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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Sep 16. 2023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9월의 산책코스

아침저녁  날씨가 언제 더웠느냐는  듯이 선선해져서 가을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뜨거우니  늦더위가 오래 가려나보다.


여름 바다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 있는 터에 한 친구가 무의도 여행에 관한 인터넷 방송을 보내준다.


서해바다에 있는 섬, 듣기만 했던 무의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인 줄 알았는데 방송을 보니 시간은 좀 걸릴 테지만 의외로 쉽게 갈 수 있겠다. 배를 타지 않고도 연육교로 섬에도 가고  서해바다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인천공항에서 소무의도 다니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방송에서 소개하는 대로 대무의도에 먼저 가서 하나개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해상탐방로 등 무의도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평소 우리의 산행시간(2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오늘은 대무의도 끝자락에 있는 소무의도에만 가보기로 한다.


인천공항 1 터미널 3층 7번 출구에 가보니 벌써  열네 명이나 모인다. 먼 곳(서울의 강북, 강동지역 등)에서 온 친구들도 여럿인데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무의도를 가보겠나, 생각하고 왔단다. 모르는 곳,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친구들이다!


공항터미널에서 무의행 1번 버스를 타니 사람들이 벌써 가득 찼다. 주민들보다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이 훨씬 많아서 많은 사람이 서서 가야 했다.

버스는 인천공항 주변을 돌아 잠진도를 거쳐 무의대교를 건너간다. 무의대교는 2019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그전에는 배로 건너 다녔나? 다리를 지나며 내려다보니 선착장이 보인다. 대무의도의 끝 광명항에 이르는 길은 좁고 굴곡이 심해서 버스가 몹시 흔들린다. 버스는 덜컹거려도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다.


40 분쯤 달리니 버스 종점  광명항(소무의도 입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곧 부둣가이고 바다 쪽 건너편에 작은 섬 소무의도와 그리로 건너가는 긴 아치형 다리도 보인다. 이 다리는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소무의 인도교라고 한다. 소무의도에도 마을이 있으나 물자수송을 위한 차량만 통행할 수 있단다.


다리를 건너가니 소무의도 안내표지판이 있고 옆에는 커다란 새우 형상의 조형물도 서있다. 이 부근의 새우가 유명한가 보다.

표지판 옆에 산으로 곧장 오르는 입구와 계단이 보인다. 이백여 미터만 오르면 안산 정상이고 전망대도 있다니 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천천히 올라가 보기로 한다.

키 작은 소나무길이라는 이름답게 길 양옆으로 소나무들이 많고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 풍경이 기가 막히게 멋지다.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바다 색도 하늘과 똑같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숨이 차서 정상에 이르니 하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여기서 드넓은 서해바다가 확  트이고 수평선까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있는 섬들도 보라고 망원경까지 설치해  놓았다. 가까이에 보이는 아주 작고 귀여운 반구형 섬은 해녀섬이라고 한다.

정상에서 잠시 쉬었으니 이제는 해변 쪽으로 내려간다. 이 해변은 전 대통령들이 휴양지로 즐겨 찾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명사의 해변이다. 명사의 해변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 숲길이 나오고 이 고개를 넘으니 몽여 해수욕장이 나온다.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진 몽돌 해변이다. 철이 지난  탓인지 물가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길에는 디자인이 독특한 현대식 건물이 서있는데 이 섬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는 섬이야기박물관이다. 박물관 뒤로는 작은 마을도 보이지만 우리는 소무의도를 순환하는 둘레길을 계속 따라서 부처깨미길로 올라간다. 부처깨미길은 바닷가 절벽 위로 난 숲길로 해변길과 숲길, 오르막 내리막길을 번갈아 걸어야 하는  다채로운 소무의도 바다누리길의 한 구간이다. 울창한 숲길에서 내려오니 떼무리항이라고 선착장이 나온다. "부처깨미"니 "떼무리"니 무슨 뜻인지 어떻게 생겨난  이름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 이름들이 재미있다. 떼무리항의 물 빠진 갯벌 위에는 작은 낚싯배들이 앉아 있고 옆으로 관광사무소와 해산물판매소도 보인다.

보통은 소무의 인도교를  건너서  여기 선착장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섬을 돌아서 걷나 본데 우리는 그 반대로 오른쪽으로 섬 한 바퀴를 돌아온 것이다. 한 시간  반쯤 걸렸다.


이곳에 횟집 등 식당과 카페도 있어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인심 좋은 카페 주인이 정성껏 만들었다는 쌍화차와 빙수까지 실컷 즐기고 모두 만족하여서 다시 소무의 인도교를 건너 무의도 광명항 버스종점으로 간다. 돌아갈 때는 버스 출발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일찌감치 차에 올라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출발을 기다린다. 오전에는 늦게 승차한 탓에 30분 이상을 버스에 서서 갔어야 했으니 말이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으면 대무의도 해변도 한번 걸어보아야겠다. 바닷가의 기암괴석이 아름답다니까.


2023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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