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후회만 남는 인생인가.

by 크릉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들은 노래가 참 맘에 든다. 바삐 무슨 노래인지 찾아보니 우효의 민들레라는 곡이다.

요새는 라디오도 유튜브로 듣는 시대인데 동화 같은 노래의 시작과 달리 후렴의 진솔한 가사와 쓸쓸한 느낌은 나를 버스 안이 아닌 낙엽이 바람결에 마구잡이 휘날리는 커다란 공터 가운데에 세워 놓았고 그 공간은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공간이 회전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참 마음에 드는 가사 있다.

후렴의 일부를 발췌한다.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후회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수많은 잘못에 힘들어하며 자책하고 한탄해하며 허우적거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의 배경에는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니 남들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바탕에 깔린 사고 구조다. 아무렴 어떠하랴.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정 반대의 사람도 있고 나와 닮은 사람도 있기 마련 이리라.


과거의 잘못을 곱씹고 뫼비우스의 띠 위를 쉼 없이 달리는 헐떡대고 지쳐 쓰러져 한 발자국 내딛기도 힘들지만 그 뫼비우스의 띠를 점프해 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한다. 후회만 남은 인생이란 그런 셈이다. 과거의 사건에 발목이 잡혀 내 몸이 상해 가는지도 모르고 무한한 띠로 칭칭 휘감겨 손이 묶이고 발이 묶이고 그다음에는 눈과 입 그리고 머리까지 지배당하는 그런 미라와 같은 모습 말이다.


후회의 배경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아쉬움과 당시 자신의 잘못된 선택과 그 선택이 불러온 결과로 인한 현재의 모습까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리라. 오롯이 현실이라는 세찬 폭풍우를 미련하게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가며 전진하기에는 힘에 부치나 보다. 그러기에 예전에 이랬다면, 또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지 않나 싶다.


살다 보니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살면 되나 싶었는데 내 의지와 바람과는 달리 움직인다. 앞으로 같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갈림길은 과거의 일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길을 달려왔는지 내 이상향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먼 곳에서 나와 평행선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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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행선의 끝은 닿지 않는 이상향을 향한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멈춘 후 고개를 떨궈 지금 오롯이 서있는 나의 두 발과 두 손을 보는 것이리라. 그렇게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보며 양 손으로 나를 꼭 안아주며 고생했다, 남은 너의 모든 시간은 너와 함께 하고 싶다며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나 또한 쉽지 않다. 한낱 사랑 노래의 가사로 보였는데 듣다 보니 저 노래를 사랑하는 대상의 누군가가 연인 그리고 가족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 지칠 대로 지친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 그렇게 나의 눈물을 스스로 닦아내주며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계속해간다면 후회도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거인의 자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노래는 한 번 꼭 들어보시라. 불을 끄고 들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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