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주물 손작업반

#3. 도예초보일기

by 크릉

손작업반

내 앞에 놓인 커다라한 기둥만 한 흙을

실로 자른다.


작게 잘라진 그 덩이를 다시 조금 떼어내

동글동글 굴린다.


송편을 빚어가듯

중앙에 구멍을 넓혀가며

깊이를 더해간다.


또 한 덩이를 떼어

이번엔 두 손으로 마구 굴린다.


목에도 두를 수 있을만한

기다린 흙의 링들을

한 층 한 층 켜켜이 쌓아간다.


말로는 참 쉬운데

흙이란 것이 참으로 예민하다.


아차하면 갈라지고

어느 쪽은 얇아지고 어느 쪽은 두꺼워진다.


내가 알던 동그란 컵은 어디 가고

전치 5주는 심히 되보이는

온몸에 얻어맞은 울퉁불퉁한 기둥이 서있다.


꼴에 첫 작품이라고

맘에 안든 부분을 계속 조무락거린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이 만들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왕선생님말은 귓등으로 흘린다.


이 무슨 대단한 작품이라고

집착하게 된다.


만질수록 애정이 간다.

참 못생겼는데..

부모 눈에 추한 자식이 어딨으랴.


이렇게 몇 주.

참 더디 는다.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뭐든 쉬운 게 없다.


근데 도자기라는거

사람을 참 집중하게 만든다.


흙과 나.

손을 움직여가며 흙과 나에게만 집중하게 만든다.


나이를 먹고

잡생각에 나를 빼앗기지 않는 경험을

새롭게 알게 해 줬다.


고맙다 흙이란 거

참으로 고맙다.


그나저나 하나에 얽매이듯

완벽을 추구하는 내 써글 성격을 파악하셨는지

손작업반 말고 물레를 해보란다.


그래.

물레가 참 섹시하더라.

나 원래 물레배우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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