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Jun 12. 2023

자라섬의 꽃양귀비와 봄꽃축제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6월의 산책코스

매년 6월 이맘때면 남한강 물의 정원으로 꽃양귀비를 보러 갔다.  하지만 올해는 물의 정원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마침 자라섬에서 봄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자라섬에는 4년 전 가을꽃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처음 가 본 적이 있다. 1986년쯤부터 자라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데 그동안 잘 모르던 곳이었다.  


나는 자라섬이 캠핑장이나 학생들 MT 장소라고 알고 있었고 2004년부터는 여름에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해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명한 곳이 되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4년 전 처음으로 이 섬에 와 보고 코스모스와 천일홍,  핑크뮐리등 가을꽃으로 뒤덮인 자라섬을 보고 황홀해진 적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 꽃축제와 함께 수려한 북한강변 풍경과 아름다운 강변산책로가 있어 다음 해 가을에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자라섬 꽃축제가 가을에만 열리지 않고 봄에도 열린다고 한다.  그럼 올봄에 한번 가봐야지?


경춘선 가평역에서 모인다. 날씨가 뜨겁지 않아 다행이다.  꽃축제장에 장이 선다고 하지만 점심먹거리가 충분할지 몰라서 역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가자는  의견이 나온다.  한 친구가 자신이 사겠다면서 얼른 김밥집으로 들어간다.


역에서 자라섬으로 가려면 버스도 있고 택시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이용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걸으러 왔으니 자라섬 방향으로 걸어간다.

도중에 이화원이라는 실내식물원이 있는데 아직 와 보지 않은 곳이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캠핑장을 지나 넓은 잔디광장을 가로질러 꽃축제 행사장 앞에 이른다.  


자라섬은 네 개의 섬, 동도, 서도, 중도,  남도로 이루어졌는데 꽃정원은 남도에 있다.

입장료 7천 원이지만 지역화폐로 쓸 수 있는 5천 원짜리 상품권을 돌려받으니 실제로 2천 원을 주고 입장하는 셈이어서 왠지 횡재한 기분이다.  

일단 남도꽃정원에 입장하는 다리를 건너가니 강가에  양귀비꽃이 가득 핀 꽃밭이 펼쳐져서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침 초입에 있는 나무그늘 아래 쉼터에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띄어 반가워하며 모두 그리 달려가서 앉는다.  역에서부터 이미 한 시간 이상 걸었으므로 쉴 때도 되었고 이왕 자리 잡고 앉은 김에 점심부터 해결하고 꽃정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나? 친구가 사 온 김밥과 다른 친구들이 가져온 떡, 과일, 과자 등등 모두 펼쳐놓으니 탁자 위가 그득하다.  만족스럽게 점심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꽃섬 투어를 시작한다.

청유채(노란 유채만 있는 줄 알았는데..?)가 줄지어 피어있는 물가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왼편이 붉은색으로 빛난다.

와!  꽃양귀비밭이다!  얼마나 넓은지 비교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넓은 곳에 절정에 달한 듯 만개한 양귀비꽃들이 불타는 듯 피어 있다. 이렇게 많은 꽃양귀비를 여태 본 적이 없었다고 모두들 감탄의 목소리로 말한다.  하기는 우리 모임에서 해마다 6월이면 이 꽃을 보겠다고 올림픽공원과 서울숲, 물의 정원까지 간 적이 있으나 이렇게 드넓게 펼쳐진 환상적인 광경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전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꽃밭 속에서 사진도 찍으며 남쪽 끝으로 내려가니 남도나루 선착장이다.  여기서는 멀리 않은 곳에 보이는 남이섬까지 하루에 몇 차례  관광선도 운행한다. 자라섬이나 남이섬이나 원래 섬이 아니었으나 청평댐이 건설되고부터 섬이 되었다고 한다.

남도나루까지 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면 한반도 모양의 꽃으로 된 꽃지도도 볼 수 있고  계속 가면 길은 수국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이 길에는 여러 색깔의 수국들이 소나무숲 아래서 활짝 피어 관람객을 반기고 있다.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자라섬을 두고 떠나기 아쉽지만 가을에 수레국화나 천일홍 필 때 또 오리라 기약하며 가평역으로 향한다.


자라섬에서 돌아오면서 아주 오래전에 가본 적 있는 독일의 한 꽃섬이 기억났다.

남독일 보덴호수에 있는 마이나우 섬이다.  1970년대 중반 유학생시절 초기에 이 섬으로 소풍을 갔는데 아마 5월 말쯤이었나 보다.  마이나우 섬은 화려한 꽃으로 덮여 있어 마치 환상적인 동화의 나라에 들어간 것 같았다. 무슨 꽃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튤립이었나?


당시 서독에서는 이 마이나우 섬 말고도 각 도시의 정원과 공원을 아주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복원하고 재건하는 시대를 거친 후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안정되어 여유로워 보였다.  독일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개발도상국에서 유학 온 한 유학생이 산책하면서 보는 도심 공원은 그렇게 여유롭게 보이고 그런 환경이 부러웠다.  


그때 부러워했던 깨끗하고 정돈된 아름다운 유럽 도시의 여러 공원과 비교될만한 좋은 공원들이 요즘 우리들 가까운 곳에 많이 생겼다.  이제는 우리가 이런 공원을 찾아 걸어 다니며 노년을 보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가?  또 우리에게도 보덴호수의 마이나우 섬 못지않은 꽃의 섬 자라섬이 북한강에  있다는 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가?


2023년 6월 8일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공원 희망의 숲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