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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pr 22. 2023

선유도 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8월의 산책코스

서울 시내에서 오래 살았고  한강을 무수히 건너 다녔으면서도  한강에 섬들이 여럿 있고 그 섬 위를 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서래섬,  노들섬,  선유도,  밤섬(접근 불가능)  등이 있었는데도…

참 뚝섬도 있었지?

오늘은 날씨는 맑게 개었지만 찌는 무더위가 예상된다. 혹시 그늘이 있는 강가를  걸을 수 있을까 해서 선유도로 향했다. 지하철역 당산역에서 일행을 만나 강변으로 연결된 육교를 건너 양화한강공원에 이르니 곧 물가에 닿았다.  물 건너 선유도가 보이지만 걸어가려면 하류 쪽으로 가다가 선유교를 건너야 한다.  전에 몇 번 걸었던 물가에 인접한 관목숲 사이의 오솔길을  걸으려 했으나 엊그제 내린 폭우로 그 길은 물에 잠겨버렸다.  할 수 없이 포장된 길을 걷는데 그늘은 적고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려쬔다.  

선유도란 이름은 원래 선유봉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경치가 빼어나 신선이 놀다가 갔다는 선유봉은 조선시대에 한강의 명승지로 꼽혀 겸재정선의 양화팔경첩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그런 선유봉이 일제강점기에는 석재채취를 위해 채석장으로, 해방 후에는 수돗물공급을 위한 정수장으로 바뀌었는데, 정수장이 한강 상류로 옮겨지므로 이곳은 폐쇄되고  2002년에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공원은 이전의 정수장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한 곳이다.  원래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지붕을 걷어 내고 기둥과 저수조를 남겨 저수조는 수생식물원으로 이용하고 기둥은 담장이 같은 푸른 식물이 휘감고 올라가게 하여 녹색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섬둘레에 소나무나 메타세콰이아 등 키 큰 나무를 심어 숲길을 만들었다.

한강공원에서 보행자를  위해 설치한 선유교를 건너면 널찍한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강변 서울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왼편으로 성산대교에서 시작하여 넓은 한강과 건너편에는 하늘공원, 멀리 북한산을 비롯해 용산과 남산 그리고 양화대교와 절두산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여의도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파노라마가 이루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섬의 북쪽길을 걷다 보면 정자 하나가 나타나는데  선유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신선을 동경하던 옛 선비들이 모여 풍경에 감탄하며 시와 노래를 짓던 곳이리라.    

선유정을 떠나  남쪽 숲길을 돌아서 카페 나루로 들어가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원래 아래층은 매점이고 2층이 카페였는데,  오늘은 2층은 닫았고 그 대신 1층 매점 한편에 좌석이 있어 우리 일행 모두 앉을 수 있었다.  편의점카페이지만 전망이 아주 좋았다.  여기서 선택할 수 유일한 메뉴가 피자뿐이어서  피자를 먹었는데 모두가 만족하였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 함께 하는  수다였기 때문이리라.


점심 후에는 오전에 왔던 길을 되돌아 한강둔치 길을 걸어서 다시 당산역으로 가서 헤어졌다.

뜨겁고 무더운  날씨였지만 잠시잠시 더위를 잊고 즐거운 하루 보냈다.

오늘은 12000보 정도 걸었다.


선유도는 지하철로 선유도역이나 합정역에서도 갈 수 있고,  또 버스를 타면 양화대교 정류장에서 내려서 곧장 선유도로 갈 수도 있다.


2022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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