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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02. 2023

용양봉저정 공원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9월의 산책코스

얼마 전 티브이 방송에서 용양봉저정공원이 개장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양봉저정?  이름이 길고 낯설고 발음하기도 어려운데 그 주변이 공원이란다.  

"용양봉저"의 뜻을 검색창에서 찾아보니 용이 뛰어오르고 봉황이 날아오른다는 뜻이다.  조금 더 검색을 계속해보니 정조임금이 수원 화성으로 행차할 때 배다리로 한강을 건넌 후 노량 나루(노량진)에 이르러 언덕 위에서 점심을 들고 쉬어가던 정자의 이름이란다.  전설에 의하면 정조가 이곳에서 본 강물과 강 건너 여러 산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강물에서 용이 (말처럼) 머리를 쳐들고 뛰어오르려는 것 같고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 같아 감탄했다나… 그래서 그 후에 정자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한강대교 남쪽으로 상도 터널로 들어가기 직전 왼쪽 편에 용양봉저정이 있다. 세상에?!  몇십 년 동안 한강대교를 수없이 건너 다녔고 때로는 아주 자주 다닌 적도 있었는데 이런 역사적인 장소를 모르고 지나쳤다니..?  

내 고향이 서울 상도동이라면서 서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이 근처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까지 밖에 안 살았으니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초등학생 시절인지,  중학생 때인지 학교에서 단체로 동작동국립묘지(지금의 현충원)에 참배 간다고 노량진역에서부터 먼지 나는 언덕길을 땀 뻘뻘 흘리며 걸어 올라갔던 일은 기억이 난다.  6월 초순이었으니 날씨도 꽤 더웠을 것이다.


오늘은 용양봉저정 공원과 효사정문학공원을  걷기로 했다.  새로 개장했다는 공원에도 가보고  정조대왕의 효심의 자취를 찾아보고자 했다.  마침 추석이 가까웠으니 때를 맞추기라도 한 것 같은 산행이 되겠다.


지하철역 노들역 3번 출구에서 만나서 한강 쪽으로 5분쯤 걸어가니 용양봉저정이 금방 나타난다. 조선시대에 여러 임금이 이곳을 다녀가며 행궁(노량행궁)으로 사용되어 부속건물이 여러 채 있었다고 하나 다른 건물은 다 없어지고 이 정자만 남아있다. 정자 안에는 정조의 화성행차에 관한 그림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자 앞에서 내려다본 한강 풍경?  정조임금의 표현  "북쪽의 우뚝한 산과 흘러드는 한강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고 봉황이 나는 것 같다…"는 풍경은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야 했다.  흘러드는 강물은 올림픽대로와 한강대교, 노량대교가 뒤얽혀있어  잘 보이지 않고 북쪽의 우뚝한 산은 강 건너 고층 아파트 숲에 가려 산봉우리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기대했던 정자에서 보이는 한강 전망에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 정자가 이 자리에 아직 남아있어서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던 우리 과거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 준다는 사실이 약간 위안이 되었다.  

용양봉저정 앞으로 주택가 골목길이 있고  비탈진 골목을 오르니 공원의 주차장이 보이고 전망 좋은 카페도 보인다.  아!  여기쯤 올라와야 이백여 년 전에도 흘렀을 한강물과 강건너의 북한산과 남산도 볼 수 있구나!  이공원은 나무도 많고 산책길도 잘 만들어져 있고 전망 좋은 곳에 쉼터도 많아 인근의 주민들이 쉬러 오기 좋을 것 같다. 산 정상에 있는 하늘전망대에 올라보니 강변 풍경과 강북의 서울 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여기서 보는 야경이 아름다워서 요즘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울의 전망 명소로 떠오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을 내려간다.


공원 전망대에서 흑석역 쪽으로 아파트단지가 있고 그 옆길로 내려가니 현충로라는 대로와 만난다.  큰길 건너 언덕 위에는 정자가 하나 보인다.  효사정이라고 한다.  

효사정은  조선초에 한 문신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이 근처에 지은 정자라고 하는데 원래의 건물은 없어지고 위치도 불확실하지만 기록에 의해 추측하여 1990년대에 새로 세운 정자라고 한다. 이곳에서의 전망도 기가 막히다.  

이 주변에 강변을 따라서 효사정문학공원이라고 있는데 알고 보니 20세기초에 활동한 문학인 심훈을 기리기 위해서 문학공원을 조성하였다.  심훈이  흑석동에서 태어났고 그 생가터가 부근에 있다고 한다.  효사정과  심훈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현충로 옆 강변길을 걸어 내려오다 보니 벽에 심훈 작가의 약력이나 가계도, 사진등이 새겨져 있는 동판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경기민요로 알려진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라는 노래의 악보와 가사도 새겨진 동판도 세워져 있다.  아!  이 강을 예전에는 노들강이라고 불렀구나!  


문화탐방을 마치고 이제는 점심을 먹으러 노들섬으로 향한다.  노들섬은 한강대교로 건너갈 수 있다. 다리  중간쯤에 노들섬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고 차도 위 구름다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계단으로 노들섬으로 내려가서 섬 가운데 문화복합공간이라는 건물 위층에 있는  피자집으로 향한다.  아이고~  여기서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해야 한다.  18세기 조선시대에서 헤매다가 21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다.  어쨌든 도움도 받아가며 주문은 무사히 했고 주문한 음식은 모두에게 부족하지 않게 나왔다.  


오늘도 충분히 걷고 동작구 충효의 길 문화탐방으로 추석 맞이 산행도 잘했다고 모두 스스로 만족하면서 추석연휴 잘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노들역에서 헤어졌다.


2022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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