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Jun 08. 2023

하늘공원 희망의 숲길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6월의 산책코스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푸른 숲 속 그늘이 그리워지는 때가 왔다.


오늘은 상암동에 있는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으로 간다.

하늘공원이라면 가을 억새밭의 은빛물결과 강변북로와 나란히 가는 메타세쿼이아길로 유명하다. 이렇게 더운 날 올라가면 억새밭 허허벌판  뙤약볕 아래서 걷게 되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희망의 숲길이라는 길이 있다.  이름부터 멋지지 않은가?  여러 해 전 어느 초여름날에 서울에서 숲이 좋은 길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길이다.


우선 6호선 지하철역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만나서 경기장 동문 쪽을 향해 계단을 올라간다. 경기장 동문 앞에 서면 남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며 평화광장과 평화의 공원이 난지연못과 함께 펼쳐지고 오른편으로 해발 90 미터의 푸른 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하늘공원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산이라고 불리던 난지도이다.  옛날에는 난초가 많이 피어 난지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섬이었지만 15년(1978-1993)이란 오랜 세월  서울 시내의 온갖 쓰레기가 모였던 쓰레기산이었다가 지금은 푸른 숲이 덮인 산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시민공원이 되었다.


젊은 시절 이곳에서 멀지 않은 성산동에 살면서 여름이면 북서풍에 실려오는 쓰레기소각장의 악취를 견디며 살아야 했던 사람으로서 월드컵공원에 들어서 이 푸른 산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30년 전에 오늘 우리가 보는 이곳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해발 90미터의 하늘공원은 정상에 이르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제일 짧은 길은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된 길인데 10년 전 우리가 처음 이곳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이길로 갔다.  다음에는 맹꽁이차가 다니는 포장도로인데 비교적 완만한 길이어서 보행로로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세 번째 길이 바로 오늘 우리가 걸으려는 희망의 숲길이다.

평화광장에서 하늘공원 쪽을 바라보면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보이고 계단 아래 앞쪽으로 구름다리가 보인다.  월드컵육교라는 이 다리는 예쁜 꽃으로 난간이 장식되어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왼쪽으로 "희망의 숲길" 이정표가 보인다.  그러나 이럴 수가!?  공사 중이라고 줄을 쳐놓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이라서 신록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실망이다.  

할 수 없이 두 번째 길인 포장도로를 택한다.  다행히 이길도 길옆으로 나무그늘이 많고 사람이 적고 조용해서 더욱 좋다.

몇백 미터쯤 계속 걸어가니 다시 "희망의 숲길"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은 포장도로와 계단 사이에 있는 숲 속 길로 전에는 경사진 흙길이었으나 오늘 와 보니 걷기 좋게 돌계단으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오르막길이어서 조금 숨이 차고 땀이 났으나 그늘진 숲이 좋으니 힘든 줄 모르겠다.

이 길이 끝나면서 다시 포장도로와 합류하고 곧 하늘공원이라는 표지석이 나타난다.  하늘공원에는 지금 푸른 억새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제까지 하늘 공원 하면 가을의 은빛 억새밭만 떠오르고 눈에 선했는데 오늘은 푸른 억새가 가득한 들판의  풍경이 새로워 보인다. 쉼터 정자 주변에 피었다던(인터넷정보에 의하면) 유채꽃이 다 시들어서인지 아니면 약간 흐린 오늘 날씨 때문인지 하늘공원 정상에는 사람이 적다.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한산하다. 덕분에 우리는 이전에 왔을 때는 너무 복잡해서 감히 앉아보지도 못했던 정자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좋아한다.  하늘은 옅은 구름에 싸여 햇볕을 가려주고 바람도 시원하다.


멀리 보이는 조형물 "하늘을 담는 그릇"  이 오늘은 푸른 덩굴식물(담쟁이인가?)에 싸여있다.

억새밭을 가로질러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명소까지  걷는다. 여기서 흐릿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이제는 내려갈 준비를 한다.  

하늘공원의 정상 둘레를  완주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노란 금계국이 피어있는 둘레길을 따라가다가 하산한다.  

둘레길옆의 숲에는 뽕나무들이 많아서 오디열매가 여기저기 많이 떨어져 있다.  몇몇 친구들은 오디를 주워 먹고 보라색으로 물든 손바닥을 서로 내보이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한다.

내려갈 때는 올라갔던 길과는 다른 완만하고 편안한 포장도로를 택한다.  길옆에는 하얀색 꽃나무들이 많은데 이팝나무인가 했더니 어떤 친구가 즉시 검색해 보더니 말발도리꽃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도 절대 식지 않는 이 탐구열!  산딸나무에도 흰색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 계절에는 흰색 꽃만 많이 피나? 생각하며 평화공원으로 가서 분수옆의 야외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음식은 간편식 수준이지만 파라솔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분수 소리와 함께 먹으니 꽤 맛이 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전에 평화공원에서도 장미원을 본 기억이 나서 그리로 향한다.  과연 이곳의 장미도 만발하였지만 지난주에 가보았던 과천대공원의 복잡했던 장미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규모가 크지도 않지만 우리 외에는 여기에도 관람객이 거의 없어 아주 여유롭게 꽃구경을 한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더 오겠지?

장미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난지연못가의 숲길이 보인다. 이 숲에는 오래된 큰 나무들이 많아서 짙어지는 녹음이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이런 그늘이 좋은 곳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걷는 동안 벌써 월드컵경기장역이 보인다.

2023년 6월 1일

매거진의 이전글 과천서울대공원 호수 둘레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