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위어 보이고 머리는 희끗희끗한 수석님 한 분이 새로 오셨다.
회사에서 특정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 사업부문에서 일하던 인력들의 재분배가 된 것이다.
회사에서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업과
미래 먹거리의 한 축으로 회사의 주된 사업과는 일말의 공통점도 없다.
지역적인 차이도 무시 못할 것이
50에 가까우신 수석님은 그동안 생활하던 공간과 가족을 놔두고
300km는 떨어져 있는 외딴곳에 따로 방을 구하시고 생활을 하시는 듯하다.
가족과의 떨어짐
생활권에서 멀어져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내는 외로움
적지 않은 나이에 한참이나 어린 친구들과 부대끼며 새로운 일을 배워가는 것
자기보다 어리지만 해당 분야에 경험 많은 새로운 리더와 함께 하는 것
하지만 직급과 나이가 있어 일정이상의 책임감과 성과가 요구되는 등
내가 보기에 그 어느 것 하나 수석님의 생활에 좋은 상황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수석님은 항상 해맑게 웃으셨다.
정말 진심을 다해 웃으셨고 최선을 다해 일하셨다.
나이는 구애받지 않으시고 모르는 것을 여쭤보는 데에 주저함이 없으셨다.
그리고 먼저 일해왔던 사원들의 답변을 집중해서 들으셨고 항상 고맙다는 말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수석님과 단 둘이 일을 할 기회들이 많았는데
참 인자한 아버지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듯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일을 즐겁게 한 기억이 있다.
가장 먼저 출근하시고 달성하기 어려운 일을 부여받았을 때
현장에 가서 머리가 눌리고 체력이 달아버린 듯 숨을 헐떡이는 모습에도
당일에 하셨던 일을 정리하며 가장 마지막에 퇴근하셨던 자세는
새로운 일을 배워나가는 중년의 가장 이상적이고 열성적인 열린 마음과 노력이 엿보였다.
그리고 절로 그분에게
존경심과 함께 팬과 같은 지지와 열심을 일적으로 후원해 드렸다.
10년이 넘는 회사생활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헤어졌지만
유일하게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수석님도 명예퇴직을 하신 지 수년이 지났다.
여리여리하지만 강철 같은 체력으로
낯선 곳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셨던 수석님을 떠올리면
불가에 귀의해 세상 이치를 득한 스님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 모든 이에게 한결같이 웃어줄 수 있었을까.
수석님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셨을까.
내려가셔서 자그마한 빵집을 해볼까 싶은데 하셨던 수석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일 년 전 힘든 시기
잠깐의 통화 속 그는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생기 있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바빠 보여서 참 다행이다.
존경하는 정수석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