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작업반
내 앞에 놓인 커다라한 기둥만 한 흙을
실로 자른다.
작게 잘라진 그 덩이를 다시 조금 떼어내
동글동글 굴린다.
송편을 빚어가듯
중앙에 구멍을 넓혀가며
깊이를 더해간다.
또 한 덩이를 떼어
이번엔 두 손으로 마구 굴린다.
목에도 두를 수 있을만한
기다린 흙의 링들을
한 층 한 층 켜켜이 쌓아간다.
말로는 참 쉬운데
흙이란 것이 참으로 예민하다.
아차하면 갈라지고
어느 쪽은 얇아지고 어느 쪽은 두꺼워진다.
내가 알던 동그란 컵은 어디 가고
전치 5주는 심히 되보이는
온몸에 얻어맞은 울퉁불퉁한 기둥이 서있다.
꼴에 첫 작품이라고
맘에 안든 부분을 계속 조무락거린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이 만들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왕선생님말은 귓등으로 흘린다.
이 무슨 대단한 작품이라고
집착하게 된다.
만질수록 애정이 간다.
참 못생겼는데..
부모 눈에 추한 자식이 어딨으랴.
이렇게 몇 주.
참 더디 는다.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뭐든 쉬운 게 없다.
근데 도자기라는거
사람을 참 집중하게 만든다.
흙과 나.
손을 움직여가며 흙과 나에게만 집중하게 만든다.
나이를 먹고
잡생각에 나를 빼앗기지 않는 경험을
새롭게 알게 해 줬다.
고맙다 흙이란 거
참으로 고맙다.
그나저나 하나에 얽매이듯
완벽을 추구하는 내 써글 성격을 파악하셨는지
손작업반 말고 물레를 해보란다.
그래.
물레가 참 섹시하더라.
나 원래 물레배우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