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5월의 산책코스
철쭉이니 모란이니 봄꽃이 빛을 잃어가고 있으니 이제 어디서 무슨 꽃이 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서울식물원의 붓꽃이 떠올랐다.
5년 전 초겨울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어디를 걸으면 좋으려나 궁리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다니러 온 여동생이 말해주기를, 그곳에서는 긴 겨울 동안 추운 날에 산책하려는 노인들을 위해서 새벽에 상점들 문 열기 전에 쇼핑몰의 조명을 환히 켜서 실내에서 춥지 않게 걸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참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그래서 찾게 된 곳이 추울 때 실내에서 걸을 수 있는 넓은 곳, 예를 들면 넓은 국립 박물관이나 대공원 온실이었는데, 그때 마침 서울식물원이 임시 개장하고 그곳에 대형온실이 들어섰다는 소식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식물원이 있는 강서구 마곡동으로 향했다. 마곡나루역에서 나오니 금방 서울식물원 광장이 나왔다. 임시 개장한 지 얼마 안 되고 초겨울이어서 야외에는 나뭇잎 마저 떨어져 버려 앙상한 어린 나무들이 쓸쓸히 서있었으나 현대적 구조의 규모가 꽤 큰 온실 안은 딴 세상이었다. 지구 여러 지역의 온갖 나무와 화초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 감탄하게 하였고 우리의 추위도 잊게 했다. 온실 4층에는 식당도 있어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날 개점 전이어서 아쉽게도 아직 이용할 수 없었다.
다음 해 봄에 우리는 정식으로 개장한 서울식물원을 다시 찾았고 야외의 호수공원과 푸르러진 생태습지원과 한강변까지 이르는 산책길을 걸으며 즐거워했다. 이후부터 이곳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철 즐겨 찾게 되는 산책코스가 되었다. 봄에는 꽃길, 여름에는 습지와 한강변길, 가을에는 단풍길, 겨울에는 온실에서 아열대식물길 등등…
온실 4층의 푸드코트에서는 음식과 차를 즐기며 멋진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서울식물원에서 어린이날을 위해 심고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꽃길을 걸으며 넓고 푸른 잔디밭 위에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도 지었다. 코로나 시절에 자주 못 와보고 오랜만에 찾아 온 야외식물원은 이제 많이 안정되어 나무들도 꽤 자라서 신록으로 빛나고 보기에 좋았다. 물론 개울가에 핀 붓꽃과 연못에 드문드문 피기 시작한 수련은 보는 사람의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2023년 5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