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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겸업을 금지하는 한국을 떠나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by 여름청춘

"겸업근무 설문조사"


한국을 떠나기 직전 회사에서 받았던 한 통의 메일.

모든 직원들은 동종업계 겸업은 당연히 불가였고, 같은 업무가 아니더라도 회사 외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할 경우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설령 그게 주말에 짬 내어하는 배민라이더 같이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 배달업일지라도 말이다. 그 메일을 받았을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회사의 소유물은 아닌데 왜 근무시간도 아닌 개인 자유시간에 하는 부업조차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다닌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는 겸업을 금지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던 나는 그때에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회사를 떠나서도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의 목표는 2가지.


1. 여행자들의 다양한 인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되기

2.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하기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 2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핫하다는 구매대행에 도전했다. 시작한 지 2주쯤 됐을 즈음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내가 직접 보지도 못하고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죄책감 그리고 가끔은 너무 처참한 중국산 물건들을 받은 고객의 컴플레인을 받으며 나와 맞지 않다는 걸 느끼고 그만두었다. 그다음엔 게스트하우스의 베타 버전으로 시작해 보자며 남편과 힘을 합쳐 성수에 바비큐가 가능한 파티룸은 오픈했다. 적은 예산으로 시작했기에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이케아에서 물건을 구매해 직접 조립하고 공간을 꾸며 운영했다. 가장 성수기인 연말 12월 한 달 동안 순수익이 5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험과 기억은 '게스트 하우스 오픈'이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의 겸업금지조항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을 일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어 튜터링에 도전했다. 한국어 튜터링의 목적은 워홀을 떠나오기 전에 영어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노트북 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도전 또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 성격상 너무 잘 맞는 일이었고, 덩달아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내가 미래에 할 수 있는 직업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왔고 마트, 카페, 일식집에서 때로는 캐셔로 때로는 서버로 그리고 다시 바리스타로 다양한 일들을 겸업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와 때때로는 외국인친구들에게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시간이 나면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편집하고, 또 다른 날엔 AI를 이용해 사부작사부작 나만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겸업 금지를 벗어나 캐나다로 오니 다양한 길이 내 앞에 펼쳐졌다. 한국에 있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까마득한 물음표 앞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까짓 거 그냥 해보면 되잖아'라는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답이 정답이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는 나에게 오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해답이다.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세상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니까.

지금의 나는 적어도 금지당하지 않고 해 볼 수 있는 걸 해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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