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작업반에서
두어 개 기법을 배워가던 차에
경력이 넘치고 본디 예술가 같은 느낌의 왕쌤이
내가 집에 가기 전에 넌지시 말하신다.
물레를 배워보라고. 원래 물레 배우고 싶어했으니까.
작은 소주잔과 컵을 만들면서
초보의 예술혼을 불태우며 맘에 조금이라도 안 들라치면
습관스레 버리고 다시 하면 안되요라는 말이
하기 싫은 모습으로 비쳤을까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에 집중하고 2,3시간 꼼짝 앉고 만드는 모습에
물레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촉이 있으셨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물레가 달에 2만 원 더 비싸니 공방 경제에 도움이 더 되는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어릴 적 사랑과 영혼에서
물레 곁에서 영혼의 손길을 느끼며 연인과 하나가 됐던 장면을 그렇게 숨죽여 봤는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치부하기엔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다.
그런 기억 속 물레를 배운다니 시작 전 앞치마를 멜 때의 비장함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간단히 물레 사용법을 배우고 큰 덩이의 흙을 떼어내 물레 위에 텅하고 내려논다. 그리고 물레를 돌려가며 흙을 손바닥으로 마구 치댄다. 흙과 물레바닥면을 붙여주고 붓으로 물을 적셔 흙에 발라준다. 이제 오른발을 페달 위에 올리고 살짝 밟아준다. 양손은 흙을 감싸고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원뿔 혹은 기둥 같은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손으로 눌러 흙을 다시 내린다. 이걸 반복하며 무게 중심을 맞춘다.
본래 모든 기술의 근본이 기초의 튼튼함에 있지 아니한가.
홈런 타자의 비거리와 강속구 투수의 볼 스피드는 하체힘과 무게중심의 이동이 9할 아닌가.
쓰다듬으면 되는 줄 알고 영상으로 쉽게 보던 것은 역시 착각이란 걸 깨닫는 건 5초가 걸리지 않았다.
돌아가는 흙의 모양을 잡아주려니 손과 팔에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한 소녀는 팔을 바들바들 떨면서 돌아가는 흙을 이겨내고 있었다. 흙의 성질을 알고 몸으로 느껴가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할 텐데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렇게 올려보려고 다시 내려보려고 무한 시도를 하다 찌그러진 흙덩이를 붙들고 3시간 정도 앉아서 수그려있던 내 허리는 조각조각 떨어져 있다 다시 처음 이어 붙는 거처럼 깊은 신음소리를 내뱉게 했다. 한 달 정도 해보면 되지 않을까. 이 균형 잡기란 것도, 물레속도를 조절하는 힘도, 흙의 촉감과 내 실력도. 지나고 나면 다 익숙해지겠지. 다음 주도 둥글게 물레 돌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