 낙성대 쪽으로  조그마한 까치산 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아 있는 것도 보인다.

전망쉼터에서 무장애숲길이 끝나므로 여기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갈 때는 호수공원 옆을 지나가는데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계속되어 호수에도 물이 많이 마른 것 같다. 계곡 옆으로 내려가면 물놀이장과 야외식물원외에도 관악산 모험숲이라는 곳이 있는데 자연친화적인 스포츠시설로 자연을 체험하는 곳이라고 한다. 굵은 밧줄과 작은 그네 같은 것들이 나무들 사이에 이리저리 얽히고 늘어져 있어 영화에서 보는 군인들의 유격 훈련 장소를 연상시킨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자연도 즐기며 담력도 키우고 체력단련하기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

입구 쪽 가까이에 관악산 정상의 바위를 보여주는 대형사진이 세워져 있는데 한자로 관악산이라고 새겨진 이름 아래에 해발 629m라고 높이도 분명히 새겨져 있다.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으니 마치 우리가 모두 정상에 올라갔다 온 듯이 보여 재미있다.

공원입구와 전철역 출입구 사이에는 넓은 광장이 말끔히 정비되어 있다. 2년 전에는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고 마땅히 쉴 곳이나 식당이 없었는데 지금은 휴게소 건물이 새로 들어서서 식당과 카페도 열렸다. 아래층에 식당이 있으나 아직 준비 중인 것 같아서 근처에 동네 식당을 찾아간다. 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같지만  청국장이나 육개장, 묵밥, 파전 등 일반적인 메뉴도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 같다. 메뉴가 무엇이든 두 시간을 꼬박 걸었으니 시장이 반찬이다. 모두 맛있게 먹고 후식 시간은 방금 지나온 휴게소 새  건물 이층에 새로 개장한 카페에서 갖는다. 어제 생일을 지낸 친구가 오늘 커피를 초대하겠다고 한다. 카페에서 넓은 유리 통창으로 내다보이는 파란 하늘과 바깥 풍경이 더 바랄 것 없이 아름답고 시원해 보인다. 바깥 기온은 아직도 33 도라는데.


오늘은 완만한 길을 착실하게 두 시간 넘게 걸어서 만 삼천 보 이상 걸었다.


2024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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