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4월의 산책코스
봄꽃 피는 곳 찾아 걷기 시작하며 진달래꽃이 진다고 아쉬워할 때 이어서 그 옆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 산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산철쭉이다.
요즘 군포 수리산에서 철쭉축제가 열린다고 여기저기 광고가 뜬다. 수리산 철쭉축제에는 5년 전에 처음 가보고 그 황홀한 풍경에 감동한 적 있으나, 최근 3년 코로나 시절에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이미 지난주에 개장했다는 철쭉 축제 소식을 듣고 수리산둘레길을 걸어보려고 아침 일찍 나섰다.
4호선 수리산역에 도착하니 역대합실과 그 주변 길이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철쭉동산 가는 길 표시를 따라 걸어가니 곧 동산 입구에 이른다. 수리산 입구 산등성이가 진분홍빛 철쭉으로 꽉 차서 불타는듯하여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철쭉의 절정기가 좀 지나서 시들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환호를 받을만하다. 사람은 많은데 저마다 인생샷을 찍어보겠다고 한껏 포즈를 취하니 앞으로 가는 길이 자주 막히기도 한다. 우리도 황홀한 장면들을 얼른 두 눈과 카메라에 담고 혼잡한 인파에서 벗어나 좀 조용한 길로 들어선다.
초막골생태공원이라는 팻말을 따라가니 키 큰 나무들이 늘어선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 곧 확 트인 계곡이 나타난다. 이 계곡 아래쪽으로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계곡은 신록으로 눈이 부시고 전망이 좋다.
오늘 모임에는 6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여고 동창생 두 명이 합류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동창회에 잘 나오지 못하였는데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여 우리 걷기 모임에 관심 있어 찾아온 것이다. 60년 전에 만나고 오늘 처음 보는데도 만난 지 몇 초 후에는 서로 상대방을 기억할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신기했다. 한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 옆 친구들의 출석번호까지 기억할 정도였으니 모두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한 가지씩 기억을 끌어내며 어린아이들처럼 떠들썩거렸다.
초막골 생태공원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숲 속 오솔길로 돌아가 철쭉동산의 철쭉을 한번 더 감상하고 산본역 근처로 갔다. 군포 시청 앞 번화가에 있는 한 샤부샤부집을 찾아 점심을 하고 미국서 온 친구의 초대로 근처 커피집에서 후식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즐겼다. 오늘도 철쭉꽃 실컷 보고 60년 만에 어릴 적 친구도 만나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하루를 보냈다.
2023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