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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 유채꽃?

by 지현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오늘이 스승의 날이고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라고 알려준다.

문득 우리가 어렸을 때 교실에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생겨서 찾아보니 스승의날이 제정되고 공식적으로 시작한 해는 1965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때 우리는 이미 여고를 졸업한 뒤였으니 교실에서 선생님 모시고 스승의날 노래 불러 드릴 기회를 놓친 셈이다.

교권이니, 학생권이니, 하고 다투며 평화롭지 않아 보이는 요즘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집을 나선다.

아침에 비가 오고 흐렸지만 오후에는 개인다고 하니 그리 걱정은 하지 않으나 그래도 작은 우산 하나는 배낭에 넣고 나온다.

오늘은 유채꽃을 감상하러 반포 서래섬으로 간다. 몇년 전에 처음 보고 감탄했던 황금빛 유채꽃밭을 기대하며.

3호선 잠원역 4번출구에서 여덟 명이 모였다.

역에서 나와서 직진한 뒤 왼쪽으로 아파트 사이길로 해서 잠원한강공원 방향으로 간다.

얼마 가지 않아서 한강공원 잠원나들목의 굴다리를 통과해 나가면 탁트인 한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왼쪽으로 보이는 반포대교 방향으로 걷는다. 하늘이 흐리지만 그늘이 적은 강변길을 걷기에는 이런 날씨가 제격이다. 반짝이며 흘러가는 한강 옆으로 푸르러진 잔디밭과 나무들의 신록이 싱그럽다.

강변길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예술적인 조형물이 많이 생겨서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반포대교 아래에서 잠수교 교차로를 가로질러 주차장 옆을 지나 동작대교 방향으로 계속 가며 물가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을 지나간다.

강변의 인공섬 세개를 지나면 오른 쪽으로 서래섬으로 건너 가는 다리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올해 유채꽃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다리 입구에 걸려 있다.

“.. 이상기온, 일교차 등의 영향으로 유채꽃 생육상태가 양호하지 못하여..”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내용이다.

실망이 크지만 그래도 서래섬으로 건너가 본다. 과연 샛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어야 할 넓은 풀밭은 푸르기만 하고 이따금 드문드문 피어있는 유채꽃이 쓸쓸해 보일 뿐이다. 올해도 때를 못 맞추었나?

구리 한강변의 유채꽃축제는 지난 주말에 성공리에 끝났다고 인터넷 뉴스에 올라왔던데 서울과 구리가 얼마나 멀다고 같은 한강변인데 그렇게 기온 차이가 있나?

유채꽃 대신 강변의 길옆에는 줄줄이 피어 있는 패랭이꽃들만이 날좀 보소, 하고 우리를 위로 하는 것 같다.

예전 황금색의 눈부신 유채꽃밭을 기억하고 기대하던 사람들은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겠지만 서래섬은 유채꽃이 없어도 주변 풍경은 서울에서 흔히 볼수없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유채밭 중간 쯤에 있는 쉼터에서 비에 젖은 벤치의 물기를 닦아내고 앉아 강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쉬는 시간이 끝난 후 다시 걷기 시작하여 고구마 같이 생긴 섬의 서쪽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샛강변으로 해서 우리가 왔던 반포의 서래섬입구 쪽으로 간다. 샛강은 신반포의 아파트 단지와 서래섬 사이를 흐르는 강인데 이 샛강변 길에는 오래 되고 키큰 나무들이 많이 늘어서 있어 사계절 걷기 좋은 길이다. 가끔 샛강변에는 낚시꾼도 보이는데 오늘은 비 온 직후여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오른 편 반포동에는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들이 기억하기도 어려운 외래어 이름을 달고 우뚝우뚝 서있다.

우리는 세빛둥둥섬으로 가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본다. 전에 한번 와 본적이 있는 식당으로 올라가서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그동안 물가가 올랐기 때문인지 음식 가격이 전보다 많이 올라 있다. 아무래도 우리의 점심 예산을 초과할 것 같다. 결국 식당 입구에서 후퇴하기로 한다.

다른 곳을 찾다가 보니 세빛섬 말고 서래섬 옆에 마리나 파크라는 수상 카페 간판이 보이고 그 아래 치킨 집이 눈에 뜨인다. 그곳에라도 가보자고 해서 가보니 실내가 아니고 옥외에서 피크닉 테이블에서 먹는 곳이다. 오래간만에 강가에서 피크닉 하듯 치맥과 편의점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점심 후에는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씩 사들고 뒤편 물가의 갑판으로 가서 파라솔 아래 벤치에 앉아 한강을 감상한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갑판이 흔들거리니 마치 크루즈 여행 하는것 같다고 모두 좋아한다.

젊은이들 처럼 가성비 좋은 점심과 커피 시간까지 즐기고 다시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 회전교차로 앞까지 와서 여기서 해산한다.

몇 사람은 고속터미널역으로 가고 몇 사람은 잠수교 위에서 정차하는 버스를 타러간다. 한 친구는 잠수교를 건너서 서빙고역쪽으로 가고.

오늘은 평균 14000보 쯤 걸었을 것같다.


202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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