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쿠바] 시간을 버리고 인연을 얻었다

쿠바 히론 그리고 트리니다드에서

by greenee



ep3.

시간을 버리고 인연을 얻었다


쿠바에서의 지역 간 이동수단은 크게 딱 두 가지가 존재한다. 여행자 전용 버스 혹은 콜라보 택시를 타는 것이다. 첫 번째, '비아술(Viazul)'이라는 여행자 전용 버스는 그저 흔한 로컬 버스였다. 하지만, 큰 도시의 목적지 사이에 작은 도시를 2개 이상 들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하루에 운영하는 버스가 많지 않다. 가장 특별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현지인들은 탈 수 없고 오직 여행자만에게만 탈 특권을 주는 버스였다. 이유는 '현지인과의 비용 차이'로 여행자에게 그닥 반갑지 않은 특권이다.


두 번째, '콜렉티보 따시(Colectivo taxi)'는 말 그대로 4-8명 정도의 적정인원이 모이면 일정 돈을 지불하고 합석하여 이동하는 택시였다. 운이 좋으면 올드카를 타고 여행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쿠바만의 독특한 이동수단이었다. 대신 비아술의 2배의 값이라 매 이동마다 타기에는 매우 부담이 된다.



ep1.에서도 소개했듯 나는 강제반 의도반 약간의 그지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자이다. 그렇기에 나의 선택은 당연히 비아술이었다. 편안한 이동도 중요하지만 나는 돈보다 시간이 많았던 대학생 뽀시래기이었기에 이번 여행도 시간을 버리고 돈을 아끼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쿠바 오기 전부터 *멍청비용으로 예상한 여행 비용을 이미 초과한 상태였다.


*멍청비용: 나의 불찰로 인해 쓸데없는 돈이 새어나가는 일을 뜻한다. (ep1. 일화인 쿠바 비행기 값을 2배의 값으로 온 경우가 아주 대표적인 멍청비용)




쿠바는 인터넷 사용이 매우 힘들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통신사 혹은 호텔에 찾아가서 1시간짜리 인터넷 카드를 사야 한다. 인터넷 카드를 샀으면 그다음부터는 와이파이가 있는 곳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 그곳은 뜬금없는 길거리일 수도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원이나 유명 호텔일 수도 있다. 간혹 핫한 음식점이랑 호텔이 아닌 일반 숙소에서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곳은 인터넷 속도가 매앵애ㅐ우 느리다.


이러한 조건으로 숙소와 버스를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면 쿠바에서는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예매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아바나에서의 첫날을 잠에 쏟아버리고 둘째 날에는 3일 만에 인터넷 문명을 즐기며 아바나를 이리저리 가볍게 돌아다니느냐 비아술 버스를 미리 예매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사실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했지만, 아바나에서의 숙소가 주인 없는 4층 집이었기 때문에 캐리어 2개를 들고 내려가 숙소에서 차를 타고 비아술 터미널로 이동해서 가는 것이 매우 일이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버스가 full일 확률이 높았다. 서론이 매우 길었지만 여하튼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계획에도 없었던 콜라티보 택시를 까사 주인님한테 요청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와 떨어진 주인아저씨 집에 찾아갔다.

띵동-

주인아저씨가 반겨주신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택시를 연결해주었다. 아마 택시 기사를 연결해주면 아저씨에게도 혜택이 있는듯하였다.


내일 아침 10시에 출발할 거야
그 시간에 내가 너의 숙소로 갈게 그때 짐 들어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시간 약속에 있어서는 칼인 나는 다음 날 아침 10시 이전에 숙소정리를 싹- 하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멍도 때리고 현관문에서 전망도 감상하며 지루한 시간을 열심히 때우다 보니 아저씨가 뙇-! 등장하셨다.


이자는 여행 한정 여유롭다

왜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는데 태연한 것인가. 사실 나는 한국에서는 J형 여행에서는 P형을 사는 이중인격자다. 이미 여행 준비 때부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였고 계획형으로 사는 현생과 반대로 여행에서만큼은 시간에 쫓겨 다니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기에 여행에서의 기다림은 치안 문제만 아니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여튼 아저씨가 우리의 짐을 내려다 주시고 택시를 향해 가보니 예상치 못한 본새 철철 나는 올드카 하나가 우릴 반겨주었다.


히론 시작부터 좋은걸?


약간 많이 설레는 마음으로 올드카에 탑승했을 때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가 또 있었다. 콜렉티보 탑승객이 해맑게 우리를 보며 반겨주었다. 당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시기에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우리가 탑승한 후 다른 숙소로 이동하며 남은 자리까지 차곡차곡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운전자 포함 8인승인 올드카에 대한민국, 호주, 멕시코, 프랑스, 베트남인이 모여 플라야 라르자, 플라야 히론으로 출발하였다.


탑승하기 전만 해도 이동시간이 꽤 길어 잠이나 자야지 싶었지만 한국 친구도 만나고 밝은 미소로 맞이해주던 호주 친구와 귀여우셨던 프랑스-베트남 부부님과 얘기하다 보니 3시간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날로그 갬성에 취한드아

이 올드카를 시작으로 나의 여행 또한 히론에서 제대로 된 쿠바 여정이 시작되었다.


히론의 푼타 페르디즈


쿠바에서 묵었던 숙소 중에 가성비 최고이고 가장 친절했던 집주인이 계신 숙소에 지냈다. 덕분에 숙소에서 쿠바만의 시골 내음도 잔뜩 맡고 시골만의 정도 느껴지는 조식과 저녁을 먹으며 정말 힐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본 바다 중 가장 맑은 히론의 프라이빗 해변에서 유유자적 수영도 하며 너무나도 행복한 3일을 보냈다. 사실 더 있고 싶었지만 남은 2주 동안 가고 싶은 지역들이 많았기에 트리니다드라는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였다.




히론은 여행객들이 꽤 있어도 사람 자체가 적은 동네이다. 그래서인지 히론에서 트리니다드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오전, 오후 딱 2대만 운영하였다. (사실 대부분 비아술은 동일한 목적지 기준 오전, 오후 각 1대씩만 운영을 하였다.) 당일에 예매하면 매진이라는 변수를 감안해야 했기에 히론에서부터는 미리 비아술을 예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떠나기 전날 룰루랄라 비아술 예매소로 향했다. 뭔가 빛이 하나도 안새어 나오는 게 불길한 느낌이 든다. 사무실의 문을 밀어본다. 예감대로 비아술 예매소는 굳건히 닫혔있다. 문에는 오늘과 내일까지 2일 연속 사무실 휴일이라 빨갛게 표시되어 있었다.


오우~ 어떡하지?

쿠바여행 이전 다른 여행 국가에서 이미 변수상황의 쓴맛은 많이 보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해도 변수상황은 일어나고, 해결하는 길 또한 어떻게서든 존재한다. 그니까 길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그래도 운이 꽤나 좋았던 것이 콜라티보 택시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가 사무실이 굳건히 닫힌 당일에 트리니다드로 이동해서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


일단 버스시간이 올 시간에 미리 가서 기다려
그리고 미리 예약했던 승객들 다 채워지면 최대한 버스 기사님께 간절한 눈빛을 보내 그러면 입석해주던데?

아주 기똥찬 비법전수를 통해 나는 다음날 예정된 버스 도착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나갔다. 쿠바에서는 줄을 선다는 개념보다는 내 앞사람만을 기억하며 줄을 기다리는 분위기이다. 뭔가 겉보기에는 질서도 없어 보이고 아무나 막 들어가는 거 아니야? 싶겠다만 사실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 그렇기에 조식까지 거르고 빠르게 정류장으로 발을 돌렸다.




10시에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나같은 여행자들 소수와 미리 예매한 여행자 다수가 정류장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10시가 되었다.


역시나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았다. 또 기다린다고 싶겠지만, 쿠바 여행 동안 교통수단이 제시간에 출발한 적이 거의 없었다. 30분 빨리 출발하거나 기본 1시간 늦거나-! 여튼 버스가 안온 김에 정류장 옆에 있는 매점에서 파인애플 주스도 마시고 주유소 슈퍼에도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여유를 부렸다.


주스와 커피를 시키니 미니 바나나를 줬다. 바나나 귀여워~~~
무슨 맛이냐 하면.. 부드럽구,.. 먈랑말량하구,..

아이스크림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쿠바는 음식이 맛있지 않기로 유명하다. 너무 더워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 기대가 너무 낮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길 턱에 털썩 앉아 아이스크림을 옴뇸뇸 맛있게 먹고 있을 때였다. 정말 맛있게 먹은 건지 주변에 몇 안 되는 한국인 여행자분들이 말을 걸기 시작하였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

기다리는 동안 몇몇의 한국인 여행자들과 소통의 장을 열기 시작하였다. 아니 버스 늦게 와도 괜찮은데?? 버스가 기다리는 게 재밌었던 것은 또 처음이다. 늦게 와준 비아술 버스에게 감사를~


1시간이 지났을까.. 사실 모두 마음 한편에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비아술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자리가 채워지고 나같은 여행자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드디어 전수받은 꿀팁을 발휘할 시간이 온 것인가?

눈치가 빠른 기사님은 바로 입석을 할 인원을 세고 있었다. 그런 기사님께 세상 간절한 눈빛을 퍼부으며 2번째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사실 꿀팁과 상관없이 우리가 2번째로 와서 그 순서에 맞게 들어갈 수 있었다. 말했지 않은가. 겉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이곳에서는 그들만의 질서가 존재한다. 그래도 정말 운 좋게 앉을 수 있는 좌석에 입석을 하였고, 우리 이후에 들어온 여행자들은 버스를 서서 가야 했었다. 심지어 더 늦게 온 여행자들은 버스를 아예 입석하지 못하였다.


신나게 버스를 들어가려고 발을 디디는 순간 누군가리를 환영해주는듯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누구신데 우리의 입석을 이래 환호해주시는 거여..?

그분들은 바로 아바나에서 콜라티보 택시를 같이 탑승한 프랑스 - 베트남 부부였다. 아니 이런 우연이...??? 프랑스 아저씨와 베트남 부인님을 본 것도 신기해 죽겠는데, 우리가 탑승하니 박수를 쳐주며 덩달아 기뻐해 주셨다. 아바나에서의 첫 만남은 반가움과 더불어 동지애까지 이어졌다.




드디어 트리니다드로 가는구나! 들뜬 마음과 더불어 차가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30분 달리고 멈추더니 휴게실에 내려주었다. 쿠바에서는 차들이 달리다가 기사 아저씨들이 배고프면 밥 먹고 가고 이러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금방 쉬고 가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차 수리가 시작되었다. 아마 1시간가량 늦은 이유도 차가 고장 나서 늦어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정말 잠깐 쉬고 가는 줄 알고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암만 봐도 1시간 이상 소요될 것 같아 함께 버스를 기다린 여행자들과 함께 휴게소로 나왔다. 아까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 한국인 여행자들과 소통의 장을 만들다가 그다음엔 프랑스 - 베트남 부부와도 얘기를 하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아이와도 시간을 보냈다. 가만 보니 나 좀 인싸인듯..?


이자는 여행 한정 인싸다

특히나 버스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관심은 아이에게 쏟아져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나의 시선을 강탈시킨 이탈리아에서 온 리비아랑 친해지기 위해 리비아 주변을 서성거리다 아이와 부모님 모두 안면을 트고 버스가 고장 난 덕분에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갑작스레 길바닥이 또 놓여졌지만, 나의 사심을 듬뿍 채웠다. ^_<



한 시간이 지나가고 버스가 드디어 출발하였다. 이번엔 멈추지 않고 곧장 갔다. 첫 번째 목적지인 시엔푸에고스에 도착하였다. 리비아와 베트남-프랑스 부부님은 이 지역에 내렸다. 그리고 1시간을 더 달렸을까. 나와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은 트리니다드에 드디어 입성할 수 있었다. 달달달 험한 길에 자전거 택시도 타보면서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버렸다. 이 날은 밥 먹은 것 빼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저녁 또한 버스에 만난 한국 여행자를 우연히 만나 함께 합석하며 트리니다드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트리니다드의 Live Music Stairs 근방

쿠바여행은 내가 지금까지 간 여행지들 중에 모든 여행지가 맘에 들었다. 쿠바가 완벽한 여행지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과 분위기에 가장 부합했던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은 히론과 트리니다드였다. 특히 트리니다드는 만남의 광장 같은 느낌이었다. 히론에서 만난 인연들과 버스에서 만난 인연들을 신기할 정도로 계속 만났었다. (덕분에 매일 아기부터 젊으니들, 선생님까지 다양한 여행자들과 아주 알차고 재밌게 잘 놀았다.)


습한 섬 지역이기에 낮에 무지하게 덥다. 추위보다는 더위에 매우 취약한 나와 마미는 광장 주변 그늘에 털썩 앉아 모히또를 들이마셨다. 쿠바는 모히또의 본고장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가 옆에 앉은 이탈리아 여행자가 말을 건다. 쿠바가 괜찮냐 묻길래 사람들이 정도 있고 순수한 거 같아 좋다고 하니 그게 다 네가 돈을 줘서라고 시원하게 뼈 때려주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차게 뼈를 맞고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모히또를 입에 털어먹다 너무나 익숙한 귀여운 꼬마아이를 봤다.


리비아??!!!!!!
리비아 미소로 2n간 묵힌 화병이 사라짐

이 정도면 진짜 나의 먼 조카하면 안 될까 있는 사비 털어 장난감이나 풍선이라도 너무 사주고 싶어 트리나다드 광장을 샅샅이 둘러보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거 따위 없었다. 나중에 다른 지역 넘어가니 장난감들이 차고 넘치던데 왜 여긴 없니..왜,, 아니 돈을 쓰겠다는데 받질 못하냐고~



리바아는 정말 쿠바에서 만났던 인연들 모두 소중했지만 가장 특별하고 소중했던 인연이었다. 열려있는 부모님 덕분에 리비아랑 짧지만 잠시나마 함께 놀면서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었고 우리를 누구보다 더 반겨주었기에 우리도 리비아를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에는 뒤에서 나를 깜짝 놀래 주는 서프라이즈도 해주며 나의 입은 조커가 되었다..(?)


트리니다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일정이 맞지가 않아 볼 수 없었지만 아이의 귀여움과 부모님의 환대 덕분에 많이 힐링하였다. 이 모든 것이 버스가 늦어준 덕에 가능했다. 그리고 중간에 고장 난 덕에 가능했다. 나는 여기서 조급함을 버리고 값진 인연과의 만남을 얻었다. 쿠바라서 가능했다.







epilogue.


지난주 아이들을 드디어 3개월 만에 보았다.


나는 20살 때부터 쭉- 교회의 영아부 봉사를 줄곳 해왔다. 엄빠의 DNA를 물려받아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대학 입시 시절엔 유아교육과에 지원조차 안 하는 나를 의아하게 보는 주변인들이 꽤나 많았다. 개인적인 이유가 뚜렷했기 때문에 유아교육의 길은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 정도로 아이들 정말 좋아하였고, 지금도 아이들을 좋아한다.


영아부 봉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려 하였으나, 방법을 잘 알지 못하여 성인이 되자마자 할 수 있었다.

나의 20대에 있어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라 하면 영아부 그리고 여행이다. 물론 대학 시절 스펙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과 도전도 내게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그것이 나의 모든 가치와 욕구를 전혀 채워주지 못한다.


영아부에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닌, 예배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이 임무였다. 그래서 정말 온전히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주었다. 사실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아이를 좋아하기에 별 이유, 의도는 없이 매번 진심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나의 진심을 알아줬던 것인지 날 보러 오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덕분에 부모님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저 나 좋아서 시작한 일이 되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큰 사랑을 받으니 매주 일요일 나에겐 너무 큰 행복이었고 나의 여행 일정을 제외한 영아부와 겹치는 시간만은 알바이던, 약속이던 내 의지로 절대 허용치 않았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도 영아부에 익숙해질 때쯤, 예전만큼은 아이들에게 힘을 쏟아붓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늘 내게 행복이다. 특히 4학년 시절에는 졸전 팀장 + 졸전 개인 작품 준비 + 조별과제 + 인쇄물 감리 + 학교 다닐 때는 알바를, 방학 때는 스타트업 인턴까지 병행하며 내 나름대로 말도 안 되게 바쁜 일정을 보내왔었다. 졸전 준비로 잠을 1시간밖에 못 잘 때는 아이들을 보러가는 길이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는 순간만큼은 나의 피곤과 스트레스를 온전히 씻겨주었다.


아이들이 웃으면 행복했고, 아이들이 슬프면 같이 아팠다. 아이들이 혹여나 잘못한 일을 하였더라도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면 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그리고 때론 아이들이 작은 행동과 말로 일상의 상처를 위로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반복되듯이 삶의 낙을 잃어버렸다 회복했다 한다.



위드 코로나가 곧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 모두 반복되는 결핍이 더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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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부터 로컬 여행자의 여정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마다

한 달에 1명의 여행자씩

짧고 간결하게

정보성이 아닌 '이야기'를 중점으로

여정의 길을 늘 갈망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일상의 지루한 틈을 타 짧은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험이 모여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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