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에 살고 있는 한 친구가 자기 동네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고 자랑을 하며 우리의 목은산모임을 초대하였다. 바로 서리풀공원이다. 서리풀공원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고 한 두 번 걸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걸었던 때를 기억해 보니 벌써 10년 전이었고 계절은 겨울이어서 특별히 인상에 남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친구의 초대도 있고 서리풀공원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오늘은 서리풀공원으로 가려고 집을 나선다.
2호선 서초역 5번 출구에서 열세 명이 모였다. 오늘의 산행 초대자를 비롯해서 그동안 한참 안 보이던 친구 몇 명도 깜짝 등장을 하였다.
서초역에서 나와보니 서초대로가 지나간다. 이 길은 바로 대법원의 정문으로 가는 길이다.
친구의 안내대로 대법원 정문을 지나서 우측 길로 올라가는데 동광로라고 한다. 서초역에서 10 분쯤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몽마르트르 공원 입구가 보이고 왼쪽으로 서리풀 공원으로 올라가는 무장애 데크길이 나타난다. 친구는 먼저 서리풀공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신록으로 뒤덮인 숲길이 친구가 자랑한 대로 정말 걷기 좋은 숲길이다. 여기가 도심이 맞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서리풀공원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서초동 일대와 가까이 우면산과 멀리 관악산, 구룡산, 대모산이 보이는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 산들의 윤곽이 뚜렷하고 전망이 좋다. 이곳도 상당히 높은 곳이어서 무슨 산이라고 이름이 있을 법도 한데 그냥 아래로는 서리풀터널이 지나가고 위로는 서리풀 공원 정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언덕 위에서 보면 우면산의 한 자락쯤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우리들 여럿이 우르르 올라가니 젊은이들이 고맙게도 자리를 비켜준다. 사진까지 찍어주며 친절하게 말을 거는데 보기에 아주 젊은 청년인 줄 알았는데 벌써 대학생의 아버지라고 하여 모두 깜짝 놀란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니까.
조선시대부터 이 부근은 ‘瑞草里 서초리’였다고 하는데 거기서 유래하여 서초동, 서초구로 이름이 남은 듯하고 공원은 최근에 우리말로 풀어서 서리풀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서리풀공원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방배동의 청권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나 우리는 그리로 가지 않고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와서 동광로 위로 서리풀 다리를 건너 몽마르트르 공원 쪽으로 올라간다.
몽마르트르 공원은 근처 서래마을에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살면서 이 언덕을 몽마르트르 언덕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몽마르트르 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파리를 연상시키는 시계탑과 몽마르트르 공원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유명 화가들의 흉상과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어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광장같이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소나무 산책길이 매우 운치 있다. 우리가 10년 전에 와보고 기억하고 있는 겨울의 몽마르트르 공원과는 아주 다른 풍경이다. 파란 하늘과 이팝나무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잔디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념사진도 한 장 찍고 간다. 시계탑에 달려있는 온도계는 오늘 낮 기온이 26도라고 알려준다. 꽤 더운 봄날씨다.
안내하는 친구는 이곳의 명소인 누에다리를 안 보고 갈 수 없다면서 우리를 누에다리까지 데려간다. 누에다리는 몽마르트르 공원과 반포대로 건너편의 서리골공원을 연결하는 다리인데 이 다리를 건너서 계속 가면 성모병원 뒷산(미도산)으로 해서 고속터미널역까지 갈 수 있다.
예전에 이곳에 양잠을 관장하던 기관이 있던 곳이라고 누에 형상의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는 누에의 형상을 볼 수 없다.) 누에다리 가운데 서서 보니 강북의 남산 아래서부터 남쪽의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넓은 반포대로가 시원하게 벋어 있고 길 양옆으로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우리는 누에다리를 건너 보기만 하고 계속 가지 않고 되돌아온다. 점심장소가 있는 서래마을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몽마르트르공원으로 가서 국립중앙도서관 뒤편의 숲길을 따라가다가 서래마을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내려간다.
서래마을이라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니 마을 앞에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흘러가므로 그 이름이 서래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그 개울이 아마 오늘날의 반포천인가 보다.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소문답게 외국의 어느 골목길에서 걷는 느낌이다. 오밀조밀한 가게들도 예쁘고 카페나 식당도 많이 보인다. 프랑스 동네에 왔으나 친구가 우리를 데리고 간 식당 이름의 첫머리는 뉴욕으로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서울 안에서 세계 도시를 순회하는 것 같다! 몽마르트르 공원이 있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뉴욕이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친구가 사준 점심은 오늘 특별히 더 맛있다. 먹고 난 접시들이 모두 깔끔하다.
길안내를 비롯해서 푸짐한 점심에까지 우리를 초대한 친구는 사실 우리의 걷는 모임에는 오늘 처음 참가하는 것이다. 스스로 신입회원이라고 “신고식?” 했다면서 앞으로도 함께 걷겠다고 말하여 모두의 환영의 박수갈채와 감사인사를 받는다.
서리풀공원 산책은 오늘 서초역에서 시작했으나 마무리는 사평대로를 걸어 고속터미널역에서 했다.
오늘은 15000 보 이상 걸었다. 평소 수준을 넘은 것 같다!
2025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