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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23. 2023

여름 소울푸드 옥수수

있지도 않은 시골 할머니댁 소환하기

여름이 되면 꼭 먹어야 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수박, 찐 감자와 삶은 햇 옥수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들을 생협이나 농부들과의 직거래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을 통해서 구매합니다. 제철에 나오는 작물들은 그때 먹어야 제일 맛있거든요.


중개거래 플랫폼에서 문자로 소식을 알려주는데 이른 여름에는 초당옥수수를, 7월 중순 이후에는 찰옥수수를 수확한다지 뭐예요. 그래서 얼른 예약을 했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금세 마감 되니까요.


하도 오래전에 한 예약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옥수수가 도착한다는 거예요. 택배가 도착한다는 문자에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이었어요.

옥수수는 따서 바로 익혀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가 있대서 이번에는 꼭 그렇게 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정말 맛이 다르긴 해요.


저녁 약속이 있어 배달온 옥수수 껍질을 벗기지도 못하고 외출을 했는데 다녀와보니 글쎄 다정한 짝꿍이 레시피를 찾아가며 맛나게 삶았네요. 세상에!


6시 이후에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다는 룰을 어길 수밖에 없었어요. 얼룩이 찰옥수수는 잘 삶아져 반투명한 알갱이들이 꽉 차 있었어요. 뜨거운 옥수수를 후후 불어가며 껍데기를 벗기고 알알이 이빨로 뜯어 한 입 가득 물었어요.

입안에 옥수수의 맛과 질감이 퍼지면서 왠지 눈물이 핑 돌았어요. 경험해보지도 못한 여름방학 시골 할머니댁의 시간과 공간이 순식간에 나를 감쌌거든요. 방학에 놀러 간 시골 할머니댁에서 모깃불 켜진 평상에 누워 갓 삶은 옥수수를 먹는 기분. 평생 서울에 살면서 황폐해진 내 마음을 옥수수 한대가 위로해 줬어요.


나도 몰래 기쁜 탄성을 내뱉었어요. "아! 여름방학이야!" 옥수수가 큰 선물이네요.


* 큰비로 피해 입은 농부님들이 걱정이에요. 부디 몸과 마음 잘 회복하시고, 경제적인 피해에서도 잘 회복되시기를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생협은 한살림 http://www.hansalim.or.kr/ ​ 농부 소비자 연결 플랫폼은 농사펀드 https://www.ff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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