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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Sep 17. 2023

덕소삼패 한강공원 해바라기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9월의 산책코스

덕소라는 지명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보았다.

방학 때면 아버지의 고향이고,  친할머니댁이 있던 경북 예천에 다니러 갔다가 중앙선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던 도중에 들었던 역이름이었다.

중앙선 노선에는 터널이 많아서 돌아올 때 그 많던 터널(우리 형제들은 70개? 가 넘는 그 터널수를 세보며  떠들곤 했다)을 거의  다  지나고  덕소, 망우리쯤 지날 때면 벌써 서울에  다 온 기분이었다. 그 무렵 차창밖으로  바라보이던  붉은  저녁해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이후로 수많은 세월 동안 덕소를 지나며 아파트 단지 앞 강변고속화도로를 차로 지나가거나, 물의 정원에 가려고  전철을 타고 운길산역, 아니면 연꽃을 보러 양수역까지  간 적은 있지만 덕소역에서 내리거나 그 부근에서 머문 적은 없다.

그러다 2년 전 코로나가 심하던 시절에 집안에서만 한참 답답하게 지내고 있을 때 얼핏 본 동영상에서 덕소삼패 한강공원이 소개되었다. 영상에서는 한강변 고수부지에 수레국화가 가득 핀 것이 보이고 자작나무길도 멋지게 보인다. 참!  덕소에도 강변모래밭이 있었지?  

덕소 한강변 모래밭에는 중학생시절 여름에 딱 한번 물놀이 간 적이 있어 기억이 나지만 삼패라는 지명은 낯설다. 그리고 내가 가진 지도에는 남양주 한강공원이라고 되어 있어 아주 먼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경의중앙선 전철역인 덕소역에서 강변이 아주 가깝지 않은가?  그리고 집 가까운  옥수역에서 가기도  쉽고! 그래서 2년 전 처음 찾아가서 발견한 곳이 바로 덕소삼패한강공원이었다.


그때는 6월이어서 내가 갔을 때 이미 수레국화는 시들었고 영상에서 보던 자작나무들은 아직 어려서 충분히 그늘을 내려주지 못했지만 강변을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왼쪽으로는 팔당의  예봉산과 강 건너 하남의 검단산, 오른편으로 미사대교와 미사리 그리고 멀리 롯데타워까지 유유히 흐르는 넓은 한강물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정말 그림 같았다.  그때 이런 경치는 혼자 보기 아까우니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친구들하고 같이 보며 걸어야지 생각했지만 어느새 두 해가 지나고 오늘에서야 그 길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 해바라기꽃이 피었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요즘엔 서울의 동네 공원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들도 열심히 환경을 가꾸고 있어 멀리 꽃축제장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 근교에서도 봄에서 가을까지 때만 잘 맞추어 찾아가면 언제나 예쁜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오늘 찾아간 덕소삼패공원에는 올여름에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백일홍과 노랑 코스모스를 심어  산책하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여름꽃인 해바라기와 백일홍은 한창때를 지나서인지 어제 비가 왔기 때문인지 많은 꽃이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것 같기는 했지만 노랑코스모스는 때를 만난 듯 활짝  피어  화사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자작나무숲은 2년 전보다  좀 커진 듯 제법 예쁜 숲길을 이루고 있다. 숲길 앞에는 사진사들이 모여 이리저리 자리를  잡으며 사진 찍기에 적당한 시점을 기다리고 서있다.

어제 비가 왔지만 오늘 아침엔 날이 개이고 바람이 선선해서인지 친구들이 많이 모였다(열다섯 명).  

해를 가리던 구름이 잠깐씩 비껴갈 때면 그늘 없는 물가 길이  따갑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울 가까운 데 이렇게 좋은 강변길이 있는지 몰랐다고 모두 기뻐하며 걷는다.

점심은 산책로 중간쯤 체육공원 위쪽으로 시원한 비빔국숫집과 전망 좋은 카페가 있어 이리로 들어갔는데, 마침 오늘 생일 맞은 친구가 있어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화기애애하게 잔치기분도 냈다.


덕소역에서 출발하여 강변산책로를 따라 조말생(세종 때 문신이라고 함) 묘와 석실마을로 가는 홍릉천 입구의 다리까지 왕복 7 킬로 미터 정도밖에 걸은 것 같지 않은데 집에 오니 도합  13000보가 넘었다.   


2023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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